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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Sep 07. 2015

후쿠오카 여행기 #1

뒤늦은 여름휴가 

어느덧 시간은 지나가고 바로 내일 뒤늦은 여름휴가를 가는 날이 되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지루하게 기다렸다. 무슨 일을 했는지 생각도 나지 않은 평범한 날들이 지나가고 드디어 서울을 떠나게 되었다. 이제 서른이 지나고 여행도 끝이 있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여행은 항상 설렌다. 


이번 휴가는 혼자 다녀오게 되었다. 벌써 세 번째 일본 여행이라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도 있고 최근 많은 활동들로 인해 사람에게  지친 터라  한 번쯤 머리 속을 혼자서 깨끗이 비우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디를 갈까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아져서 친구로부터  추천받은 후쿠오카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고 빠르게 비행기 예약과 호텔 예약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더 많은 옵션이 있는 호텔과 여관 그리고 더 싼 가격의 항공권들이 검색되었지만 정확히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고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귀찮은 마음만 더 많이 생겨났다. 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되는 대로 예약을 했다. 일 년에 한번 가는 해외여행조차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간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3박 4일의 여행 계획은 그렇게 빠르고 간단하게 끝이 났다.



무엇을 할까에 대한 고민도 별로 하지 않았다. 사실 여행을 갈 때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미술관에 앉아서 넋을 놓고 그림을 보거나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공원에 누워 노래를 들으며 잠을 잔다. 프랑스 여행이 그랬고, 영국 여행이 그랬다. 유일하게 친구들과 같이 갔던 일본 여행만이 바쁘게 보낸 여행 일정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여행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지만 정말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홍보영상 작업을 위한 책과 11월 공연을 준비하기 위한 악보, 그리고 보고 싶었던 소설과 노트북 속의 많은 영화들을 준비하면서 어제 오늘을 보냈다. 호텔방에 누워 먹고 싶은 음식들을 먹으며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중간중간 해변에도 나가고 커피숍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며 3박 4일을 보낼 예정이다. 많은 영화들에서 처럼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가는 여행에서 즐거운 일들이 생겨난다면 좋겠지만 그건 영화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혹시 좋은 시나리오라도 생각이 난다면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러브 액츄얼리에 나오는 콜린 퍼스처럼 여행지에서 글을 쓰는 모습을 항상 꿈꿔 왔는데 한적한 카페에서 여행기를 적는 것도 색다른 일이 될 것 같다.



E-티켓, 숙소 바우처, 여권, 노트북, 책, 보조 배터리, 지갑을 모두 챙기고 나서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환전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내일 공항에서 해도 되지만 환전수수료가 비싸게 나올 것이다. 깜빡하고 환전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나는 돈보다는 좋은 영화와 음악 책과 커피를 더 좋아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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