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포스팅해뒀던 TOMMI의 에어비앤비가 헬싱키의 아침과 저녁 이야기였다면, 구석구석 살펴본 헬싱키의 감초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다. 생각해보니 헬싱키에 다녀온 다른 사람들도 의례 적으려니 하고 넘겨버렸던 것 같다. 그냥 남들도 적는 걸 적기 싫었던 걸까.
핀란드 국립 박물관이랑 Kiasma 미술관은 북유럽 사진첩 매거진에 적었다. 아무래도 천성이 실용 덕후라 실용적인 정보나 특출난 것엔 눈이 돌아가는데 대신에 소소한 걸 적는 재미를 가끔 잊곤 하는 것 같다. 아래는 놓치고 지나간 헬싱키의 남들도 다 보고 오는 그 스팟들편이다.
헬싱키 현대 미술 뮤지엄 : https://brunch.co.kr/@nonayo/77
핀란드 국립 박물관 : https://brunch.co.kr/@nonayo/81
크리스마스의 STOCKMANN 백화점 쇼윈도
크리스마스의 STOCKMANN 백화점 쇼윈도에는 다양하고 재미난 것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스노우볼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또 다른 쇼윈도에서는 창 앞에 설치된 터치형 버튼을 누르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신기한 홀로그램이 펼쳐진다. 홀로그램에서 나오는 크리스마스 노래와 함께 쇼윈도 앞에서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들과 어른들을 볼 수 있다.
백화점 외관을 상당히 반짝이고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핀란드의 유명한 파제르 쵸콜릿의 쇼윈도우, 아기자기한 마을 모양의 쵸콜릿이 대형 스노우볼 안에 들어가 있다. 이게 빙글빙글 돌아간다. 제일 신박하다 생각했던 쇼윈도우. 겨울의 동물들로 가득한 쇼윈도우 안쪽에는 나무 둥치가 안이 비워져 있고, 창문에는 터치형 버튼이 설치되어있다. 버튼을 누르면 안에 있던 선물 상자가 펑하고 열리면서 선물이 쏟아져 나오는 홀로그램이 실행된다.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오르기도 한다.
아카데미아 서점 & 카페 알토
워낙 많은 곳을 단기간에 다니다 보니 건축물에 대한 감흥이 매우 낮아진 상태였다. 그래서일까 헬싱키의 아름다운 서점 아카데미아는 내게는 그저 공간 전체를 둘러싼 아이보리색 대리석과 따뜻하게 배치된 서가가 인상적인 곳으로 보였다. 우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들이 모조리 핀란드어나 영어로 되어있다 보니 감흥이 더 떨어졌달까. 엄청난 기대를 하고 가기에는 소담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일단 서점의 규모로 치자면 우리에겐 교보문고가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나 강남 교보문고 정도의 규모를 생각하고 간다면 조금 실망스러울지도 모른다.
카페 알토는 그 안에서 서점을 보는 뷰가 각별히 멋있다. 왜 영화 감독이 여기서 씬을 촬영했는지 납득이 될 정도다. 그래서 이왕이면 안쪽에 앉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케이크와 식사류가 맛있어 보이는데, 메뉴판에 다 나와있지 않은 것 같으니 직원에게 꼭 물어보고 주문하길. 나는 부끄러워서 메뉴를 혼자 추리하고 주문했다가 망했다. 하지만 차는 양도 넉넉하고 맛있었다.
앗 생각보다 작다! 그리고 책의 제목을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다! 라는 연타 멘붕 중 2층의 카페 알토, 어쩐지 따뜻한 느낌이 들어 선뜻 들어가도 되나 망설여졌다. 안쪽의 빈 자리를 앉았는데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의 뷰가 보이는 것만 같다. 카페 알토에 앉아 보는 아카데미아 서점이 가장 아름다울지도. 소박한 테이블, 메뉴판은 핀란드어이 기본이고 직원이 눈치껏 외국인에게는 외국인용 일본어&영어 메뉴판이 가져다준다. 다시봐도 이 뷰는 좋다. 흐뭇 추워서 시킨 차와 배고파서 질량감 있는 것을 먹기위해 나름 케이크라고 유추한 쵸콜릿 포테이토를 시켰더니...폭망 / 감자모양의 가나슈였습니다.
