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흔히 먹는 초밥과 뉴질랜드에서 흔한 초밥은 그 생김새도, 맛도 다르다. 분명히 초밥의 근원지는 똑같은 일본인데 왜 그 형태와 맛이 달라졌을까? 물론 초밥에는 그 종류가 다양하거니와어떻게 만들든 초를 친 밥 위에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올려서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뉴질랜드에 있는 초밥 식당 사장은 8할이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인들이 뉴질랜드 초밥 시장을 꽉 잡고 있다. 정통 일식이나 일본 라면 가게들은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유독 초밥에 있어서 만큼은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곳이 훨씬 많다.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 때 비싼 한 끼 대신 대충 혼자 만원선에서 먹고 때울 만한 것이 바로 초밥이었다. 초밥가게에 갔는데 아시아인 계산원을 향해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면 80프로 이상은 안녕하시냐는 대답을 들을 것이다.
특이하게 이 나라에서는 초밥 위에 데리야끼 소스로 버무린 닭 혹은 기름에 튀긴 닭, 닭과 아보카도, 닭과 야채 등, 치킨 초밥이 인기가 많다. 살면서 치킨 초밥이라는 것을 뉴질랜드에 와서 처음 봤는데 맛이 나쁘진 않으나 이건 초밥이 아니라 그냥 치킨밥을 김밥 모양으로 잘라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밥을 김에 깔고 치킨을 넣어 말은 후 김밥처럼 잘라서 조각조각을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 파는 형태. 겉에서 보면 김밥과 매우 흡사하지만 맛은 천지차이다. 물론 이런 치킨 김초밥만 파는 것은 아니다. 한 손에 초밥을 말아 생선을 위에 덮어서 만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생선 초밥도 있긴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부드럽고 입안 가득 퍼지는 생선의 풍미는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이러니 치킨 김 초밥을 더 선호하는구나 싶고 종종 생김새가 김밥과 같으니 이런 초밥을 보고 이게 김밥이라고 생각하거나 초밥이나 김밥은 원래 똑같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아예 김밥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외국인이 많다.
뉴질랜드 초밥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치킨 김초밥은 어쨌거나 대 성공을 거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이다. 각종 이벤트나 연말 행사 음식에 빠지지 않으며 사람들이 또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기도 한다. 나도 종종 돈이 없어 끼니를 대충 때우고 싶을 때마다 초밥가게를 찾는다. 어느새 뉴질랜드 생활에 익숙해져 버리고 김밥을 못 먹은 지 2년이 지나다 보니 그 맛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져, 치킨이 없는 김밥을 먹었을 때 과연 맛이 있을지 두려움마저 생겨버린 듯하다.
주말마다 일일 알바를 뛰곤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일거리가 불규칙하고 밤일이 많아 우연히 한국인 커뮤니티 일자리 사이트를 뒤적거리던 중 어느 초밥집에서 초밥 메이커를 구한다는 공지를 보고 그다음 날 바로 면접을 봤다. 그리고 며칠 후 바로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벌써 일을 한지 두 달이 지나고 있다. 한인 잡은 죽어도 안 한다고 했던 내가 한식당에 이어 한국스시샵까지 발을 뻗힌 것이다. 막상 이 일도 해보니 크게 어렵지 않고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역시나 한국인들과 일을 하다 보면 영어를 쓰는 일이 없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로 단기간 짧게 온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진 않는다. 그동안 한국인들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들이 많았는데 함께 일을 하면서 그 이미지가 많이 순화되어 다행이다. 모두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들이라서 즐겁게 일을 하는 중이다.
뉴질랜드에 여행을 온다면 한번쯤은 치킨 김초밥을 한번 먹어보길 바란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오전 시간에 바로 만들어서 나온 따끈한 녀석을 먹으면 훨씬 부드럽고 맛있을 것이다. 만약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오후 4시에서 5시 사에 방문하라. 마감이 보통 5시이기 때문에 마감 직전 30분 동안 가격을 내려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가게마다 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