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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아가 뭐야, 먹는 거야?

에콰도르

by 너나나나

'꼬레아'가 뭐야, 먹는 거야?

에콰도르-키토

콜롬비아에서 40만 원을 길바닥에 버리다시피 한 후 보고타에 혼자 숙소를 잡았다. 이틀 예약된 숙소였지만 이틀 전, 비행기를 놓치는 실수로 하루가 지나서야 온 것이다. 10인용 혼성 도미토리 가운데 빈 침대에 가방을 내리고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져 누웠다. 요 며칠간 정신이 하나도 없고 머리가 아파서 다른 여행객들과 인사를 하거나 친구가 되는 노력 따윈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하루만 있다가 나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고요한 방안,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중 실수로 키보드를 잘못 눌러 글씨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 튀어나왔다.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한국어에 당황해서 급히 핸드폰을 껐는데 그때 내 옆자리 침대에 누워있던 새 파란 머리의 남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한국분이세요?."


"어? 네, 머리가 파라셔서 한국분인지 몰랐어요."


"아 저도 한국분인지 몰랐는데 핸드폰에서 한국어가 나오길래 알았어요."


그 친구의 이름은 진영이. 그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친 후 이제 막 세계여행을 시작했다며 본인을 소개했고 우리는 그렇게 통성명을 나눈 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며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미 보고타에서 2달 넘게 지내고 있는 진영이는 이 주변 맛집을 잘 알고 있었고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남미 여행 이동하는 루트가 비슷하길래 또 언젠가 다시 만날 것 같다는 생각에 서로 번호를 교환했다.

다음날 에콰도르 키토에 도착하여 혼자 도심을 둘러보던 중 우연히 만난 민머리의 영국인 케빈을 만나 함께 이틀 동안 여행을 했다. 역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친구가 되기에는 혼자 여행이 제격이다. 낮에는 케빈과 여행을 하고 저녁에는 카우치 서핑으로 만난 호스트, 낸시의 집에서 지내며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낸시 가족과 함께 라타 쿵카라는 지역에 있는 직판장 도매시장을 방문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타고 2시간 걸려 도착한 곳으로 상인들이 물건을 대량 판매를 하고 있었다. 값이 매우 저렴했고 과일이나 , 채소 등을 살 수 있었으며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자동차 트렁크에는 물건이 너무 많아서 차체가 약간 내려앉을 정도였다. 이렇게 크게 장을 한번 보면 몇 달은 거뜬하다고 말하며 뿌듯해하는 낸시. 마침 점심시간이라 출출했던 우리는 시장 안에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우리나라 호떡처럼 생긴 옥수수 전을 먹다가 목이 말라 낸시의 아들 루이스와 함께 음료수를 파는 아주머니에게 함께 가서 음료를 고르며 뭘 마실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건 ㅅ 순간, 우리 둘을 본 음료 가게 아주머니는 스페인어로 루이스에 물었다.


"옆에 있는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아, 중국인이에요"


나름 스페인어를 조금 할 줄 알았기에 그들의 대화를 이해할 수 있었던 나는 중국인이라고 나를 소개하는 루이스에게 왜 나를 중국인이라고 말했냐고 물었고 당황한 루이스는 아주머니에게 다시 말했다.


"아, 그런데 사실 한국(꼬레아)에서 왔어요"


그렇게 정정해서 말해주자 아주머니는 꼬레아가 어디 있는 나라인지 생전 처음 듣는다며 생소해서 하셨다.


"꼬레아가 뭐야?"


꼬레아가 어디에 있는 나라냐는 것도 아니고 꼬레아가 뭐냐고 묻는 아주머니. 그제야 루이스는 내게 '내가 이래서 너를 중국인으로 말한 거야' 라며 시장에 계신 어른들은 한국이 나라 이름인지 먹는 건지 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니 아시아 사람을 보면 중국인이라고 해야만 이해를 한다고 했다. 이건 마치 한국 어르신들이 보기에 얼굴이 까마면 아프리카 사람이다라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워낙 이런 일이 많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지만, 이번 일로 깨달은 것은 처음 보는 외국인을 만났을 때 함부로 그들의 출신지를 추측하여 말하면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며칠 후, 키토를 지나 각종 활동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바뇨스에 도착했다. 사실 다른 나라에서 에콰도르로 들어가는 비행기 삯이 생각보다 비싸서 많은 여행객들이 남미 여행에서 에콰도르를 건너뛰는 경향이 있는데, 에콰도르에는 적도 박물관, 바뇨스 등 의미 있고 재밌게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조금 비싸지만 나는 이곳을 건너뛰지 않았다. 에콰도르에 방문한 덕분에 저렴하게 각종 활동을 즐길 수 있었고 카우치 서핑 호스트 낸시 덕분에 지역 시장이나, 자전거를 빌려 타고 협곡을 다녀오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때마침 미국 달러 지폐가 거의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에 미국 화폐를 사용하는 에콰도르에서 미국 달러를 두둑이 챙기고 페루로 갈 수 있었다.

CASA DEL Arbor (세상 끝 그네)

키토에서 바뇨스로 가는 중간 지역인 키툼베에서 우연히 목적지가 같은 콜롬비아인 ‘알렉산드라’를 만나 이틀 내내 함께 다녔다. 키토 키툼베에서 아침 8시 40분쯤 출발해서 바뇨스에는 1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는 알렉산드라 덕분에 ‘세상 끝 그네’라는 까사 델 아르볼까지 가는 버스를 싸고 쉽게 탈 수 있었다. 에콰도르에서 가장 가 보고 싶었던 '세상 끝 그네'에 도착해 보니 사람들이 이미 와서 그네를 타려고 줄을 서 있길래 조용히 그 뒤에 줄을 섰고 내 차례가 되자 설레는 마음으로 그네에 안착했다. 따로 탑승비를 내거나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네를 타면 뒤에서 밀어주는 남자 두 명 있었는데, 정말 온 힘을 다해 몸을 바쳐 밀어주기 때문에 그네를 다 타고나면 그들에게 팁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그 남자들 덕분에 정말 높이까지 그네를 탈 수 있어서 더욱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각종 묘기를 부리며 밀어주기 때문에 그 노고 외면하고 팁을 주지 않을 수가 없지만 함께 탔던 알렉산드라는 두 번이나 탔는데 팁을 안 주고 외면하는 모습에 그 옆에 있던 내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

세상 끝 그네에 오면 대형 그네뿐 아니라 혼자 탈 수 있는 작은 그네들, 미니 짚라인 등이 있어, 사진 찍고 놀다 보면 3시간도 거뜬히 보낼 수 있다. 이외에도 바뇨스에서는 Canopying 캐뇨닝(폭포 강하), Canopy zip line 캐뇨피 (짚라인), Rafting 래프팅,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Pailon de Diablo 디아블로까지 다녀오는 하강 라이딩, 번지점프도 할 수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매일 같이 액티비티를 하면서 보냈고 숙소에 돌아오면 진이 다 빠져 침대에 쓰러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비록 현지인들은 내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전혀 몰랐지만, 에콰도르에 있는 동안 정말 잘 쉬고 잘 놀았다. 같은 미국 화폐를 쓰는데 미국과 에콰도르의 물가가 천지 차이니 괜히 돈을 쓸 때마다 상인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활동에 아낌없이 돈을 쓰며 관광 레저 사업에 일조하고 나니 나름 뿌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No Chino, Soy de Corea! 중국인 아니고 한국인이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를 지나 이제 드디어 고대하던 나라 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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