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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Jul 22. 2017

베란다 수영장 오픈날

부끄러움보다 조금 더 행복하길


폭염 속의 주말이다.

성냥갑 같은 사무실에 요가매트를 펴놓고 싶었던 마음을 곱게 접어 폭염 맞이 베란다 수영장을 오픈했다.

미리 베란다 여유 공간을 줄자로 재서 딱 맞게 구매한 수영장은 아이들용이라서 좀 작지만 성인 한 명 들어가 유유자적하기에는 제격이다.

튜브 수영장에도 1인 가구 힐링을 위한 심플한 디자인도 만들어주면 참 좋겠다.



바람도 혼자 열심히 펌프로 넣고, 딱딱한 바닥에 엉덩이가 아플까 캠핑 매트도 깔아주었다.

남동생은 부끄럽지 않겠냐며 걱정했지만, 폭염 때문인지 아파트 주차장을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물도 적당히 담고, 옆에 책도 갔다 놓고, 핸드폰으로 BGM을 깔아주고 잠시 휴식을 만끽하다 보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아 BGM은 '우주히피''산책의 중요성'

느긋느긋 찰랑찰랑 물소리를 들으며 쉬기엔 정말 딱이다.


바이엔슈테판 크리스탈 바이젠복과 필스너

열심히 거실로 달려가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보관되어 있던 바이젠슈테판 크리스탈 바이젠복과 필스너를 꺼냈다. 미리 잘 씻어서 말려둔 크리스탈 바이젠복 전용잔도 함께!



필스너를 마실까 고민하다가 역시 전용잔에는 전용 맥주를 따라 마셔야지하고 필스너는 일단 사진 찍고



크리스탈 바이젠복을 따랐는데 얼른 풀에 들어가고 싶어서인지 거... 거품이 너무 많이 생겨서 당황 핫핫

맥주까지 옆에 세팅하니 휴가를 온 기분이었다.

BGM이 잔잔히 흐르고 맥주 기포는 팡팡팡 간질간질하게 터지고 폭염은 오히려 물 안에 앉아있으니 반갑게 느껴졌다. 발을 흔들 때마다 구석의 차가운 물이 풀을 빙글빙글 돌았다.



휴가가 어디를 꼭 멀리 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처음에 내가 어린이용 풀장(이라고 하기엔 좀 크지만)을 사서 여름을 보내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지만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소소하지만 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에어컨 없이 서늘한 물에서 찰랑찰랑 예쁜 수영복을 입고 맛있는 맥주를 마시며 보낸 토요일의 낮.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소중한 휴가였다.

힐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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