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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Aug 15. 2015

여자는 왜 화를 내는 걸까?

왓 위민 원트와 미세스 다웃파이어 

무서울 것이 없는 강인한 남자라도 긴장하게 만드는 공포의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 "당신은 내가 왜 화난 줄  몰라?"입니다. 남자는 이 여자의 말을 듣고 여자가 화난 이유를 찾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머리가 바뀐 걸까?',  '어젯밤에 잔다고 하고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눌러서인가?' 그러나 어느 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끝까지 정답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여자는 왜 화를 내는 걸까요?


'여자가 화내는 이유'로 웹 문서를 검색하면 수 많은 글이 존재합니다.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심리를 남성에게 알려주기 위해 쓴 글이 대부분입니다. 복잡한 자신의 심경과 화나는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사례를 들며 설명을 해 놓지만 이러한 사례들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화내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 일들에 대해서는 그 이유가 설명되면 해결되지만 화나는 이유를 자기 스스로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스로도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화내는 이유가 너무 사소한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그렇게 화내는 것에 대해 납득시킬 정도의 명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정적으로는 화가나는 일들이 존재하기에 여자는 남자에게 "왜 내가 화난 줄 몰라?(이런 걸 내 입으로 어떻게  이야기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20년, 30년을 살아도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혜민스님은 '완벽한 사람은 없다. 오직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완전한 사람이 되고 싶기에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감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을 상대에게 보이지 않으려 합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주인공인 '다니엘'은 너무 좋은 아빠입니다. 만화영화 더빙 성우로 일하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고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유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그의 아내 '미란다'는 다니엘에게 이혼을 통보합니다. 다니엘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영화에서 다니엘은 '다웃파이어'라는 할머니로 분장하고 아이들의 유모로 미란다의 집에 찾아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다니엘은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부인인 미란다와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미란다의 속마음을 듣게 됩니다. 미란다는 다니엘을 사랑하였지만 다니엘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인해 현실에 대한 고통은 자기가 짊어져야 하며 모든 일의 뒤처리를 담당하면서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나쁜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다니엘이 좋은 사람이  될수록 미란다는 나쁜 사람이 되었어야만 했습니다. 다니엘은 처음으로 이런 미란다의 속마음을 듣고 미란다에게 왜 남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그는 진지한 대화는 원하지 않았어요

다니엘은 미란다와 결혼 생활 동안 진지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것입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가정생활이라고 생각했던 다니엘은 이 대화로 인해 미란다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좋은 의도로 했던 행동들로 인해 발생되는 누군가의 희생과 피해를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여자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멜 깁슨' 주연의 '왓 위민 원트'입니다. '남자 중의 남자'라고 불리는 닉 마샬은 성공한 광고 기획자로 멋진 외모와 유머로 많은 여성들을 사귀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내와는  이혼했으며, 딸과도 좋은 사이로 지내지 않습니다. 닉 마샬은 우연한 사고로 인해 여자들의 속마음을 아는 '초능력'을 얻게 되고 이를 통해 주위 여자들의 속마음을 알게 됩니다. 그를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은 '외모는 훌륭하고 데이트 상대로는 좋으나 속물이며 진지하지 못한  남자'입니다. 이 영화에서 닉 마샬은 여자들의 세상(여성인 상사와 여성들을 위한 광고가 넘쳐 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홀로 집에서 와인을 마시며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를 듣습니다. '난 감정에 흔들리지 않아요'라는 가사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을 통해 영화는 대부분의 남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보줍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주인공인 다니엘과는 다르게 닉 마샬은 여자에 대한 '이해'도 사람에 대한 감정적인 '공감'도 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다니엘과 미란다의 관계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다니엘은 좀 더 복잡한 '감정에 대한 공감'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남자와 여자의 다툼은 닉 마샬의 상황과 더욱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이성적인 측면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남성은 감정적인 공감을 원하는 여성과 맞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이 화내는 이유에 대해서 감성적인 측면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제일 처음 언급한 '스스로도 잘 모르거나 화내는 이유가 너무도 사소한' 상황에 대해서 여성들이 남성에게 그러한 사실에 대해 터놓지 못하는 것도 감정적인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닉은 여성들의 직접적인 생각을 듣는 능력을 갖게 되었지만 여성들의 '생각' 만을 듣는 1차원적인 이해만 하게 됩니다. 이 능력을 통해 여성의 마음을 얻지만 그의 딸과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관계'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홀로 집으로 돌아와 그렇게 싫어하던 '살찌는 음식'을 먹으며 혐오하던 TV프로를 보며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고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이해를 넘어 '공감'을 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여자가 왜 화를 내는지 이유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화를 내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죽을 때 까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이해하는데도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타인을 이해하기란 그리고 다른 성별을 이해하기란 너무도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적인 노력(많은 독서를 통한 사람에 대한 이해)과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감정 훈련일 것입니다. 오늘 밤 사랑하는 연인이 화를 내고 있다면 대화를 시도해보세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며 당신의 사소한 감정까지도 이해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이유를 모르는데 당신에게 화를 내는 것은 당신이 필요하다라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에 응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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