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난 Mar 09. 2021

Daughters of Destiny

희망의 딸들

1세계 감독의 눈으로 찍은

3세계 소외계층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은

너무 편하거나 너무 불편한 경우가 많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납작하게 희망적이거나 동정적이어서

그러지 않을까


우연히 보게 된 넷플릭스 다큐 <희망의 딸들>의

원제는 <Daughters of Destiny>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Vanessa Ruth가

7년동안 인도를 오가며 찍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아주 느릿하고 두툼하게

좌절로 한보 희망으로 한보, 좌절로 후퇴 희망으로 전진을 오가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전해줬다


배경은 인도의 벵갈로르에 위치한 기숙학교 '샨티 바반'.

뉴욕에서 공부하고 사업으로 성공한 인도인, 조지 박사는

사업체를 정리하고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고향으로 귀국한다

그리고 불가촉천민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다

해마다 4살 어린이 14명(성비 동일)을 입학시키고

이 학교를 졸업해서 대학에 가고 직장을 얻을 때까지

모든 물리적, 정신적인 것들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10년 후... 이 학교와 교장의 비리가 밝혀지고...이런 서사 너무 흔해서 때탄 나는 보는내내 두근거렸는데 아직까지는 별일없다...


대부호에서 빈털털이가 되는 동안

조지 박사와 아들 아지트의 꿈은 하나,

교육을 받아 경제적 자립을 한 아이들이

가족을 부양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돕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지식과 부의 "sharing"이 이 학교에 모인 모두의 목표가 된다


조지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이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부와 행복만을 위해 산다면 이 프로젝트는 실패한 것입니다.

저는 실패한 것이에요."



학교는 현실과는 단절된 곳

남녀차별이 없고 빈부격차가 없고 무시가 없고 노동이 없고 엄마도 없다

그 대신

친구가 있고 선생님이 있고 성적이 있고 경쟁이 있고 엄청난 압박감이 있다


엄마가 보고싶어 울던 아이들은

일년에 두번씩 집으로 휴가를 가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고향집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된다


나는 가족들과 고향사람들이 경외하고 질투하는 이방인이니까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잘하는 사람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여자이면서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니까


학교는 아이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도록 둔다

결국은 그곳에서 살아갈 아이들이

현실을 그대로 보고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어린 씨앗들이 어른 씨앗이 되는 동안 당연하게도

어떤 씨앗은 공부를 좋아하고 어떤 씨앗은 공부가 어렵고

어떤 씨앗은 시험을 통과하고 어떤 씨앗은 낙제를 하고

어떤 씨앗은 변호사가 되고 싶고 어떤 씨앗은 가수가 하고 싶다

하지만 모두들 한 목소리로 몇번이고 몇번이고 말한다

돈을 벌어서 엄마를 쉬게 할 거에요.

돈을 벌어서 가족을 부양할 거에요.

돈을 벌어서 사람들을 도울 거에요.


그래서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이 다큐가 다른 나라, 다른 사람에게 기록되어 알려졌다면

이 다큐의 마지막은

스스로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한 졸업생의 목소리로 마무리 된다


기록 당하는 사람에서 기록하는 사람으로의 성장,

목소리가 없는 사람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의 성장,

가족부양을 목표로 교육 받았지만

아이들은 상상력을 배웠다


나는 이 다큐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

저희 친척들은..

특히 저희 할아버지는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물어보세요

집에 와서 일하는 게 나은데 왜 학교에 가느냐고요

학교는 아무 쓸도 없대요

가족 모두 제가 여자니까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여기에서 공부하는 건 쓸모없다고 생각하죠

구세대는 여자들이 열등하다고 생각해요

여자들이 학교에 가면 반항할 거라고 여겨요

그래서 도전과제가 생겼어요

나중에 엄마를 잘 돌봐서

절 입학시킨 엄마가 그 사람들보다 낫다는걸 보여주자구요



-

우리 자매의 유일한 차이는 교육여부에요

동생이 샨티바반에 갔을때 너무 보고싶었지만

동생이 영어를 배워서 정말 기뻤어요

저랑 엄마가 영어를 잘못 말하면

동생이 바로잡아 주거든요

다른사람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동생은 저한테 많을걸 가르쳐줬어요

다음 생에서 엄마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동생은 같았으면 좋겠어요



-

난 더욱 더 강해지고 내 믿음은 더 명확해졌습니다

조지 박사님은 샨티 바반의 목표를 다시 한번 말씀해주셨어요

샨티바반에 있는 건물, 정원같은 멋진 환경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샨티바반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중요하지않습니다

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건 우리가 아닙니다

중요한건 그 모든 것이 햡쳐져서 이뤄내는 성과입니다

그 결과, 얼마나 자신의 삶이 변화하고 가족을 잘 부양하며

타인을 포함해 평등과 진실, 관용, 연민이라는 이상을 위해 뭘 해내는지가 중요하죠

이 모든건 결국 인류애와 연결돼있습니다



https://www.netflix.com/title/80092926


매거진의 이전글 옳고 그름에 대한 토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