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 삶의 마지막 생리

암환자 이야기

by 흑곰


수술한 지 3개월 반 가량이 되었다.

방사선 치료를 해서 시커멓고 붉게 탄 피부는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제는 눈물없이 암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암환자라는 세계에서 삶에 대해 숙연해져야 함을 배운다. 내가 겪은 이 고통은 항암까지 한 분들에 비하면 티끌만한 것으로 개인의 고통은 모두 절대값을 갖지만 그 누구도 암을 가볍게, 그저 운이라는 식으로 치부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암 진단을 받으면 오롯이 그 고통의 과정에서 나를 올곧게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이행하는 것 뿐, 그 과정에서 감사함을 표현하고 추레해지지 않을 수 있는 실행만 하는 것이 유일하게 고귀한 일임을 알게 된다.


이제는 난소제거가 남았다(백내장 수술 따위는 아직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신체 개조는 이제부터다)

지난 달, 생리대와 탐폰을 저장해두는 서랍을 열고, 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싶어 채워넣으려는 몇 십년간의 본능을 이성으로 잠재웠다.

이번 달, 한 쪽 난소에 7,8센티 가량의 혹을 달고 사는 사람은 생리를 거르기도 한다는데 매월 생리한 지난 몇 년의 세월 난소의 존재감에 격려와 찬사를 보낸다.


암환자가 수술을 할 때 가슴복원에 미련을 두는 것 처럼, 나도 알량하게, ‘이렇게 갑자기 폐경을 앞당기는게 과연..’이라는 생각을 하고 만다.

타목시펜 5년 복용을 하면 약의 부작용을 겪으며 그 안에 자연스레 완경을 하게 될 터다.

난소제거술을 예정된 3월에 하게 되면 바로 폐경이다.

호중구수치가 방사선직전보다도 낮다. 일하는 도파민에 취해 힘든 줄 모르고 있는데 이 도파민마저 끊기면 또 한차례 찾아 올 정신적 노화가 겁이 난다.

그래서, 이런 핑계로 (억지로) 난소 두개를 모두 떼는것이 맞나?하는 도피처를 찾고야 만다.


차주 분서대 진료도 한 번더 받고 나서 아마도 수술이 빨리 잡을 수 없다면, 예정대로 분당차병원에서 난소제거술을 하게된다.

내 나이 마흔 여섯인가 일곱인가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미 완경을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직 한 참 멀었다 할 것이다.

내 인생은 나만의 속도로 간다. 그게 무엇이든 결정하고 어떤 일이든 벌어지겠지.

제왕절개로 출산을 하는 것 처럼, 세상이 나에게 이제는 갱년기 증상을 겪을 인증 중년임을 고하는 듯 한 수술을 앞두고 마지막 생리중이다.

정신연령은 낮았지만 몸연령은 그리 어리지 않았는지 중1때부터 생리를 했는데 오랜 시간 애써준 여성으로서의 기관들에 고마움을 전한다.

앞으로의 삶이 또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사는 동안 조금 더 몸과 마음을 아끼기로 다짐해본다.

조금 쓸쓸하고 조금 울적하고 서글픈맘도 들지만 그 또한 또 괜찮을것이다.

암수술을 몇개월 전에 받았고 치료도 다 끝냈어요. 라고 말하는 것 처럼,

갱년기 증상이 또 이렇게 흘러가요.

라고 눈찡긋 코 찡긋 할 일 없이 편안해질 그 언젠가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