카페 알토 다녀와서 영화 스크린샷을 보니 내 자리가 영화의 자리와 상당히 비슷한 뷰를 가진 걸 보고 놀랐다. 우연의 일치인가...
카페 파제르
처음 봤을 땐 미래 시대를 테마로 한 유원지의 레스토랑 같은 외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브런치도 팔고 초콜릿도 팔고 케이크도 팔고 초콜릿 선물 세트도 파는 엄청 큰 카페로 우리나라로 치면 패션5 비슷하려나. 일단 파제르가 유명한 핀란드 초콜릿 회사이다 보니 초콜릿이 비싸고 맛있다. 헬싱키 시내에 위치한 파제르 카페에는 계속 사람이 많기 때문에 한산한 타임을 노리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문은 트레이를 밀며 직원에게 원하는 것을 주문하고 나중에 계산대에서 계산하면 되는데 전혀 어렵지 않고 바디랭귀지도 다 이해해준다. (친절한 사람들) 파제르 초콜릿이 맛있는데 저렴하진 않다. 맛있는만큼 비싸다. 하지만 꼭 사야 한다면 안에 와인 젤리가 들어간 초콜릿을 추천! 포장 비닐이 빨간&금색 요 녀석으로 기억한다.
80년대 SF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느낌의 외관, 카페 알토가 우아했다면 카페 파제르는 정반대의 투박함이 아닐까. 브런치를 먹는 사람들의 위한 별도의 공간은 저녁에는 닫혀있다. 내부 인테리어 장식이 또한 80년대 미국 영화같다. 그리고 실내가 매우 넓다. 쇼케이스 앞의 넓은 단은 트레이를 끌며 이동하는 곳이다. 미리 뭘 주문할지 고르고 트레이를 끌고 이동하면 된다. 하지만 쵸콜릿은 이렇게 따로 팔고 있기 때문에 쵸콜릿 매대 직원에게 계산받으면 된다. 봉투에 넣어서 그램당 판매한다. 선물용 쵸콜릿도 판매하고 있다. 쵸콜릿색 돼지가 왜이리 귀여운지!!! 언제나 쇼케이스는 위험한 곳이다. 하악하악 내 텅장 잔고가 텅텅텅 케이크 두 개를 골라왔는데, 카페 알토의 쵸콜릿 포테이토 여파인지 쵸콜릿이 유명한 브랜드인데 서양배 머랭 케이크와 머랭 베이스의 시트로 구운 케이크를 주문해버렸다. 아뿔사 달다... 맛있지만 달다... 무식하게 달다... 추운 지방 사람들은 퍽 단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헬싱키 암석 교회
어디가 입구인지 몰라서 사람들을 따라 올라갔는데 정신 차려보니 교회 지붕을 건너 정문 위에 서있었다.
여길 올라가면 교회 정문 위에 서있는 본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기가 맞나? 하고 의혹이 들고 있다면 당신의 촉이 맞다. 천장 지붕은 찾았는데... 저긴가 해서 가보았더니 별 거가 아니었다. 정신 차려보니 저 위에 서있었다. 결국 옆으로 돌아서 내려왔다. 들어서자마자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대체로 중국인들이고, 때때로 일본인. 한국인 만나기는 쉽지 않다. 다들 열심히 찍는데 워낙 커서 카메라에 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금속을 펴서 만든 것 같은 천장이며, 천장을 둘러싼 유리창이 암석과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적인 느낌과 자연물의 조화가 적절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나도 그 마음이 이해가 되어서 아주 싫어할 순 없었다. 암석과 햇빛, 그리고 신이라는 주제가 조화롭게 완성된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현대적인 공간이다. 소품도 공간과 일체감이 있다. 2층까지 앉을 자리가 있다. 파이프 오르간의 색이 암석과도 잘 어울린다. 자연 암석을 이용해 그 곳에 촛대를 설치했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같다고 생각했다. 북유럽 사람들은 뭘 먹고 디자인을 하길래 이렇게 자연물도 멋지게 소화하는건지. 2층에 올라가는 계단이 따로 있다. 예배당 들어가는 입구에는 좋은 글귀가 각 나라 말로 프린트되어 있다. 한국어도 준비되어 있다. 2층에서 본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 외의 내가 본 헬싱키가 궁금하다면
헬싱키에서는 바람의 맛이 난다. 를 참고해주세요.
링크 : https://brunch.co.kr/@nonayo/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