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노 Mar 25. 2016

헬싱키에서는 바람의 맛이 난다

심심한 듯 차분한 이 도시는 담담한 매력이 있다


잘 끓인 뭇국이 담담하니 손이 자주 가는 것처럼, 헬싱키는 시원한 무를 끓여낸 뭇국처럼 심심한 듯 차분한 매력이 있다. 까만 호밀빵처럼 손이 절로 가진 않아도 나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류준열과 같은 매력을 가졌다. 그렇기에 영화 카모메 식당만의 이미지로 헬싱키를 재단하기에는 쉬이 아쉬운 일이다.


중앙역 근처의 야외 스케이트장


"헬싱키에는 볼 것이 무엇 있어요?"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헬싱키는 이상하게도 빼어나게 잘난 부분은 없으니까, 류준열의 어디가 잘생겼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내심 곤란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류준열이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는 배우인 것처럼, 헬싱키의 매력은 그 어느 하나에 있지 않은 것 같다.



헬싱키의 첫인상, 헬싱키 중앙역


헬싱키 중앙역 안쪽 중앙문을 통해서 플랫폼으로 갈 수 있다
높은 천장과 조명이 아름다운 헬싱키 중앙역 출구
VR 열차 티켓 발매 및 문의를 해결하는 헬싱키 중앙역내 창구
헬싱키 중앙역에서는 크리스마스 사진 촬영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멀리서 보이는 헬싱키 중앙역의 모습


헬싱키의 매력 중 하나는 여행자라면 한 번은 꼭 들려야 하는 헬싱키 중앙역이 아닐까.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진 이 기차역은 많은 사람들로 대단히 부산스럽지만 무척 아름답다. 지하에는 거대한 코인로커 공간이 있고, 1층은 플랫폼을 오가는 사람들과 여행자들로 가득하다. VR 인포데스크는 커다란 은행처럼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만약 배고프다면 플랫폼 입구 옆 간이매점에서 핫도그를 사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역에서 5분만 걸어나가도 바로 번화가이기 때문에 열차시간이 가까운 사람들을 제외하면 바쁘게 역 바깥으로 걸어나간다.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해도 나가자마자 보이는 맥도널드는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자. 당신은 지금 막 헬싱키에 도착했으니까.




음악이 필요했던 시벨리우스 공원



시벨리우스 공원을 들릴 생각을 했던 것은 어떤 여류 조각가가 만들었다는 파이프를 붙여 만든 기묘한 조각 때문이었다. 핀란드의 국민성을 대표하는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 기념비와 함께 있는 그 조각은 1957년 공모전을 통해 대학 교수였던 에일라 힐투넨의 아이디어로 제작되어졌다.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면이 장 시벨리우스를 표현하는 것이냐며 논란도 일었으나 실제로 보면 썩 아름답고 차가운 핀란드의 기후와 잘 어울린다.



장 시벨리우스는 러시아 지배 하에 놓인 핀란드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핀란드의 자연에 대한 찬가를 표현한 '핀란디아'를 작곡하였다고 한다. 장 시벨리우스의 마스크 앞에 놓인 몇 개의 꽃다발이 지금도 존경받는 국민적 영웅의 면모를 짐작케 한다. 이후에 들린 내셔널 박물관의 장 시벨리우스 특별전을 통해 그의 유쾌하고 젠틀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고 또한 그가 얼마나 사랑받는 핀란드의 국민적인 영웅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공원에 투어 버스가 곧잘 관광객들을 가득 내려놓곤 하니 혼자 여행하는 여행객이라면 장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포함한 음악 몇 곡을 스마트폰에 담아서 노래를 들으며 공원을 산책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높낮이가 다양한 구릉을 끼고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공원의 정취가 남다르다. 높은 지대에 있는 벤치 한 곳에 앉아 해안선과 조각상을 내려다보며 음악을 듣는다면 헬싱키의 바람의 맛이 무엇인지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헬싱키 거리의 가구 카페 Plootu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다 인테리어 소품 및 가구를 파는 자그마한 카페를 발견했다. 실제로 손님들이 앉는 의자며 테이블도 판매 중인 제품들이다. 간단한 음료들과 페스츄리, 샐러드를 판매하고 있다.



근처 주민들이 들리는 공간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맞은편에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카페에는 테이크 아웃 음료를 주문하거나 샌드위치를 주문해 먹는 사람이 많았던 것을 보면 저렴하지 않은 가격 탓일지도 모르겠다. 나야 그저 지나가는 여행객이고, 점심 식사를 끝낸 직후였으니 마음 편히 입장해 구경도 하고 커피도 주문했다. 다행히 메뉴판은 영어로 되어있어 알아보기 쉬웠다.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히피 느낌이 물씬 나는 주인장에게서 주문한 카푸치노는 페스츄리와 잘 어울렸다. 점심을 먹고 나온 직후였는데도 감쪽같이 하나가 사라졌다. 멋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려니 소중한 사람들이 그리웠다. 뚝 떼어다가 한국에 가져오고 싶을 정도로 카페는 멋스러웠고 주인이 손님에게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흔치 않은 곳이었다.






헬싱키 침묵의 교회




무민 스토어가 있는 포럼 백화점 길 건너편, 캄피 침묵의 교회가 있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도보로 7분 정도 거리에 있어 잠시 들리기에도 적당하다. 특히 도심 속의 고요를 느끼고 싶은 여행자라면 암석 교회보다 더 추천하고 싶은 장소이다. 차가운 겨울바람도, 매섭게 몰아치는 현실도 예배당 안에 들어서는 순간 포근히 나를 감싸는 경건함에 잊혀진다.



나와 함께 들어온 관광객 무리는 작은 예배당의 관광을 금방 끝내고 떠나버린다. 침묵의 예배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소란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니여서일까. 무언가 간절히 기도하는 노부부와 함께 나도 잠시 자리에 앉아 빌어본다.


이 여행의 끝에 더 이상의 두려움이 없도록 지켜봐주세요.




관광객들로 소란스러웠던 암석 교회와 달리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도심 속 작은 예배당에서 스스로에게 작은 다짐을 하면서, 교회를 떠났다. 들어갈 때와 똑같이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지만 작은 등잔불을 가슴속에 켜둔 것처럼 위안이 들었다.





헬싱키는 특출난 면모가 없다는 점에서 여행자들이 스쳐 지나가기에 적당한 도시일지도 모른다.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북쪽으로 가기위해 헬싱키를 경유하는 여행자들이었다. 그래서일까 보면 볼수록 헬싱키는 흔한 대도시가 가지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그 곳에서 샀던 선물들과 만났던 사람들이 여행에 깊게 새겨져 다시 여행을 추억하게 만들고 가슴에 바람이 불게 만드는


헬싱키에는 그런 바람이 있다.






헬싱키 중앙역의 위치 :https://goo.gl/maps/9w9podXTn1S2

시벨리우스 공원 위치 : https://goo.gl/maps/UBP2EXPqd6y

헬싱키 가구 카페 Plootu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lootuhelsinki/

캄피 침묵의 교회 위치 :https://goo.gl/maps/zTYxUGK61Ko




이전 04화 여행지의 식탁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