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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개미와 같다

미국- 그랜드캐년 노스림 (Grand Caynon North Rim)

by 너나나나

인간은 개미와 같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 노스림 (Grand Canyon North Rim)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림(South Rim)을 투어로 다녀온 이후, 이집트 다합에서 만났던 허송 부부와 함께 그랜드 캐니언 노스림(North Rim)을 렌트 차량을 차고 로드트립으로 다녀왔다. 겨울에는 눈이 내리거나 길이 위험할 수 있어서 차량 진입이 불가하다고 하여 겨울 시즌이 되기 전, 서둘러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그랜드 캐니언 (North Rim) 장거리 자동차여행 (Road Trip)

*여행 기간 : 1박 2일 2018. 8/9- 8/10

*비용 : $453 (3인) -> 인당 151달러

*일정 : 첫날 - Zion Canyon / 둘째 날 - Grand Canyon (North Rim)

*특징 : 북쪽의 모든 시설은 5월 15일~10월 15일 사이에만 운영함. 10월 이후에는 눈이 와서 공원 출입이 폐쇄됨

노스림(North Rim)에 가기전, 자이언 캐니언을 들렀다가 저녁 시간에 맞춰서 예약한 야영장에 도착했다. 노스림에서 가까운 야영장이나 산장은 이미 예약이 전부 버려서 할 수 없이 우리는 노스림에서 거리가 조금 있는 야영장으로 예약해야했다. 저녁을 대충 먹고 동전이 없어 동전 샤워실을 이용하지 못한 채 물티슈로 대충 얼굴과 몸을 닦은 후 허송 부부는 텐트를 치고 밖에서 잤고 나는 차 뒷좌석에 몸을 구기고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였다. 30분 이상을 달려 5시경, Point Imperial Trail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약 1시간 이상을 차 안에서 기다리다 보니 6시가 넘어서야 조금씩 해가 얼굴을 드러내었다. 여름이었음에도 새벽 날씨는 어마어마하게 추웠고 강하게 부는 바람 탓에 몸에 두르고 있던 담요는 하나 마나였다. 그렇게 추위와 싸우면서 밖에도 못 나가고 차 안을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하던 중, 저 멀리 구름 뒤로 가려져있던 해가 얼굴을 빼꼼 내밀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때부터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는데 그랜드 캐니언을 환하게 비추며 노란 지질층에 햇빛이 반사되면서 금싸라기 같은 햇빛 보석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금싸라기 일출은 내 마음까지 일렁이게 만들었고 이 세상 어딜가도 찾아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속에서 나는 말을 잃었다. 노란, 빨간, 주황 그저 그런 빛이 아니라, 말 그대로 황금빛이었다. 앞으로 남은 나의 나날들이 저렇게 금빛으로 빛났으면 좋겠다고 생각 하면서 황홀함과 경이로움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적 같은 넋이 나간채로 멍하니 바라봤다.더 가관인 것은 일출이 진행됨에 따라 황금빛이 붉은빛으로 바뀌면서 세상을 점점 물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살을 애일듯한 추위에 담요로 꽁꽁 싸매고 있었지만 내 심장 한편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자연에 비하면 사람은 한없이 작은 존재임에 불과하나 작은 불씨가 세상을 삼킬 만큼 큰 불길로 타오를 수 있다는 사실. 오늘 내 생에 최고의 일출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가리라 다시 한번 더 다짐했다. 일출이 끝난 후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제대로된 풍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사우스림에서 보던 노스림의 단조로운 단면보다 노스림에서 보는 사우스림의 역동적인 지질층 단면이 훨씬 입체감이 살아있어 멋있게 다가왔다.

천국에서의 낮잠

임페리얼에서 일출을 본 후 방문자 센터이자, 우리가 예약하지 못했던 바로 그 산장으로 들어 왔다. 새벽에는 살을 어미는 추위로 우리를 괴롭히더니 해가 떠오르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점점 날이 뜨거워져 전부 태울 것만 같은 강렬한 햇빛때문에 더위와 싸워야했다. 다행히 산장 로비에는 마치 영화관에 앉아 스크린을 보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대형 소파들과 유리 벽이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스림에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벽면 전체가 유리로 된 대형 창 덕분에 실내에서도 밖을 볼 수 있었고 풍경을 향해 각각 배치된 긴 소파들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좌우에 출입문이 열려있었기에 시원한 바깥바람이 들어와 실내를 시원하게 해 주었고 우리 셋은 그대로 소파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은 채, 1시간가량 낮잠을 잤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움직였기에 모두 피곤했던 모양이다. 시원하고 편안한 이곳이 정녕 천국이란 말인가.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 (Bright Angel Point)

파란색 겉옷을 입은 덕에 옷과 머리카락과 함께 파란옷이 바람에 날려, 더욱 입체감이 살아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우스림에서 바라보던 경치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노스림에서 보는 풍경은 지구가 격렬하게 숨을 쉬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해가 중천에 다다르자 세상은 파란 물감을 뿌려 놓은 듯했다. 내 두 눈으로 이 장관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소름이 돋으며 이세상에 태어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North와 South Rim을 모두 다 보고 나서야 그랜드 캐니언 규모에 대해서 조금 실감이 갔다. 불과 지난주에는 저 멀리 보이는 반대편에 서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곳에서 저곳을 보고 있다. 어떻게 세상에 이런 규모의 협곡이 존재할 수 있는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너무 광활해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세월의 규모가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몸 둘 바를 모르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노스림과 사우스림의 차이 (North vs South)

콜로라도강으로 그랜드 캐니언의 깊이가 형성되고, 측면 하천 침식은 협곡의 폭을 제공했다. 이는 특히 북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 풍경은 갈라진 협곡, 바위섬, 그리고 말발굽 모양으로 이루어진 미로 같은 것이다. 북쪽 림에서 강가까지 11km 이상 떨어져 침식되는 반면, 서쪽 림은 5km만 떨어져 침식되었는데 그 이유는 북쪽임 지역이 남쪽 림보다 366m 더 높고 비와 눈의 양도 두 배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쪽이 더 높은 고원이기 때문에 북쪽의 물이 남쪽 협곡으로 흘러들어, 더 큰 측면의 협곡을 일으켰다.

개미를 보면 한없이 약하고 작은 존재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 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오는 것이 개미인지 그냥 간지러운 건지 몰라, 생각 없이 긁다 보면 개미가 내 손톱에 껴 죽기도 한다. 사람이 개미를 볼 때처럼 대자연이 인간을 볼 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20억 년을 살아온 그랜드 캐니언과 비교하면 100년도 못사는 인간은 한없이 작고 빨리 죽어버리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러니 작은 일에 목매어 집착하지 말고 이미 벌어진 일에 후회하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안전과 평온 속에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싶다.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난 후 '인생무상'과 '진정한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아프지 말고, 안전하게, 평온하게, 남에게 피해 주지 말고 살자. 그렇게 사는 것 자체로 행복임을 깨닫고 만족하는 삶을 살자.

인생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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