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마케터 #먹고사니즘 #수익모델 #크몽
프리랜서이자 사업자를 가지고 활동한지 올해로 8년 차. 중간에 업종도 바꾸고 폐업도 하면서 8년 동안 오로지 나의 힘으로 먹고살았다. 물론 한 달에 13만원을 겨우 벌었을 정도로 비참한 시기를 겪었지만, 세상의 모든 마케팅 업무(블로그, 인스타, 보도자료 등)를 다 하는 SNS 마케터에서 카드뉴스 콘텐츠 제작 및 콘텐츠 마케터로 포지션을 정리하며 조금은 숨통 트이는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고민은 매우 한결같다.
첫번째 고민,
SNS 채널로 먹고사니
SNS를 자유롭게 할 수가 없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냥 나는 마케터 특유의 성질인 '관종'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페이스북이라는 내 SNS 채널을 열심히 운영했을 뿐이었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공유했고, 왜 반응이 좋았는지 분석하는 글을 꾸준히 올렸을 뿐이다.
이런 글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선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곧 그들은 나에게 새로운 일을 주는 클라이언트로 관계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팔로워가 2천명이 넘고 난 후부터는 나는 내 페이스북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가 없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사람들은 내 콘텐츠에 자신들의 의견 또는 평가를 더하기 시작했고, 그런 것들이 어느 순간 스트레스 상태로 빠지게 만들었다.
이제 페이스북에서 이은지라는 이름의 내 계정은 내 것이 아닌 하나의 채널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보면 운영해야 하는 외주 채널 같은 부담감도 생겼다. 물론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나려고 지금 하는 일들과 준비하는 뉴욕 프로젝트, 일상 이야기를 올리고는 있지만 올릴 때마다 조바심이 든다. 이것이 콘텐츠 제작자로서 올려도 되는 글인지 자체적으로 검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웬걸, 매번 반응이 좋은 콘텐츠들은 즉흥적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반응이 좋았고 주변 사람들의 응원을 받게 된다. 내 안에 많은 갈등과 싸우지만, 외부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평가와 조언에 부담감을 느끼지만, 결국 나라는 사람의 삶과 사고방식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콘텐츠가 반응이 좋다. 그걸 알기 때문에 더욱더 SNS가 두려워진다.
정리하자면 해결할 수 없지만 나의 고민은 이렇다. 지금까지처럼 꾸준히 내 색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올리고, 그런 나를 좋아해주는 소수의 클라이언트와 함께 할 것인지, 또는 외부의 시선을 고려해 양질의 콘텐츠만 선별해서 올리고 지금처럼 인스타그램만 감정 쓰레기통으로 활용할 것 인지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나 같은 콘텐츠 제작자들은 모두들 감정 쓰레기통으로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인스타는 비공개로 돌려 자신의 스트레스 상태를 표현하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페북과 인스타는 전혀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한다.
얼마 전 오디오 클립을 녹음하며 4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숫자만큼 더 큰 스트레스가 온다고 말했다. 무섭고 두렵다. 또 한편으로는 어서 나만의 콘텐츠로 내게 열광하는 팬들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요즘 들어 페북의 인플루언서분들이 뜸하게 콘텐츠를 올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같은 마음 아닐까? 내 이름을 걸고 하는 내 SNS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 그런-
두번째 고민,
콘텐츠 제작자의 업무를
자동화 할 수는 없을까?
말이 안 되는 고민이긴 하다. 하지만 고민과 실험 속에 답이 나온다고 믿는다. 작년 하반기 한 회사만을 위해 카드뉴스 콘텐츠를 제작하며 느낀 점은 '집중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5개까지 카드뉴스를 마구 만들어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질보다 양을 우선으로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반응이 평타 정도면 나쁘지 않았고, 얻어걸린 콘텐츠들이 반응이 좋으면 그것도 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관종'의 마음을 채울 수는 없다. 관종은 오로지 하나의 콘텐츠를 고민하고 기획하고 설계하고 씨름하고 공들여 만들고, 마침내 이 콘텐츠가 올라가 반응이 좋았을 때 1초에 한 번씩 새로고침을 누르며 새로운 댓들이 달릴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그 따봉에 대한 희열이 콘텐츠 제작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마약 같은 매력이다.
단점은 일주일에 단 하나의 콘텐츠를 출산하면서 세상 모든 에너지를 단 하나에 집중할 때, 그리고 그 결과물이 SNS에 올라갔을 때 감격과 동시에 공허함이 공존한다는 것 이다. 공허함은 반응이 좋지 않아서 오는 결과론적인 감정이 아니라, 단 한 번의 결과물로 나의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목표를 계속해서 쫓고 반복해야 한다는 것에서 오는 감정이다.
물론 반응이 좋을수록 기분이 좋고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고, 역시 나는 아직 죽지 않았어 라는 자신감을 안겨주지만 반대로 끊임없는 자기 증명과 싸워야 한다는 고집이 나의 에너지를 쉽게 고갈시켜 버린다.
