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지구에 도래한 지 1년이 지났다. 1년 전 뉴질랜드는 그야말로 영화나 다름없었다. 유례없는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뉴질랜드 정부는 즉각 국경을 닫아버렸고 이동제한령 봉쇄령 등으로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마트를 한번 가려면 족히 30분 이상씩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들어가야 했고 마트에 들어가도 생필품들은 이미 다 팔려 진열대가 텅텅 비어있었다. 그렇게 뉴질랜드 국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으면서 감염병에 행여나 걸릴까 무서워 제대로 된 일상을 아예 할 수가 없었다. 남자 친구만 해도 정말 유별스러움의 끝판왕이었다. 집에 오면 샤워를 한 후 입고 있던 옷을 다 빨았고 마트에 한번 갈 때는 거의 전쟁을 치르다 시피하며 마스크와 장갑은 물론이거니와 1회용 알코올 스왑들을 가지고 다니면서 운전대, 카트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등을 닦곤 했다. 정말 살다 살다 이렇게 유난스러운 사람은 처음이었다. 하루는 내가 마트에 갔다가 집에 와서 손도 안 씻고 포옹부터 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심각하게 혼나기도 했다. 한국은 메르스 사스 등 각종 감염병으로 이미 수년간 단련된 이력이 있고 황사나 미세먼지로 더러운 공기를 매일 마시고 살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바이러역시 의연하게 대처했지만 뉴질랜드나 남미는 감염병에 걸려본 적 없는 나라의 국민들로써 (내 남자 친구를 포함) 그들은 이번 바이러스가 인류를 모조리 죽일 수도 있다고 믿는 듯했다.
그렇게 유별나게 코로나를 맞이하던 것도 어느새 1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1년 후 지금, 뉴질랜드 국민들도 더 이상 생필품을 챙겨놓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초기 국경 봉쇄 이동제한령 등으로 코로나 확산에 성공하여 지금은 마스크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나라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1년 중 절반을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했던 나는 워홀이 끝나고 워크 비자를 받으면서 지금까지도 코로나 시대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 일하는 것은 1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 외식보다는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고 이로인해 식당에 손님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덕분에 일하는 내 입장에서는 손님이 예전에 비해 적으니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편해서 더 좋다.
1년이 지난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인류의 재앙을 이어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만들어져 조금씩 사람들에게 보급되고 있긴 하나 아직도 백신 투여가 일반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과 백신이 갖고 있는 부작용, 효용성 등이 아직 제대로 증명되지 않아 불안감에 떨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뉴질랜드는 비교적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 걱정하는 사람 없이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국경 봉쇄로 인해 가족이나 연인과 생이별을 해서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뉴질랜드에 있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언제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올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코로나 시대 속에서 뉴질랜드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 외국인 노동자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평범하다. 마스크 없이, 아무런 별일 없이, 바이러스 없이 그렇게 똑같은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