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식에 발을 들여놓았던 건 5년 전이다. 전 남자 친구는 주식에 관심이 많아, 나에게도 이런저런 종목을 추천해주곤 했다. 그렇게 몇 년 후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다서 주식도 함께 멈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삼성전자 주식을 하루 종일 쳐다보고 계시기에 그걸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주가가 올라가냐며 우스개 소리로 물었다. 어머니는 이렇게 보고 있어야 타이밍을 잘 맞춰서 사고팔고를 할 수 있고 또, 보고 있으면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주가를 보는 게 재미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후로 세계여행을 떠났던 생각보다 전혀 바쁘지 않은 여행 일정에 오히려 개인 시간이 너무 많아 심심할 지경에 이르렀고 이런 날이 많아지자 문득 주식을 떠올렸다. 할 것도 없는데 주식이나 보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에 넣어두었던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전날 얼마에 장이 마감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주식이 올랐으면 그날 하루는 기분이 좋았고 떨어져 있으면 조금 더 사서 단가를 낮춰야겠다고 생각하며 결의를 다졌다. 그런 식으로 주식에 대해 잘 모르지만 삼성전자는 절대 안 망할 거라는 믿음으로 주식에 돈을 조금 넣어둔 채 여행이 끝나고 그 돈을 잊고 지냈다.
세계여행이 끝나고 뉴질랜드에 워킹홀리데이를 와서는 일 구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워홀 비자가 끝나고 워크 비자를 받아 현지인처럼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하면서 다시금 여유로운 개인 시간과 심심한 날날들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바로 어제! 주식 계좌를 확인해보니 100여만 원의 돈이 그냥 놀고 있길래 나는 이 돈으로 장난을 좀 쳐봐야겠다 생각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작전주나 급등주에는 눈길 조차 주지 않았던 나였다. 왜냐면 주식을 잘 모르기에 섣불리 그런 곳에 돈을 투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제, 고수들의 추천 매수 종목 리스트를 본 후 가장 많이 매수되고 있는 가장 첫 번째 회사를 클릭하여 10주를 과감하게 그 자리에서 샀다. 바로 어제 아침에 상장한 따끈한 기업이었으며 공모주보다 2배 가격으로 장이 시작되었다는 기사까지 보니 왠지 이 기세로 계속 오를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가 10주를 사자마자 하향곡선을 타기 시작했고 순간, 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생각에 500원이 내려갈 때마다 10주. 이상씩 계속 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결국 50주 가까이 사버리고 나서야 나의 질주는 멈추었고 내가 처음 샀던 단가보다 2000원이나 떨어져서 장이 마감됐다.
내일은 오르겠지 하며 애써 태연하게 스스로를 달랬지만 나는 그때부터 다음 장이 열리기 전까지 온통 머릿속엔 주식 걱정뿐이었다. 물론 한낱 개미 중 개미인 내가 매수한 돈이 많지는 않았으나 이틀간 걱정과 불안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이래서 주식 공부를 하고 덤볐어야 했는데 막무가내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되는구나 생각하며 힘들게 번 돈을 이렇게 떼어 먹히는구나 싶었다. 다행히도 다음날 주식은 내가 샀던 단가를 어렵사리 회복하였고 전전긍긍하던 나는 내가 산 원금이 채워지자마자 바로 전부 매도하였다. 결국 이렇게 한 푼도 못 벌 것이었다. 주식 초짜가 주식을 막무가내로 덤비면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을 직접 몸소 체험하고 보니 이래서 주식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알게 됐다.
뉴질랜드에서 한국 주식을 하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어느 외국인 노동자는 이번 일로 한 가지를 깨달았다. 돈을 버는 것은 어렵지만 돈을 잃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 많은 돈을 벌고 싶어어하기 때문에 주식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끊을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내가 외노자로 2년 동안 살면서 번 돈을 부디 주식으로 다 날리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