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벌금을 많이 내고 자랑하는 글이 아닙니다. 저의 부주의로 잘못한 일이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고 앞으로 조심하고자 반성하는 글입니다.
뉴질랜드가 돈을 버는 가장 큰 분야 첫째로 농축산업이다. 특히 소들이 공원이나 초원을 거닐며 다니는 모습은 도심 안에 있는 공원에서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유학생들이 내는 대학 등록금인데 현지인과 외국인이 내는 등록금 차이가 어마 무시하기 때문에 코로나로 현재 유학생이 뚝 끊긴 상황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통로가 끊긴 셈이다. 그러니 철옹성처럼 국경을 굳게 닫은 채 코로나 방역 모범국이라 불리는 뉴질랜드가 유학생들 만큼은 빠른 시일 내로 들어올 수게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내가 생각하는 개인적인 의견인데 바로 시민들을 통해 걷어내는 벌금이 아닐까 싶다. 뉴질랜드에 온 지 어연 1년 하고도 7개월째, 나는 그동안 벌금으로 고속도로 및 일반도로 속도위반, 주차금지 구역 견인, 주차 금지 선 침범 후 견인, 주차 시간 초과까지 등 총 8번이나 돈을 냈고 총비용을 합하면 거의 1000달러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80 만원에 가까운 돈을 꾸준히 내온 셈이다. 우리나라도 나름 교통 벌금제도가 잘 되어있다고 생각 하지만 뉴질랜드는 정말 엄격하게 잡아내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해도 바로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처음에는 엄마와 남섬 여행을 함께 갔을 때 차를 빌려서 다녔는데 시속 100km 속도제한 표시를 보고도 무시하고 그냥 120km로 냅다 달렸었다. 차가 워낙 없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쌩쌩 달렸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어느 순간 내 뒤로 바짝 따라붙는 차량 속 남자가 손짓을 하며 옆으로 차를 세우라고 신호를 보내왔고 나는 별 이상한 놈이 다 있다며 무시하고 그 차와 함께 속도 120으로 함께 몇 분이나 더 달렸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경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갓길에 차를 세웠다. 차량이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서 경찰차인지 인식하지 못했을뿐더러 뉴질랜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차가 없는 휑한 남섬 고속도로에서 운전 법규를 잘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창문을 내리자 경찰은 내게 한 없이 따뜻한 미소와 함께 잘 지내시냐며 How are you? 혹시 급한 일이 있어서 빨리 달렸던 것인지 이유를 먼저 내게 물어왔다. 나는 죄송하다며 속도 제한 표시를 봤지만 그냥 달렸다고 인정했고 결국 120달러 벌금 딱지를 받아야 했다.
두 번째는 미식축구 경기가 있는 경기장에서 술을 판매하는 일을 하다가 경기장 앞에 도로 주차를 했던 날에 벌어졌다. 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차가 없어져서 어리둥절 주변을 살피던 중 견인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물었다. 여기 있던 내 차가 없어졌다고 하소연했지만 직원은 나 같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주소 하나를 보여주며 여기로 찾으러 가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알려준 주소는 꽤 멀리 있는 곳이었는데 전 후 사정을 알고 보니 경기가 있던 날이라 경기장 주변 도로 주차가 전면 금지되어있었고 주차 금지 표시를 버스정류장 번호판에 형광색으로 안내 스티커를 붙여놓았지만 내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살다 살다 차 견인도 당해보고 어이가 없어서 웃으면서 차를 찾고 집에 돌아와 120불을 이체했다.
세 번째는 도로 주차에 있는 노란선을 침범해서 주차해 또 견인되어 120불을 냈다. 밤이라 노란선이 잘 보이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차를 찾아보니 원래 주차해 놓았던 자리에 차가 없어니 출근도 못하고 허둥지둥 댔다.
네 번째는 꽤 억울하게 벌금을 물었는데 어느 날 여느 날처럼 운전해서 출근을 하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받으니 내게 다짜고짜 벌금 미납된 것 이 있다며 지금 바로 돈을 내라고 독촉하는 전화였다. 나는 전후 사정도 못 듣고 200불이 넘는 돈을 바로 내라고 닦달하기에 이상하다 생각되어 일단 운전 중이라 전화가 아닌 문자로 연락을 달라고 하고 끊었다. 문자에는 나의 벌금 코드와 전화번호가 적혀있었고 그곳으로 전화를 해 보니 어떤 남자가 말하길, 내가 8개월 전, 내지 않은 벌금이 있었는데 연체되어 벌금이 가중으로 붙어 230불을 내라고 했다. 작년 7월 24일에 어디서 찍혔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던 것은 보통, 벌금을 물게 되면 자택으로 편지가 와서 알려주는데 나는 당최 지난 8개월간 전화도, 받은 편지도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사기라고 생각해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벌금 편지는 내가 이전에 살던 집 주소로 갔고 새로운 집주인이 내 앞으로 온 편지를 죄다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속도위반을 어디서 언제 한건 지도 모르게 카메라에 찍히고 8개 월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전화는 사기가 아닌 진짜였고 그렇게 또 가중 처벌된 가격으로 벌금을 물어야 했다.
