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늑대의 허리가 끊어졌다!고 누가 외쳤다.
모두 그쪽을 바라보고 달려갔다. 그때 나는 내 목전의, 그러나 하늘에 떠있는 또 다른 허리가 끊어진 늑대를 보았다.
곰처럼 큰 덩치의 늑대가 두동강이 났고 피가 흘렀다. 그러자 그 안에서 또 다른 늑대가 나왔다.
회백색이었고 눈가는 빨갰으며 큰 덩치의 늑대안에서 나오는 늑대는 우아했다.
서글픔을 동반한 냉혹함.
내 앞의 늑대를 바라보고 소리가 난쪽을 돌아보았을 때 똑같은 늑대 수 마리가 모두 똑같이 허리가 끊어졌고 그 안에서 진짜 늑대가 걸어 나오고 있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성대한 의식을 치르는듯했다.
내 앞의 늑대가 덩치 큰 늑대 사이에서 걸어나올 때, 진짜 늑대와 겉껍질의 늑대사이를 떠받치는 붉은 고깃덩어리가 떨어지는 모습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허리가 끊어졌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머리였던가 혹은 머리 가슴 배 부위 모두였던가 싶을 정도로, 목 주변을 기내목쿠션 못지 않게 탄탄히 둘러싼 붉은 고깃덩어리에 자꾸 눈길이갔다. 정교하게 구간으로 나뉘어져 진짜 늑대(겉껍질 늑대가 아닌)의 목둘레를 감싸고 있었다.
한 밤의 달 아래 몇 마리의 늑대(떼)가 또 다른 늑대 밖으로 나왔다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모습을 꿈에서 보았노라고 이야기를 했다
회사의 워크샵이었다
몸도 좋지 않았고 허했는지, 이런 꿈을 꾸며 나는 땀을 뻘뻘 흘렸다. 비가 오는 줄로만 알았다. 정수리 끝에서 손끝에서 손등에서 목 뒤에서. 머리 둘레의 땀으로 머리카락이 온통 젖었다.
무슨 일이지.
자고 일어났을 때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다른 한 사람만 있었다.
경황이 없는 사이 온통 씻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너무 땀을 많이 흘렸어 어서 씻어야해.
사람들의 무관심속에 어린 냉담함에 눈치를 보며, 시계를 보니 이미 오전 아홉시 반.
아 좀 많이 잤구나.
의도하지 않은, 계획되지 않은 민폐에 작아졌다. 은근슬쩍, 어물쩍 동료들에게 말을 걸었다.
나 뭐하면 되지.
눈을 뜨니 헤어라인이 흠뻑 젖어있다.
목덜미가 서늘하다.
늑대의 붉은 눈동자도, 목덜미도 생생하다.
다시 처연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혼란은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