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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Sep 15. 2019

바이킹 공부를 하고 올 걸 그랬어

노르웨이 베르겐 뮤지엄


일을 하던 중 급하게 정하고 급하게 준비한 여행이라, 북유럽이 바이킹의 고장이라는 사실도 핀란드에서 만났던 야니에게 들어서 깨달았다. 그렇다 보니 한자동맹이 뭔지, 베르겐이 무엇으로 유명한지는 사실 잘 몰랐다. 피오르드 투어의 시작점이자, 마지막 지점이고 네모난 성냥갑 같은 색색의 건물들이 주르륵 늘어선 모습(브뤼겐)으로 유명하며, KODE라는 뭉크의 그림을 실제로 볼 수 있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미술관이 있다는 정도였다. 여행 출발 전, 피오르드 배를 탈지 말지 무척 긴 고민을 거쳤는데, 바다를 한없이 나아가서 섬에 도착한 다음에는 하룻밤 자고 새벽에 다시 배를 타고 나와야 한다는 정말 의미 없이 시간만 긴 여정이라 포기했다. 피오르드 투어는 여름쯤이 성수기라고 하니 제대로 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날이 무척 흐려서 배를 타도 썩 괜찮은 풍경을 보기가 어려웠을 테니까. 유튜브에 피오르드 구간을 항해하는 실제 항해 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배를 타기 전 해당 노선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미리 체크해볼 수 있다. ;-)


날씨도 흐린데 설상가상 우리나라의 추석과도 마찬가지인 크리스마스와 연말 크리티컬을 맞이해, 내가 방문한 시기에는 KODE 미술관이 휴관이었다. 맛있다고 소문난 미술관의 음식을 맛볼 수 없다는 것도 너무 슬펐지만 피오르드를 포기한다면 베르겐에 남은 백미는 미술관뿐이었는데 이렇게 상황이 돌아가자 너무 아쉬워졌다.


언젠가 다시 온다면 꼭 들릴게.

1 관부터 4관까지 작품 시기에 따라 나눠진 KODE 코데 미술관은 미술을 좋아하고, 뭉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추천할만한 곳이라고 하는데... 그냥 가기 아쉬워서 멀리서 한번 바라보고 베르겐 뮤지엄을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베르겐 인포메이션에서 받았던 오픈 및 개관 시간 알림표

베르겐은 생각보다 버스가 구석구석 다니지 않고, 배차 간격이 길고 오르막이 많아서 꼭 제주도 같다. 관광을 한다면 많은 시간을 걸어야 하니까 운동화를 신고 관광을 하는 것이 좋다.


베르겐 뮤지엄 앞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지만, 브뤼겐에서는 걷는게 더 빠르다.

베르겐 뮤지엄은 베르겐의 역사에 대한 박물관이다. 볼게 아주 많지는 않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집 터가 건물 내에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현장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밤늦게도 건물 밖에서 옛 집터를 볼 수 있다. 박물관 안에서는 토양 퇴적층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놀이판들도 정교하고 귀엽다. 바이킹 하면 훌륭한 뱃사람이자 전사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편견이었나 보다.

과하게 화려하지 않은 액세서리들은 마치 현대 액세서리 디자인과 흡사하다.


박물관 입구에 걸려있던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발굴된 나무 조각에 그려진 일러스트였다. 만화처럼 키치하고 귀엽다.


Kvistruner:som livet ditt = 비스트 룬 :... 당신의 인생으로써

하지만 노르웨이어를 모르니 너무 어려운 곳인 것 같다.


실제 배의 규모를 재현해둔 곳도 구경하지만, 바사호 박물관의 위엄이 너무 엄청났기 때문인지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 바사호 뮤지엄 포스팅 )

하지만 실제 집터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영어나 다른 언어에 대한 지원이 더 충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내가 베르겐의 주민이라면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베르겐 뮤지엄의 존재가 뿌듯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내가 사는 곳의 먼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서 알 수 있다니. 아이들이 훨씬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직접 룬문자를 적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점심때 베르겐의 전통 생선 요리를 먹었었는데, 그래서인지 옛날부터 베르겐은 생선 조업이 활발했던 것 같다. 베르겐 박물관에 있는 이 'Himmelfarten'이라는 그림은 사람만 한 생선을 옮기는 남자를 표현했다.

옛 베르겐의 풍경을 표현한 이 그림에서도, 자세히 보면 생선을 옮기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림에 남아있는 항구가 보존되어 있다.

1907년대 피시맨 사진을 재현해볼 수 있다. 삶의 고단함을 표현해보았는데... 표현이 되었을까???


베르겐 카드로 무료입장이 가능한 뮤지엄, 아주 짧게 바이킹의 문화를 엿보기엔 좋다. 기념엽서가 귀여움으로 방문 추천은 세모 정도 일 것 같다.


베르겐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추천, 역사에 관심이 없다면 패스하셔도 무방할 뮤지엄이었다.

(나도 연말이 아니었다면 들리지 않았을 박물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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