그래서 매번 같은 고민을 한다. 콘텐츠 제작 업은 공들일수록, 시간을 쏟을수록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이것은 본인이 직접 실험했고, 결과가 너무 뚜렷했다. 문제는 성과에 대한 집착 때문에 과정을 즐길 수 없다는 것에서 온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위해 매번 새롭게 창작해야 하고, 마치 반 고흐가(이렇게 비유해도 되나 싶지만) 경매에서 매번 엄청난 액수로 낙찰되야만 하는 작품을 일주일마다 만들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
나의 고민은 단순히 이 모든게 스트레스야 라는 것보다 과정을 즐기고 싶지만, 잘 되지 않아서 힘든 점. 때문에 과정을 즐기기는 어려우니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온다. 물론 말미에 언급했지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보다 즐기는 방법을 생각하고 싶은데 고집과 집착은 타고난 본성이다 보니 방법이 도무지 찾아지지가 않는다. 이러다 암 걸려 죽을 것 같다.
세번째 고민,
마케터의 수익모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는 관종이어서 단지 그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10대 후반부터 SNS에서 자유롭게 뛰어놀았다. DAUM에서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고, 정치색 진한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고, 심지어 20대 초반에는 하루에 몇시간씩 매일 아프리카 TV를 하기도 했다. 이후에 오프라인 행사 기획, 온라인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하다가 도저히 뭐든 다 해내는 출중한 SNS 마케터라는 포지션을 감당할 수가 없던 와중에 카드뉴스 콘텐츠 제작 업무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유는 단 하나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반응이 좋으니 '관종'으로서의 나의 스테미너가 마구 올라갔기 때문이다. 대체로 관종은 꼭 자기 얼굴을 내걸고 활동하면서 따봉을 받는 것만 즐기는 건 아니라고 본다. 무조건 내 손에서 창조된 모든 것이 사랑받는 것. 그것이 관종이 생각하는 관심의 주체이다. 카드뉴스를 만들던 초기에 고작 100명의 구독자가 있는 채널에서 100만 도달이 넘는 콘텐츠가 탄생했을 때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콘텐츠를 만들게 됐고, 끊임없이 더 잘 만들고 싶은 욕망을 안고 달렸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카드뉴스만 제작하며 먹고사는 포지션을 갖추게 되었다.
하나의 작은 분야에서 나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후로 출판 제의와 무수한 강연을 제안을 받게 되었으니. 내 수익모델은 대형 외주 1건과 강의, 그리고 콘텐츠 상품화 및 트래픽 수익이다. 외주를 통해 주수익이 발생하고 그 외에 다른 기타 업무들로 부가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여전히 고민이 많다.
업 특성상 프리랜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고, 이번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그다음 달에는 뭐해먹고살아야 할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기가 막힌 건 한건의 대형 외주를 소화하고 나면 최소 2~3달간은 푹 쉬어줘야 그다음 일이 하고 싶어 진다는 점이다. 아마도 모든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일까? 에너지를 나눠서 골고루 분배해 사용하고 싶지만 잘 안된다. 그래서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불안정한 미래, 예측할 수 없는 막연한 상태에 항상 놓여있기 때문에 나의 고민은 한결같다. 어떻게 해야 내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본인이 부가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중에는 '크몽'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크몽에 특정 재능 또는 상품을 올리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검색해서 구매하는 구조인데, 얼마 전 크몽의 대표님께서 재미있는 사례를 SNS에 올려주셨다.
연애, 사업 등을 점 쳐주는 재능이 한건에 5만원에 올라왔는데, 무려 400건 이상 판매된 것이다. 놀랍게도 점괘가 잘 나오지 않은 경우 부적을 써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추가로 비용을 내면 부적을 받을 수가 있다. 크몽 대표님께서는 '모든 재능은 온라인화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아직도 내가 가진 재능을 어떻게 온라인과 연결하여 지금보다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가 지속적인 고민이다.
물론 카드뉴스 템플릿으로 첫 달에만 해도 몇십만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고 지금도 꾸준히 한 달에 10~20만원정도 수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더 큰 재능, 더 많은 사람들을 소화할 수 있는 나만의 재능을 찾아 상품화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얼마 전 퍼포먼스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계시는데 크몽에서만 한 달에 400만원까지 수익이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 둘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면서도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어떤 점인지 물었더니 "우리는 자고 있을 때도 수익이 들어오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잖아요."라고 답하셨다.
맞다. 나의 고민은 내 노동에 비례해 수익이 발생하는 것 이 아닌, 한 번의 집약된 노동이 상품화되어서 추가로 힘들이지 않고도 수익이 발생하는 방법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자고 있을 때도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 쉽겠나? 어렵지. 하지만 이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듯이 나는 해보지 않은 일, 불가능한 일들에 도전할 것이고, 그 도전은 결국 목표하는 바에 도달하는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 과정 속에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겠지만 결국은 해낼 것이라고 나 자신을 믿어본다.
글쓴이 : 이은지
카드뉴스 콘텐츠 제작자이며 페이스북에 미친 사람. 콘텐츠 관종.
일 년 중 한 달은 내가 꿈꾸던 일에 도전하는 프로젝트의 여왕(?)으로서 올해는 뉴욕 한달살기를 준비하고 있다. (매번 도전하기도 힘들지만 멈출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