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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Aug 29. 2015

남자에게도 확신이 필요하다

어바웃 타임과 사랑의 블랙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은 80~90년대에 한국 남녀들의 연애의 성경과도 같은 지침이었습니다. 끈질기게 자신을 외면하는 여자에게 종이학 1000마리를 접어주며 사랑을 고백하고 또  거절당하지만 갖은 노력 끝에 결국 그 여자를 사귀게 되는 그런 스토리가 연애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성역활의 변화로 연애에 있어서 이러한 구조는 2000년 이후 급격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여성들은 연애에 있어 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이 되었으며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이전과 같이 막무가내로 사랑을 받아달라 요구할 수 없게 되었죠. 남자들은 이제 술자리에서 호기롭게 '열 번 찍으면 될 거야'라고 말하는 대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열 번 찍기 전에 세 번만 찍어도 스토커야

사실 연애에 있어 시작이 동시에 일어나는  꿈같은 상황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 한쪽이 먼저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 한쪽의 노력으로 인해 상대방도 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보통 연애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대부분 먼저 호감을 갖게 되는 쪽은 남자이며 남자는 수 많은 노력들로 여자의 호감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남자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그 시도 속에 많은 실패를 경험합니다.


'사랑의 블랙홀(1993년 작)'에서 '필(빌 머레이)'은 대형 방송사의 스타 기상캐스터로 펜실베이니아주의 작은 마을 축제를 취재하러 갔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기 현상을 체험하게 됩니다. 잠이 들면 계속 같은 날의 반복이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멀쩡히 같은 날 아침에 침대에서 깨어나게 되는 운명입니다. 필은 지독히 이기적이고 건방지며 다른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는 독설을 날리는 중년의 남성으로 아무리 반복되는 하루라 할지라도 걸인에게 동전 한 푼 주지 않으며, 오랜만에 만난 동창의 반가운 인사를 모른 척 지나치는 사람입니다. 반복되는 그 영겁의 시간 동안 필은 현금 수송차를 훔치기도 하고 자극적인 인생을 반복하게 됩니다.


필의 반복되는 삶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방송사의 PD인 '리타(앤디 맥도웰)'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나서부터입니다. 필은 반복되는 삶 속에서 리타의 취향을 분석하고 또 분석해서 리타가 좋아하는 것과 관심 있는 분야에 통달하지만 번번이 그녀의 사랑을 얻는데 실패합니다. 처음에는 재미로 했던 일이 이후부터는 정말 절실한 사랑으로 바뀌어서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피아노를 치게 되고 '사람을 배려하는 선량한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리타의 말대로 사람들을 도와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같은 날을 반복하며 정말 '그런 사람'이 되어갑니다.




또 하나 여성의 관심을 얻기 위해 시간을 반복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어바웃 타임(2013년 작)'에서 '팀(돔놀 글린슨)'은 모태솔로 남성으로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자기 가문의 남자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 능력으로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구애하기 위한 여러 번의 시도를 하게 됩니다. 여름방학 집으로 찾아온  동생의 친구에게 반한 팀은 여러 번의 시도 끝에 한 가지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정확히 20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나온 영화는 93년의 영화와 놀랍게도 닮아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어바웃 타임에서도 결국에는 시간여행으로 인해 사랑이 이루어지지만 시간여행은 어긋난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방법일 뿐 이루어지지 않을 운명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처음 만남부터 두 사람은 호감이 있었고 타이밍이 맞았더라면 이루어졌을 운명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블랙홀에서 필과 리타는 시간여행이 없었다면 친구로도 되지 않을 사이였습니다.



9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남자는 여자에게 구애를 하고 구애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고민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합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남자들은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내 행동이 달라진다면 그 사람이 나를 받아들여줄 것이라는 교훈을 남자들에게 심어줬던 '사랑의 블랙홀'과는 달리 '어바웃 타임'에서는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안 될 운명이 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확신을 스스로 만들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상대방의 '의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썸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내거인 듯 내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요? 시대가 달라졌지만 희망을 품고 사는 남자들은 작은 확신이라도 있다면 도전하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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