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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Feb 10. 2018

제주도 점포 구하기

창업 준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언제나 그 도시가 가진 다양한 면모들을 애정하고 부러워하고 그곳에서 살아보길 소망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나 혼자인 것이 지독하게 외로워 결국 매번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그런데 여동생이 제주도에서 시작한 공방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면서, 내게 언니에게 딱 맞는 곳은 오히려 제주일 수 있다며 서울에서 미래가 없이 사는 것보다는 제주도에서 도전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거듭 권해주었고 제부가 서울에 취직해 올라오면서 바통 터치하듯 내가 제주도로 내려오게 되었다. 



10월에 회사의 계약 연장이 보류되고 나서, 다니던 회사의 일을 내려놓을 준비를 하다 보니 연말 동안 제주도에 갈 준비는 1월 2일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결제해 둔 것밖에는 없었다. 12월에는 여동생이 좋은 집이 나와 급하게 집을 가계약을 했다고 해서 집을 볼 겸 잠시 다녀왔는데, 제주에 머무는 동안 마음이 너무 편해서 정말 내려와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지인들은 내가 용기와 꿈과 희망이 넘쳐서 제주행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살기 위해 택한 길이었다.


냉철한 이성과 순진한 낭만으로


 제주도에서의 시작은 저번 글에서와 같이 부동산을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대략적인 가게 규모와 내가 꿈꾸는 제주 생활이 가능한 곳을 염두하고 찾되, 우선은 많은 매물을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처음에는 돌아다녀야 하는 것 같다.(수많은 책에서 이 조언을 할 때는 안 와 닿았는데 질리듯 매물을 체크하다 보면 왜 이렇게 조언하는지 알 것 같다.) 공인중개사 분과 함께 이동하거나 점포를 보게 되면 당장 계약하지 않으면 매물이 없어질 것 같은 마음에 초조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집에서 차근차근 따져가며 혼자 고민하다 보면 결정적으로 내게 안 맞는 이유나 조건 등을 냉철하게 고려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내 기준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금액이었고, 그 후가 시설(공사는 최소한으로), 입지였다. 12월부터 제주 오일장에서 봤던 빈 점포가 가격과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졌지만 시골에 있어서 유동량이 적다는 이유로 반려했었는데 가격 때문에 다시 고려 선상에 올렸다가 점포 근처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면서 마을 분위기와 동네 입지를 보고 최종적으로 삼양1동의 점포로 결정했다.


그 동안 보았던 부동산 상가 매물들의 일부
마음에 들었던 영평초 인근 상가

내가 상재에 눈이 밝다면 좋을 텐데, 그건 또 아니라서 나름 마음에 드는 점포들을 고르다 보면 (물론 가능한 가격선의 매물만 보다 보니) 시내에서 가깝지만 시내는 아니라 덜 번잡하고 공기도 좋고, 가게 창문 밖으로 밭과 나무들이 보이는 곳이었다. 계약을 하려다 불발된 영평초등학교 근처 점포는 크기는 작았지만 층고가 넓어 시원했고, 밖으로는 아담하게 쌓은 현대식 현무암 돌담이 사랑스러웠다. 씽씽 앞을 지나는 도로가 조금 무서웠지만 가게 밖으로 보이는 한적한 풍경이 참 좋아서 당일 계약할 생각으로 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자리가 제과점이 불가능한 자리라, 첫사랑에게 고백해서 백년해로 할 상상까지 했다가 막상 고백해보니 가차 없이 차인 것 같은 심적 타격을 이틀 정도 겪었었다. 공인중개사 분께 제과점이 가능한지 미리 문의를 다 해보고 갔는데 자세히 서류를 체크해보니 안 되는 곳이었다. 이렇게 몇 달간 비워진 권리금도 없는 깔끔한 신축 점포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오랫동안 계약이 되지 않은 곳이니까 내가 수용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는 것이 좋다. (내가 아닌 임자가 있겠지)


계약한 점포 앞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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