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19살까지 대한민국에서 살았다면 정말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학교는 일단 시험을 보게 해서 성적대로 학생들을 줄 세운 다음, 대학교에 안 가면 큰일 날 것처럼 사회적 압박을 가하고 대학교 진학을 부추긴다. 그렇게 19년간 찾지 못했던 나의 진로는 순식간에 결정됐다. 수능을 보고 그다음 주, 담임 선생님과 진로상담을 했다. 그녀는 나의 학생부 성적과 수능점수, 그리고 대학교 합격선 표를 보면서 무심히 말했다.
"너는, 물리치료 학과에 가는 게 어때?"
"물리치료 학과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학과가 선생님 입에서 튀어나오자 어리둥절하며 그게 뭐 하는 학과인지 물었다.
"점점 고령화 사회에, 이런 의료 관련 쪽 분야는 취직이 잘 될 거야"
그렇게 나의 인생을 좌우하는 대학 진학 선택이 끝났다.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은 결정이었다. 학창 시절 내내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고 '욕창 민현'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공부했지만, 성적은 공부량보다 훨씬 못 미쳤다. 물리치료라는 분야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진로상담 이후 호기심이 생겨 별 고민이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비록 물리치료사가 되고 싶어서 진학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 생활이 너무나 즐거웠고, 졸업 후 내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지금도 물리치료 학과 선택은 참 잘했다고 항상 생각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정확히 5년 후, 나는 물리치료사가 되었다. 대학과정 4년과 휴학 1년까지, 나는 2015년 졸업을 하고 병원급의 규모 있는 한방병원에 바로 취직할 수 있었다. 대학 진로상담을 해주었던 담임 선생님 말씀대로 취직은 정말 누워서 떡 먹기였다. 대학병원은 아니었지만 나름 내가 가고 싶은 병원이었고 다른 학과에 진학했던 고등학교 동창들에 비해 돈도 빨리 벌기 시작했다. 너는, 물리치료학에 가는 게 어떠냐며, 내 점수를 보고 수준에 맞는 학교와 전공을 알려줬던 담임 선생님은 알고 있었을까 자신의 말 한마디로 학생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고3 담임이라는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알 수 없다. 그것 또한 극한 직업이다. 내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은 물리치료를 하지 않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물리치료학과에 간 것을 후회해본 적은 없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자석처럼 조금씩 운명의 방향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자신이 가야 할 길로 가게 되어있다. 모든 선택은 당신 스스로가 한다. 남을 탓하고 한탄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다. 그것 또한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다. 또한, 내가 원했던 길이 아니었더라도 사실 이런 꼴 저런 꼴 다 보고 살아야 뭐가 나한테 최악인 꼴이고 무엇이 내게 행복을 주는 꼴인지 알 수 있다. 직접 보고 듣고 느껴야만 내가 느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것은 남이 느낀 것을 간접적으로 듣기만 할 뿐이다. 자, 이 꼴 저 꼴 다 보자. 많은 꼴을 볼 수록 결국에는 나한테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자.
근데 이렇게 말하는 나도, 사실 남 탓하지 않고 항상 긍정적로만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역시 너나 나나 똑같다.
나나 너나 똑같다면 내가 한 것처럼 당신도 할 수 있다.
나는 특별하지도 똑똑하지도 특출 나게 예쁘지도 그렇다고 성격이 그렇게 착하지도 않다.
지극히 평범한 내가 어떻게 세계여행을 했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지금부터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