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없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릴 적 장래희망이 무어냐 꿈이 무어냐 하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엄마의 희망사항이었던 변호사부터, 소질 전혀 없었지만 뭔가 그럴싸해 보였던 화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막연하게 꿈꾸던 뮤지컬 배우,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데 체육을 조금 한다는 이유로 고등학생 때 급하게 만들어낸 사관학교 군인의 꿈까지. 20년 대한민국 교육 과정 속에서 나는 꿈을 꾸준히 바뀌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3 담임 선생님의 말 한마디로 정리된 물리치료사였다. 나름 취직도 잘되고 또래에 비해 돈도 못 벌진 않았다. 그러나 3년 직장 생활에 번아웃이 되다 못해 바싹 검게 튀겨져 한국을 도망치듯 떠났다. 세계여행과 워킹홀리데이를 거쳐 운이 좋게 뉴질랜드에서 좀 더 머물 수 있게 되었는데 어느새 나이는 서른을 넘겨 지인들의 결혼식 축의금으로 보낸 돈만 셀 수가 없다. 한국에서 물리치료사로 여전히 일하고 있는 친한 대학 동기 6명 중 나를 포함한 3명은 물리치료를 떠났고 나머지 3명은 그들의 분야에서 건재하고 있다. 나를 제외한 물리치료를 떠났던 친구 2명 중 한 명은 경찰이, 다른 한 명은 필라테스 강사가 되어 결과적으로 가장 전문적이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나는 현재 뉴질랜드에서 평일 오전에는 제약회사 연구소 보조로 온갖 잡일을 맡아하고 있고 저녁에는 한식당, 주말에는 초밥가게에서 하루 종일 초밥을 싸고 있다. 때때로 시간이 맞으면 하루 당일 알바까지 뛰는데 결혼식이니 파티 웨이터, 서빙, 주방 설거지, 주류 계산원, 행사 방문객 도우미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동해 번쩍 서해 번쩍이다. 일주일에 쉬는 날 하루 없이 주 50시간 이상 일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할 수 있으니까'이다. 쉬어도 딱히 유익할게 할 일이 없어 시간을 낭비하게 되니 일이나 해서 돈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벌렸다. 한국에 사는 친구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며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를 하며 평범한 한국 여성으로 지내는 반면, 나는 무슨 역마살이 이리도 단단히 끼었는지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삶과 결혼 출산은 고사하고 최근에는 비혼 주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갖고 있는 워크 비자가 만료되면 내 인생이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전혀 대책이 없다. 어떻게 돈을 벌면서 살아가야겠다는 목표가 없으니 현재의 생활이 불안정한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꿈이나 목표는 없지만 삶의 목적 하나만은 뚜렷하다. '지금 행복해야 한다'. 나는 지금 행복하면 미래도 행복하다고 믿는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는 이유는 여행을 하기 위함이요. 뉴질랜드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갑갑하고 닫혀있는 한국사회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정적인 나라이기도하기 때문이다. 나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거나 평생을 함께할 남편, 사랑스러운 내 아이들이 있진 않지만 사지 멀쩡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며 딱히 져야 하는 책임감이나 그 어떠한 스트레스 하나 없이 살아가는 맑은 정신력이 있다. 100년 사는 인생에서 1년 2년 정도는 내가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분야에서 일을 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전문적인 일을 하고 고연봉을 맡아야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기에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목표 없이 살아가는 것을 하고 있다 보니 딱히 지금 당장 나쁜 것은 없다. 오늘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살았다면 목표가 없었더라도 아주 행복한 것이다. 내가 지금 당장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지금 하는 이 모든 경험들은 시간이 지나 반드시 약효로 어디서든 쓰일 것이다. 목표는 없지만 살아가는 목적은 분명해야 한다. 살아있으니 어떻게든 살아가기는 하겠지만 해로운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오늘 하루 당신의 몸과 마음이 건강했나요? 무거운 짐은 잠시 내려놓고 당신을 위한 하루로 가득 채우세요. 행복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