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베르겐 뮤지엄
일을 하던 중 급하게 정하고 급하게 준비한 여행이라, 북유럽이 바이킹의 고장이라는 사실도 핀란드에서 만났던 야니에게 들어서 깨달았다. 그렇다 보니 한자동맹이 뭔지, 베르겐이 무엇으로 유명한지는 사실 잘 몰랐다. 피오르드 투어의 시작점이자, 마지막 지점이고 네모난 성냥갑 같은 색색의 건물들이 주르륵 늘어선 모습(브뤼겐)으로 유명하며, KODE라는 뭉크의 그림을 실제로 볼 수 있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미술관이 있다는 정도였다. 여행 출발 전, 피오르드 배를 탈지 말지 무척 긴 고민을 거쳤는데, 바다를 한없이 나아가서 섬에 도착한 다음에는 하룻밤 자고 새벽에 다시 배를 타고 나와야 한다는 정말 의미 없이 시간만 긴 여정이라 포기했다. 피오르드 투어는 여름쯤이 성수기라고 하니 제대로 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날이 무척 흐려서 배를 타도 썩 괜찮은 풍경을 보기가 어려웠을 테니까. 유튜브에 피오르드 구간을 항해하는 실제 항해 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배를 타기 전 해당 노선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미리 체크해볼 수 있다. ;-)
날씨도 흐린데 설상가상 우리나라의 추석과도 마찬가지인 크리스마스와 연말 크리티컬을 맞이해, 내가 방문한 시기에는 KODE 미술관이 휴관이었다. 맛있다고 소문난 미술관의 음식을 맛볼 수 없다는 것도 너무 슬펐지만 피오르드를 포기한다면 베르겐에 남은 백미는 미술관뿐이었는데 이렇게 상황이 돌아가자 너무 아쉬워졌다.
1 관부터 4관까지 작품 시기에 따라 나눠진 KODE 코데 미술관은 미술을 좋아하고, 뭉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추천할만한 곳이라고 하는데... 그냥 가기 아쉬워서 멀리서 한번 바라보고 베르겐 뮤지엄을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베르겐은 생각보다 버스가 구석구석 다니지 않고, 배차 간격이 길고 오르막이 많아서 꼭 제주도 같다. 관광을 한다면 많은 시간을 걸어야 하니까 운동화를 신고 관광을 하는 것이 좋다.
베르겐 뮤지엄은 베르겐의 역사에 대한 박물관이다. 볼게 아주 많지는 않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집 터가 건물 내에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현장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밤늦게도 건물 밖에서 옛 집터를 볼 수 있다. 박물관 안에서는 토양 퇴적층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놀이판들도 정교하고 귀엽다. 바이킹 하면 훌륭한 뱃사람이자 전사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편견이었나 보다.
과하게 화려하지 않은 액세서리들은 마치 현대 액세서리 디자인과 흡사하다.
박물관 입구에 걸려있던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발굴된 나무 조각에 그려진 일러스트였다. 만화처럼 키치하고 귀엽다.
하지만 노르웨이어를 모르니 너무 어려운 곳인 것 같다.
실제 배의 규모를 재현해둔 곳도 구경하지만, 바사호 박물관의 위엄이 너무 엄청났기 때문인지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 바사호 뮤지엄 포스팅 )
하지만 실제 집터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영어나 다른 언어에 대한 지원이 더 충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내가 베르겐의 주민이라면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베르겐 뮤지엄의 존재가 뿌듯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내가 사는 곳의 먼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서 알 수 있다니. 아이들이 훨씬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직접 룬문자를 적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점심때 베르겐의 전통 생선 요리를 먹었었는데, 그래서인지 옛날부터 베르겐은 생선 조업이 활발했던 것 같다. 베르겐 박물관에 있는 이 'Himmelfarten'이라는 그림은 사람만 한 생선을 옮기는 남자를 표현했다.
옛 베르겐의 풍경을 표현한 이 그림에서도, 자세히 보면 생선을 옮기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907년대 피시맨 사진을 재현해볼 수 있다. 삶의 고단함을 표현해보았는데... 표현이 되었을까???
베르겐 카드로 무료입장이 가능한 뮤지엄, 아주 짧게 바이킹의 문화를 엿보기엔 좋다. 기념엽서가 귀여움으로 방문 추천은 세모 정도 일 것 같다.
베르겐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추천, 역사에 관심이 없다면 패스하셔도 무방할 뮤지엄이었다.
(나도 연말이 아니었다면 들리지 않았을 박물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