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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세요. 안아드리세요.

오스트리아 - 비엔나

by 너나나나

안아주세요. 안아드리세요.

오스트리아, 비엔나

오스트리아 비엔나 하영 언니 집에서 지낸 지 한 달째다. 평소 잠이 많은 하영 언니가 일찍 일어나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미역국이다. 작년 생일에도 먹지 않았던 미역국을 낯선 땅 오스트리아서 맛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미역국을 먹으면서 오늘 뭘 하면 내 생일을 특별한 날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집에 있는 상자를 활용하여 FREE HUGS라고 글씨를 쓰고 그 아래 '7월 10일, 오늘은 저의 생일입니다'라고 영어로 적었다. 피켓을 만든 후,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슈테판 성당을 찾아갔다. 성당 입구 앞 중심거리에 서서 용기 있기 피켓을 들고 프리허그를 시작했다.

사실, 스무 살이 되던 해, 스무 번째 생일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 명동에서 혼자 프리허그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내게 의미도 모르면서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대 놓고 비난했고 상점 주인들은 자신들 가게 앞에서 비키라며 화를 냈다. 그러한 질타를 받으면서도 프리허그 계속했던 이유는 말없이 와서 따뜻한 포옹과 함께 힘내라고 멋지다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 포옹을 하면서 딱딱하게 얼어있는 우리 사회에도 아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느꼈던 하루였다. 난 그날의 추억을 세계 여행하는 중에 재현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오늘, 세계여행 중 맞이하는 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갔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외국인들은 진심 어린 말로 생일을 축하해주었고 나의 안녕과 건강을 빌어주며 진정성 있는 포옹을 해주었다. 프리허그를 했던 이유는 생일을 위한 나만의 이벤트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남은 세계여행 일정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마치라는 응원과 긍정적인 기운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몇 시간 동안에만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 7명을 만났고 방금 처음 본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고 진심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축하해주었다. 내가 끝까지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날의 긍정적인 기운 덕분이다.

포옹은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있는 사람을 꼭 안아준다면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아도 힘든 것은 함께 아파해주고 좋은 것은 같이 더 기뻐해 줄 수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고 언제나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괜찮다고 격려해주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주는 것.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다. 내 아이는 안아주고 뽀뽀도 많이 해주면서 정작 당신의 배우자, 부모님, 형제에게 따뜻하게 포옹을 해 준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나 나는가. 내 가족을 안는 것도 어색하고 쉽지 않은데 남을 안아주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아기는 엄마나 아빠가 안아주면 포근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그것처럼 엄마나 아빠도 누군가가 안아줘야 한다. 우리 가족부터, 오늘부터 한 번씩 안아드리면 어떨까. 상대방이 왜 그러냐며 징그럽다고 떨어지라고 말하신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 사람을 한 번도 이전에 그렇게 안아줘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냥, 말없이 안아서 등을 토닥여주자. 상대가 이유를 물어온다면, 대답하면 된다. '그냥, 안아주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말없이 나를 안아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 비싼 선물이나 돈을 받는 것보다도 진짜 사랑해주는 마음을 포옹으로 전달받을 때, 너무나 행복하다. 물론 선물과 포옹을 같이 받으면 더 좋겠지만 선물만 주고 마음이 없다면 그것보다 더 초라한 선물은 없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정말 행복한 생일을 보냈고 죽을 때까지도 잊지 못할 것이다.

안아주세요. 그리고 안아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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