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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나나 Mar 15. 2021

밥 먹듯 대도시가 봉쇄되는 나라.

 불과 며칠 전, 3명의 감염자로 내려졌던 락다운 레벨3로 3일 봉쇄 정책 이후 레벨2를 거쳐 레벨 1까지 떨어지고, 다시 마스크 없는 일상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 일상이 얼마 못가, 한 번 요란하게 핸드폰 긴급 재난문자가 울리기 시작했다. ' 뭐? 또야? '. 이번에는 심지어 감염 확진자가 1명이란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청정 국가에서 감염 확산율이 훨씬 강한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것은 국가 원수의 다리를 벌벌 떨게 만드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다른 나라들은 하루에 수백수천 명씩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자 한 두 명으로 대도시 전체를 마비시키는 것을 보면 뉴질랜드가 얼마나 방역에 철저한지 보여줌과 동시에 작은 손짓에도 깨져버리는 유리 멘탈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 방역 모범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고 지금 현재도 코로나 바이러스 청정 국가의 명성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밥 먹듯 도시를 봉쇄하면서  경제 걱정보다는 코로나 확산 걱정을 더 많이 하는 유리 멘탈의 나라 덕분에 정작 덕을 보는 건 나다.

 도시가 봉쇄되면 집에서 일을 할 수 없는 나는 손가락만 빨면서 집에서 반 강제로 갇혀 살아야 한다. 마트에 장을 보거나 가벼운 산책은 할 수 있지만 같이 사는 친구들에게 괜히 눈치가 보여 마음 편히 집 밖을 나갈 수도 없다. 혹여나 밖에서 코로나에 걸려오면 나 혼자만 문제가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을 못해도 주급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세금을 내는 노동자가 봉쇄정책으로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 고용주의 신청에 따라 급여를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편하게 놀고먹고자고 쉬는데 돈을 받는다는 것이 어찌나 달콤한지 모른다. 이 쯤되니 일 안 하고 돈 벌 수 있게 봉쇄를 좀 더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했으면 바람까지 생겨버린 상태다.

 일을 안 하는 동안 밀린 영상 편집에 집중했다. 내가 쓰는 동영상 편집기가 그동안 촬영했던 영상 화질을 감당하지 못하고 계속 문제를 일으켜 작업 속도가 대단히 느려서 이번 1주일 봉쇄 동안 고작 5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들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는 것보다는 낫다며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이번 봉쇄는 끝이 났다.

 이젠 핸드폰이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더라도 또 봉쇄하는 거겠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을 듯하다. 전 세계적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는 현재, 마스크 없이 다니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로 너무 감사하다. 나라 경제보다는 민생 안정에 힘을 쓰면서 노동자들에게 정부지원금을 아끼지 않는 나라. 하지만 이렇게 국민들에게 보조금 지급으로 다 쓰인 돈은 결국 국민들 세금으로 다시 전부 거둬들일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좋고 나쁨이 동전에 양면처럼 항상 공존한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여행을 하는 세상이 다시 찾아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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