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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_2024/11/11(월)_아름다운 가을

100일 글쓰기

by 흑곰

9월 암진단, 11월 수술

누구나에게 그럴 것이다. 당황스러운 삶의 이벤트. 예상도 기대도 하지 못한 그런 반갑지 않은 이벤트.


고장난 트럭을 억지로 붙들어 매어 정차를 해두고 여기저기를 고친다.

엔진이 고장났다. 엔진오일도 줄줄 샌다. 브레이크패드도 다 닳았다. 머플러에 구멍도 났다. 살펴보니 후미등도 켜지지 않고 전조등도 희미하다. 한두군데만 고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도 돈도 더 든다.

그런 상황이다.


예정대로라면(아니, 내가 만만히 생각한대로라면) 내일은 요양병원에서 퇴원하고 수요일은 회사에 출근이다. 그런데 달고 있는 배액관을 떼고 앞으로 어찌 진료하는지 보러가는 날이 수요일이다. 오전에 외래하고 회사 갈 생각을 했지만 아직도 수술부위가 욱신거리고 아프니 출근할 자신이 없어진다. 책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타고 갈 자신이 없다.


유방암은 표준화된 치료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호르몬수용체 양성은 그만큼 재발위험도 높아 간단한 치료법과 상대적으로 재발하면 골치아픈 것이기도 해서 만만히 볼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많이하게 된다. 요양병원에서 지난 달 결국 수술후에도 전이가 되어 세상을 떠난 분 이야기를 들으니 겸허한 마음이 든다.


요양원에서 정원에관한 책과 불교/요가에 대한 책을 더 읽어보려고 한다.


정원가의 열 두달, 카렐차페크를 어제 다 읽고 정원에 관한 책을 읽은 김에 타샤 튜더의 정원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으로 정원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확장할 계획이다.

불교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니 남편이 책꽂이에서 꺼내 준 십우도를 읽기 시작했고 꼼꼼히 읽고 정리하면서 공을 드리고 난 뒤에는, 바가바드 기타를 꼼꼼히 읽기 계획을 하고 있다.


고장난 트럭을 고치는 중이지만 나는 추구한다

나를 더 잘 알기를, 후회 없이 삶을 살아내기를, 사회에 가치를 전하는 삶을 꼭 이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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