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일곱명이 모여 본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이야기를 하기에 2시간은 턱 없이 부족했습니다. 가면 갈수록 점점 간추려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앉자마자 시킨 커피는 이미 바닥이 났지만, 각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눈은 더 초롱초롱 해 지고 있었습니다.
- 피알원 디지털 마케터 김규환-
규환님이 가지고 온 브랜드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꼭 경험 해 봤을 브랜드, Airbnb였습니다.
2008년 시작된 Airbnb는, 여행지에서 단순히 숙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여행자가 현지 사람들의 생활와 문화를 더 밀접하게 경험하길, 정말 "살아보길" 바라며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워낙 airbnb에 대한 경험들을 각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체코에서 맘씨 좋은 할머니 댁에 묵은 경험 등 모두 airbnb를 통해 겪은 값진 시간과 여행기를 나누었습니다. 필자 역시 브루클린에서 airbnb에 투숙을 할 때 모든 간판 등이 히브리어로 되어있는 하시딕 유대인들 동네 (심지어 이 동네에는 법원도 따로 있고, 히브리어로 재판을 한다고 하네요)에서 묵어 별 생각 없던 뉴욕 여행이, 너무나도 진귀한 문화체험이 되었던 적이 있었지요.
다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airbnb에 대한 우려사항, 혹은 문제들 역시 있지요. 예를 들면 일본 숙소 호스트의 자살 사건, 몰래카메라, 그리고 최근 캘리포니아 지역 호스트의 인종치별까지. 호스트에 대한 모든 것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 역으로 호스트 역시 게스트를 생각했을 때 마찬가지라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이 있을 때 대책 부제, 그리고 느린 피드백 등의 문제점 역시 노출 되고 있지요.
Airbnb는 올해 초 10억불 정도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여 점점 더 확장하고 있습니다. 단순 숙소 제공을 떠나 현지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여행업계의 파라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요
성장을 하는 동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문제에 있어서도 보다 발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콘텐츠화를 통해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노출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여러나라 다니는 나라-
필자인 저, 나라는 제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하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충성심이 높은 브랜드 Repetto를 소개하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플랫은 해당 브랜드의 플랫만 신습니다. 특유의 착화감과 발이 담긴 모양을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지요.
레페토는 '발레'라는 DNA를 가지고 시작한 브랜드 입니다. 1947년 로즈 레페토가 무용수인 아들 롤랑 쁘띠를 위해 만든 토슈즈로부터 비롯된 브랜드이지요. 무용수의 움직임, 유연함을 그대로 신발 구조에 적용하여 발레리나들을 포함한 무용수들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슈즈로 거듭났습니다.
레페토는 이를 토대로 일반인들을 위한 플랫 슈즈를 만들기 시작했고, 발레라는 근본은 계속 유지를 하였습니다. 원칙을 고수하는 이 브랜드는 퀄리티가 조금이라도 떨어질까 외부 공장 증설이나 하청업체를 절대 주지 않고 '완벽한 품질의 신발'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매진했지요. 연 백만 여켤레가 넘게 팔리는데 아직도 이런 식으로 생산한다고 하니 말을 다 했지요?
심지어 프랑스의 유수 공과대학과 방음형 토슈즈 개발까지 연구하여 소음이 61%나 줄고, 이러한 품질 개선으로 인해 현재 토슈즈가 한 켤레당 20유로씩 손해가 나고 있으나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인 즉슨 "프로무용수를 위한 신발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며, 무용을 기반으로 해 브랜드의 성장을 일궈냈기 때문에 앞으로도 무용수을 위한 영향력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이기 때문이지요. 정말 너무 멋있지 않나요?
또한 우아함을 유지하돠 편안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레페토를 보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것은 '프렌치 시크'입니다. 제인 버킨, 세라뷰 갱스부르, 브리지트 바르도 등 유명한 프렌치 셀럽들이 애용하는 브랜드 레페토. 우리 나라 역시 보자마자 "한국 스타일"이라고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았으나 피드백은 우울했습니다. 노브랜드가 한번 더 언급된 건 비밀이에요.
-글씨쓰는 기획자 그레이스-
그레이스님은 1969년 탄생한 재즈 기반 크로스오버 전문 레이블인 ECM 편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세계 유수의 재즈 뮤지션들은 음악의 기교나 시대적 구분보다도 장르를 초월해 음악 자체에 담긴 정수를 ECM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한다고 하네요. ECM은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The most beautiful sound next to silence)"라는 모토에 맞게, '소리의 질'을 최우선으로 삼고 최상의 사운드를 구현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각적인 예술성을 중시하여 앨범 재킷과 커버에는 앨범에 담긴 곡과 긴밀하게 연결한 그래픽을 구성하며, '눈으로 듣는 음악의 새 지평'이라는 평을 듣가도 한다는데요. 실제 ECM 을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점이,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이 앨범에 어느정도 반영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레이블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팻 메쓰니, 키스 자렛 등이 있답니다.
이 브랜드의 대표적인 가치는 통제와 진중함, 그리고 완벽한 소리의 구현이라고 하네요. 어쩌면 고집스러움일 수도 있겠지만, 몇일 전 읽은 기사에 나온 고래의 이빨을 찍기 위해 20년 이상을 바다 위에서 사진을 찍은 포토그래퍼처럼, 예술인에게는 이러한 고집, 숭고함, 믿음이 꼭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음악을 단순히 듣는게 아니라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ECM, 단순 청각의 가치를 넘어선, 오감을 충족시키는 레이블인 ECM 이야기를 하며 매우 숭고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레이스님은 음악을 '총체적인 경험'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본질적으로 '소리'에 더욱이 집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 생각을 한번 더 해보셨다고 합니다. 또한, 브랜딩, 마케팅, 프로모션의 힘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브랜드가 얼마나 될까. 그 가치를 알고 오래도록 팬으로 남게 만드는 것, 브랜드가 추구하는 진정성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하셨지요.
우리는 오랫동안 가치있고 사랑 받는 브랜드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두 고집 그리고 진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공통적인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매거진 B가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한 브랜드를 면밀히, 깊게 판다는 것, 그 이야기를 담담히 전달한다는 것, 쉽게 변치 않고 계속 그렇게 한다는 것, 그 것 역시 쉽지 않겠지만 그렇기에 우리 마케터들은 모두 매거진 B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알게 되는 것 뿐만 아니라, 덕분에 내가 왜 이 브랜드를 사랑하는지 재확인 할 수 있는 경로이기도 하구요. 다만, 한 브랜드가 다루어졌을 때 그 경쟁 브랜드에게도 똑같이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지 등은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게 형평성 있게 심사가 되고 추진 되는지 역시 궁금해졌어요.
여하튼 우리는 모나미 같은 철학이 깊은 한국 브랜드 역시 매거진 B를 통해 만나고 싶단 말로 대화를 마쳤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여태 매거진 B에서 다룬 한국 브랜드는 화요 딱 하나더라구요. 매거진 B에서 한국 브랜드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고집과 철학이 견고하여 오랫동안 사랑 받는 한국 브랜드 역시 업계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합니다.
그럼, 책을 한번씩 더 읽고 함께 주옥같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 준 #이름없는스터디 에 감사 말씀 드리며, 9조의 이야기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