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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라도 빨리 쿠바에 가야 한다.

쿠바-아바나

by 너나나나

한시라도 빨리 쿠바에 가야 한다.

쿠바, 아바나

우리는 흔히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면 대한민국과 가장 가깝게 있는 곳, '북한'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남미 대륙에도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가 존재하고 있으니 그곳은 바로 쿠바다.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쿠바의 영원한 영웅이자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2016년 최근 유명을 달리하며 그의 동생이 새로운 지도가 된 상황이다.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영웅으로 추앙받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체 게바라. 티셔츠부터 시작해 각종 기념품과 쿠바 거리마다 벽에는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그가 모셔져 있다는 산타클라라에 방문하여 그를 마주하고 묵념을 하기도 했다. 영원한 이상주의자, 쿠바 시민들의 영웅, 그를 기리는 사진과 글귀들을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현존하는 남미 유일의 사회주의 국가 쿠바. 쿠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체 게바라의 일생과 그가 남긴 업적을 따라 여행을 하다 보니 살아생전 그가 어떤 이상향을 꿈꾸었고 그가 원했던 그림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과연 어떠한 꿈을 갖고 있는가. 자신의 이상향을 실현하고자 당신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한시라도 빨리 CUBA에 가라

2015년부터 미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진 후로 자본주의가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내가 갔던 시기는 2018년 한 해가 마무리되는 12월이었다. 두 명이 25달러라는 돈을 내고 1시간 동안 50년 60년 된 차를 타며 시내 탐방을 하기도 했다. 이미 도로 곳곳에서 최신형 모델부터 고급 외제 차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점점 외제 차 수입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중에 콜롬비아에서 우연히 여행하다가 만났던 영국인 케빈은 2013년에 쿠바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는 거의 구식 차뿐이었고 인터넷 카드 사용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고 한다. 지금, 그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자본주의가 파도처럼 밀려들어 오는 곳. 그곳이 바로 쿠바다. 이 때문에 Cuba를 여행하고 싶거나 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가야 한다. 그 특유의 문화와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의 순수함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멕시코 칸쿤에서 쿠바의 수도 아바나로 향했다. 그동안은 숙소를 정할 때 카우치 서핑, 부킹닷컴, 에어비앤비 순으로 숙소를 정하곤 했지만, Cuba에서는 CASA(까사)라는 이름의 2~3인실 방을 집집마다 직접 찾아다니며 가격을 흥정하여 숙소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숙소를 인터넷으로 예약하며 다닌다는 것은 굉장히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또한, 수도 아바나만 벗어나도 다른 지역에서 에어비앤비나 호스텔의 수가 급감하며 오히려 인터넷 예약이 더 불편한 경우가 많다. 더불어 쿠바에서는 인당이 아닌, 방값으로 숙소비를 지불해야 하므로 숙소에 직접 가서 방 상태를 확인한 후 가격을 흥정하여 숙소를 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저녁노을 지는 시간 (대략 오후 5:30~6:00)에 아바나 말레콘에 가면 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저씨들이 악기를 들고 곁에 와서 노래 부르려고 하거나 이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도 '노, 그라시아스(No, Gracia 아뇨, 괜찮아요)'라는 말로 물리쳐야 한다. 그 노래를 다 듣고 있으면 마지막에는 팁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말레콘은 세상 어느 곳보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그냥 이어폰으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멍하니 있기에 좋은 곳이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말레콘 따라 걷는 것도 정말 좋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풍경만 바라보고 조용히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

모로 요새나 올드카 투어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혁명 박물관이 정말 좋았다.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과정이 사진으로 전시되어있어 그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체 게바라의 본명은 '에르네스토 게바라'였지만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상대방을 부를 때 '체(che)'라고 부르는 아르헨티나 문화를 따라 사람들이 자기를 편하게 대하고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에, 사람들로 하여금 본인을 체, 게바라(이봐, 게바라!)로 부르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이봐 이 친구야' 같은 느낌으로 상대방의 이름 대신 호칭으로 부를 때 쓰는 말로, 지금 현재도 아르헨티나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추임새라고 한다. 체 게바라는 의대를 졸업하고 오토바이로 남미 여행하던 중 볼리비아에서 자본주의의 폐해를 본 후 사회주의의 이상향을 꿈꾸게 된다. 이후 멕시코에서 만난 피델 카스트로와 쿠바로 함께 건너 가, 쿠바 혁명을 성공시키며 국민적인 영웅이 된다. 이후에는 쿠바에서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이상향 실현을 위해 아프리카 콩고로 넘어가지만,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볼리비아에서 포로로 잡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체 게바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쿠바에서만큼은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쿠바 여행에 있어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를 공부하고 들어가면 훨씬 재밌는 여행이 될 것이다.

쿠바의 상상을 초월하는 저렴한 물가

'Pa RQRE El Carita' 공원에서 P-12 버스를 타면 모로 요새에 갈 수 있다. 버스비는 인당 0.5 모네라고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한다면 25원 정도. 쿠바에는 2가지 화폐를 사용하는데 '쿡'과 '쿱(모네다)'이다. '쿡'은 외국인이 주로 사용하고 '쿱', 모네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물론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현지 물가가 아닌 여행객을 위한 관광사업 및 요식사업의 경우, 쿡이 아닌 모네다로 지급하려면 지폐를 돈다발로 내야 해서 돈 부피가 감당이 안될 정도로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니 여행 시에는 보통 쿡과 쿱(모네다) 모두 들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지 물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서 심각하게 저렴하므로 헛웃음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목이 말라 망고주스를 시켰는데 한잔에 한화로 80원이랄지, 배가 고파 돼지고기와 밥, 샐러드가 먹음직스러운 메뉴를 시켰는데 한화로 2500원이랄지, 줄 서서 먹는 피자가게에서 정말 맛있는 피자 라지 사이즈와 음료를 시켰는데 1500원이랄지 등.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물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1980년대에 머물러있는 듯한 이곳은 맥도널드나 체인 음식점은 절대 찾아볼 수가 없고 음식의 다양성이 부족하며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대형 할인마트 하나 찾아볼 수가 없다. 이로 인해 쿠바 여행에서 먹을 것이 없어 힘들었다고 토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나에게는 이곳 음식이 충분했고 마치 천국과 같았다. 살인적인 물가였던 유럽과 미국을 지나 쿠바에 온 나는 멕시코에서 이미 저렴한 물가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데 멕시코보다 훨씬 더 저렴한 쿠바에서 뭘 더 바라겠는가. 인터넷이 잘 안되고 교통이 불편하기에 많이 걸어야 했지만 이미 걷기에는 달인이 된 나였기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쿠바 아바나 말레콘에서의 아름다운 석양과 살사를 배우며 클럽을 배회하고, 다합보다 더 깨끗한 바닷물 속에서의 스쿠버다이빙은 더할 나위 없이 황홀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반드시 다시 한번 더 가고 싶다. 죽기 전에 꼭 가야 하는 곳.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순수함이 사라지기 전에 하루빨리 쿠바에 가야 한다. 지상 최고의 낙원.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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