다섯 번째 받은 통지서는 다름 아닌 주차 시간 한도 초과에 관한 것이었다. 초밥 가게에서 일한 지 한 달째, 초밥 가게가 백화점 몰 안에 위치해 있어서 백화점에 주차를 하는데 최대 주차 시간이 4시간인지라 4시간에 한 번씩 차를 이동시켜 다른 곳에 주차하는 꼼수로 하루 일과를 보내야 한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주차하고 4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차를 백화점 옆 블록 빌딩으로 이동시킨 후 다시 돌아와서 일을 했다. 그렇게 하루 업무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차 앞 유리가 너무 지저분해 와셔액을 뿌린 후 와이퍼를 돌린 순간! 휘리릭 뭔가가 날아가는 것을 포착했다. 설마 저게 벌금 딱지인가 하며 마음을 졸이며 그대로 그냥 운전을 했는 약 2주 후에 집으로 온 우편 편지를 보고 그것이 벌금딱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시간을 조과 해서 주차를 했다는 명목으로 50불을 내라는 편지였다. 즉 차를 옆 빌딩으로 옮겼지만 차량 관리자가 내 차를 기억해놓았다가 장소만 이동해 주차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딱지를 물은 것이다. 몰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주차공간이 있긴 하지만 주차 비용이 만만치 않아 보통 이렇게 차를 옮기며 꼼수를 부리는 방법을 애용하는데 나는 일 시작한 지 2주 만에 떡하니 걸려버린 것이다. 그 후로는 10분씩 걸어 백화점 밖에 있는 길거리 무료 주차거리에 차를 대곤 한다.
여섯, 일곱, 여덟 번째는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올해 2월에 편지를 하나 받았는데 작년 11월에 일반 거리에서 시속 50km를 지키지 않았다는 벌금 딱지였다. 3개월이 지나서야 편지가 온 것에 대해 의아했지만 나의 부주의로 그런 것이니 군말 없이 바로 돈을 냈다. 사실 1년 전에 어머니랑 남섬 여행 때 고속도로에서 물었던 속도위반 벌금 이후로 정말 조심해서 운전하고 속도에 맞춰 다니고 있었는데, 일반도로에서 속도위반 딱지가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50km로 달려야 하는 거리에서 60으로 달렸을 때 속도위반 딱지가 오지 않자 뉴질랜드는 10킬로 정도는 괜찮나 보다고 오인했었다. 그리곤 종종 50킬로 도로에서 50에서 60 사이로 운전을 했었는데 그 결과는 무시무시한 벌금 릴레이로 이어졌다. 2월에 받은 그 50킬로 속도위반 용지를 시작으로 그 이후에도 똑같은 도로에서 2번의 딱지가 릴레이로 온 것이다. 속도위반을 잡는 카메라에 차량 번호가 찍히면 3개월이 지나서야 편지가 도착하는 시스템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 생각하고 계속해서 속도를 위반해온 것이다. 너무 느리게 진행되는 벌금 시스템에 나름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메일을 두 번이나 썼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채 돈을 고스란히 모두 내야 했다. 도합 330불.
뉴질랜드 교통당국에 이렇게나 협조를 잘하고 돈을 자주 내주고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이 있어 뉴질랜드 교통 관련 공무원들의 주급을 챙겨줄 수 있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열심히 서빙하고 초밥 말아서 벌금으로 다 내고 있으니 이런 기쁜 일이 또 있으랴,
1000불에 가까운 돈을 내니 천불이 나지만 이로서 운전을 하면서 받을 만한 벌금의 유형은 거의 다 경험해봤다. 그래도 남에게 피해 안 입히고 사고 없이 그래도 이렇게 배운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수많은 벌금을 낸 후 지금은 지난날들을 반성하며 천천히 운전하고 주차는 조금 더 신중하게 하고 있다.
참고로 뉴질랜드에서는 빵빵거리는 소리를 들을 일이 없다.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이 우리나라처럼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년 가까이 연습하고 검증하여 면허증을 발급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운전을 다 잘하고 양보가 난무하며 정해진 시속에 맞춰 천천히 운전한다. 까다로운 절차에 맞춰 받은 운전 면허증이 아니었거니와 이렇게 교통 법규가 엄격한 뉴질랜드에서 부주의하게 운전을 해 왔으니 천불을 내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