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라는 유튜브 영상에 빠져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스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행복은 행복하다고 말함으로써 행복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행복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 여태껏 주변인들에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타입이었기에 스님의 영상을 보면서 괜스레 뜨끔했다. 그래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나의 행복을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 타인에게 상대적 불행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님의 말씀대로 정말 행복한 사람은 타인에게 불행을 주지 않고 본인 스스로도 불행하다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대신, 문득 집에 오는 길에 평소와는 다른 매우 특별한 기분을 느꼈다. 여느 때와 같이 일이 끝나고 해 질 녘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도로와 집들, 저 멀리 보이는 노을과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이 마치 한 폭의 커다란 그림처럼 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뉴질랜드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사지 멀쩡하게 잘 걸어 다니고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 독립적인 주체로서 어려움 하나 없이 잘 살고 있음에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안도감과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행복이란 이런 것일까 혼자 되뇌며 내가 지금 밟고 서 있는 뉴질랜드 땅에서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내 집은 없지만 떳떳하게 주마다 돈을 내고 살고 있는 나만의 보금자리도 있고 가족 모두 건강하며 자주 싸우긴 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남자 친구도 있다. 힘들 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고 잘 나가는 변호사 의사는 아니지만 밥 벌어먹고살기에 문제없이 일도 잘하고 있다. 나는 그 어떤 것 하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저 아무 일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세계여행을 할 때처럼 역동적인 사건들이 매일 벌어져서 흥분되는 나날의 연속도 아니고 소매치기나 안전의 위협을 느끼며 불안하게 신변을 보호하고 다녀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아주 조용히 동시에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