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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Sep 08. 2015

후쿠오카 여행기 #2

여행을 떠나는 이유 

여행을 하는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존재하겠지만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를 '여행을 통해 나를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라고 말한다. 우리는 항상 같은 출근길에서 같은 것을 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같은 이야기를 하며 똑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같은 이부자리에서 잠을 잔다. 같은 삶의 반복 속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무엇을 꿈꾸고 살아가는지를 잊어버린다.


입국 심사를 하던 도중 나는 내가 왜 이렇게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는지 알 게 되었다. 나는 말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말로 사람을 상대하며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하고 때로는 가시에 박힌 말을 서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의 마음은 점점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NGO 단체에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일을 꿈꿔왔던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행복을 주지 않는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내가 집에 돌아와 나를 걱정하는 가족에게 날 선 태도로 생활해 왔던 것도 내가 이런 말들에 너무 지쳐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입국 심사의 긴 줄에 대기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서서 밀려가듯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이 굽이질러 가로 된 강물 속 자갈들이 부딪히며 수 많은 소리들을 뱉어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소리들은 긴 대기시간에 대한 짜증이었고 다른 사람의 옷차림에 대한 비난 이었으며 한국 사회와 본인들의 생활에 대한 불만들이었다. 귀를 막고 싶었지만 내 휴대폰 속에는 음악이 없었다. 


유후인에 도착하니 탁 트인 기분이 들었다. 말로부터 해방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은 마치  노랫소리처럼 주변을 온화하게 감싸고 있었고 시원한 바람소리와 졸졸졸 흐르는 강물의 소리는 내 귀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 같았다. 잠시 개천에 멈춰 서서 홀로 앉아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서 다시 역으로 돌아와 자전거를 빌렸다. 허름해 보였지만 관리가 잘 된 자전거는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아도 안정적인 속도로 도로를 달렸다. 모든 것에 꼼꼼한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작은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자전거를 따라 길을 다니며 평범한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상점 들을 구경하였다. 유후인에서 유명하다는 고로케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내일은 오 전일 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온천에 몸을 다시 한번 담근 후 샤갈 미술관에 갈 예정이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호수를 보며 맛있는 식사를 하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다 보면 막혀있던 가슴도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도시로 그리고 내 일터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며 내 자신을 상처 입히며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정말 이게 옳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 또 머리가 아파온다. 내 일이 아니라 나에 대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해야겠다. 



후쿠오카 유후인에서 브런치에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잠이 잘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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