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저장' 글이 쌓여간다
오늘은 저장하지 않고 막 써보는 용기를 내본다
글 제목과 날짜를 쓰고
요약된 마음을 한 두줄 정도만 입력한 뒤
임시 저장을 눌러버린다.
좀처럼 혼자서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은데,
출퇴근하는 것만으로도 매일이 벅차다.
그보다도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이 마구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보니 오늘의 경험을 글로 발행했다가 내일의 내가 그 글을 쪽팔려하고 후회할 것 같아서 두렵다.
먼발치에서 봤을 때 '일정한 흐름의 길을 걸어온 이야기' 라거나, '어제의 나를 딛고 오늘의 내가 되는 과정'을 담고 싶은데, 나의 매일은 들쭉날쭉이다. 하나의 대상을 대하는 마음이 매일 달라지다보니 일상의 순간에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과 기분을 기록하는 게 어렵다. 분명 이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는 내가 '지금' 느낀 것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공감을 주고받고 싶어서였는데, 내가 나를 믿지 못하니 솔직한 글쓰기가 될 리 없다.
제목과 간단한 내용을 한두줄 쓰고 임시저장을 누를 때면 '내일, 모레, 일주일 뒤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또는 옳다고 느끼는' 내용이라면 완성해서 쓰겠다고 스스로 이상한 검열(?)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이어서 작성하지 못한 글이 99%이다.
내가 쓰고 싶었던 이유는 나를 털어놓고 싶어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서 인데,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이 날 어리석다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마음이 지배적이다. 내가 가진 고민은 누군가에겐 이미 겪고 해결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한다고? 수준이 낮네'랄지,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생각한다고? 이상하네'랄지.
하물며 '이 글은 의식의 흐름대로 썼나보다. 기승전결이 엉망이네' 라거나 '배울점이 없는 무의미한 글이다'라거나.
나는 나도 모르게 지꾸 완성된 인간의 관점에서 나를 무시한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무시한다. 좀처럼 어제의 내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오늘의 나는, 그저 내일의 나에게 있어 비난의 대상일 뿐인지도 모른다.
정말 하루하루 나날이 성장하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반성할 수 있는거라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내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뭉개기 위한 임시저장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은 이런데, 내일 달라지면 어쩌지?
오늘은 오늘대로
내일은 내일대로 하자
오늘은 오늘대로 발행해주자.
230123 잠들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