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두서없음

by noname

그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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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주 전, 코로나 판정을 받았었다.

밥도 약도 잘 챙겨먹었으니 나을 법도 한데 여전히 후유증이 있는 듯 하다.

멍하고 코가 막히고 기운이 없고 미열이 있다.


'쉬지 못해서 그래요' 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쉴 수가 없었다.

지금 처한 현실이 정말 문제일지 과도한 책임감이 문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얼마 전 아픈 내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고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부모님은 나를 이렇게 추하게 살라고 키운게 아닐텐데,

어쩌다가 나는 이렇게 아프고 추하고 볼품없는 인간이 되었을까.


자기연민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사진 속 사람은 정말 불쌍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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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든 작든 실수든 이슈든 뭔가가 발생해서

클라이언트의 컴플레인을 받으면 나는 쭈그러든다.

연신 사과해도 그 죄는 사라지질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못한 사람으로의 마일리지만 쌓인다.

죄를 면하기 위해 뭔가를 잘해줘야하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내 마음 속에서 나는 씻을 수 없는 죄인이다.

내가 없으면 클라이언트도 팀원들도 다 괜찮을꺼?

역시 진작 죽을걸 그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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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상담을 받고있다.

(받는다는 표현은 이상하고, '다닌다'가 맞을까..)


아프지만 주말에 일을 해야할 상황에서

상사에게 쉼을 허락받아야할지, 아니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을 통보해야하는지 고민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책임감에 괴롭다고 말했다.

더 이상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시금 내 지난 인생이 잘못되었고,

앞으로도 나아지지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겨누고 있는 화살 앞에 벌거벗은 모습

벼랑 위에서 등떠밀릴 뿐 아무것도 없는 상황밖에

그려지질 않았다.



"만약 인생이 잘 된다고 생각했다면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던가.

나는 현재를 불행하게 여기지만

막상 행복조건이 무엇인지 전혀 말하지 못한다.

나는 뭘 해도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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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적이나 외부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어린이였고 학생이었다.

우리 집은 나에게 성적을 강요한 적이 없었다.

아빠도 '말괄량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라고 카드를 써줬을 뿐이다.


그러던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엄마를 잃었다.

엄마는 위암이었고 병원에서 병을 판정받은지 1달만에 돌아가셨다.

당시엔 아무렇지 않았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도 가능했다. 아무렇지 않았던 같고 사실이다.


그 이후 엄마가 없어도 다른 애들보다 잘 살고 있음을 증명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노력했지만 그 또한 허무한 몸부림이었음을 깨달았고, 허무함에 빠졌다.

나아지려는 노력도 했지만 쉽지않고 지금도

허무함과 탈출구를 찾는 노력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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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른사람보다 잘되고자 하는 노력을

안하던 때로 돌아가야 해요. 그런 마음이 없던 때로

돌아가야해요. 난 원래 그런 애가 아니었어요.

이사하지 말았어야 했고 떠나지 말았어야해요

엄마가 돌아가시는 일이 일어났으면 안됐어요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그랬으면 안됐다고,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안됐다고

생각해본적도, 그래서 말로 뱉어본 적도 없었다.



엄마가 있다고 세상 달라지진 않았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 엄마가 있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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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행복해지면 엄마를 잊을 것 같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나는 기억이 안나지만

의사에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빠한테도 재혼하지말라고 했었다.

엄마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겼다.


일이 바쁘면 슬픈 일에 대해 잊고 눈앞의 사고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팔린다.

한편 불행한 것이 나의 죗값을 치르는 것이다.

이 2가지면 나는 행복을 찾을 수 없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죽고싶었지만 여태 죽지 못해서 죽는것도 포기했다.


아빠는 20년 내내 엄마의 영정을 안방에 모시고

본인은 거실에서 잠을 잔다.

아빠가 재혼했다면 행복했을까?

나도 괜찮아졌을까?



잘 모르겠다.


의사는 내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줬다.

나는 상실감에 대한 정의와 느낌을 이제서야 연결할 수 있었다.

흔한 상실감과 그로 인한 죄책감이 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것이다.



2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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