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어빙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 중 하나
Kiasma museum of contemporary art
헬싱키 역에서 도보 5분, 차가운 은갈치 같은 표면을 빛내는 저 묘한 건물이 어떤 것인지 생각도 하기 전에 짧은 헬싱키에서의 하루를 어떻게든 알차게 보내기 위해 들린 키아스마 뮤지엄. 알고 보니 저 차가운 듯 밋밋한 앞모습은 뒷모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뒤에서 보면 커다란 유리창으로 현재 전시 중인 작품을 보여주며 건물의 창이 작품의 액자 역할을 하는 독특한 모습이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꼭 건물의 뒤편도 감상해보시기를 추천한다. 키아스마 뮤지엄 뒤편에는 헬싱키 음악 센터(시벨리우스 홀)가 있다. 말린 명태 같은 조각이 건물 입구에 크게 서있어서 눈길이 절로 간다.
뮤지엄에 들어서면 유선형의 실내와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기를 만날 수 있다. 외관의 모습과 사뭇 다른 실내에 깜짝 놀라 1층 로비 주변을 둘러보니 물품 보관소와 카페, 뮤지엄 샵의 위치는 완벽하게 선형으로 짜여진 관람 동선의 외곽에 빠져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줄무늬의 벽과 천장의 V자 모양의 굴곡은 자연히 관람 방향으로 시선이 향하게 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향하는 오르막 옆을 보면 높이가 검은색 타이포로 적혀있다.
나도 내 키에 맞는 곳을 찾아 서보았다. 미술관 곳곳에는 이런 세심한 센스들이 눈에 띈다. 물론 그 방식이 너무나 쿨해서 열심히 보지 않으면 찾기가 어렵다.
1층의 오르막을 따라 만나는 2층의 전시실을 관람하고 나면, 뮤지엄의 현관 역할을 하는 위에 위치한 작은 로비가 나온다. 여기서는 헬싱키 시내를 보며 준비된 연필과 종이로 생각난 잔상을 끼적거릴 수 있다.
미술관 곳곳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구조적 특수함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낯섦을 느끼게 하지만 곧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면 더없이 유기적인 구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2층에서 커다란 그림들로 둘러싸여 그 거대함을 만끽했다면, 그다음 3층 통로에서는 위쪽에 걸린 그림을 좀 더 상세히 관찰할 수 있다.
통로를 통과하면 거대한 반원형의 천장에서 쏟아지는 햇살과 하얀 벽에 반사되는 빛, 그리고 간접 조명으로 환한 느낌이 드는 거대한 동굴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벽을 돌아나가니 커다란 창을 통해 시벨리우스 홀을 조망할 수 있었다.
건물 형태를 살려 양면성을 보여준 작품도 있었다. 한쪽 면에는 'YOU THINK IT'S WRONG BUT YOU SAY IT'S RIGHT'이라고 적혀있는 이미지 뒤편은 'YOU THINK IT'S RIGHT BUT YOU SAY IT'S WRONG'라고 적혀있다. 그렇다면 미술관에 방문하지 않는 시민들은 저 작품의 'YOU THINK IT'S RIGHT BUT YOU SAY IT'S WRONG'쪽만 보게 되고, 미술관만 방문한 사람들은 'YOU THINK IT'S WRONG BUT YOU SAY IT'S RIGHT'쪽만 보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 당시 전시들이 한국으로 치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처럼 주목받은 신예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아서 그런지 난해하고 어려워 키아스마 뮤지엄에 대한 인상은 난해함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당시에 뮤지엄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구조적 특수성에 오히려 감탄했던 기억을 돌이켜보면 건축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꼭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키아스마의 뜻은 'X'와 같이 서로 교차하는 두 선을 의미한다.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은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문화적 융합과 교차를 표현하고 있다.
홈페이지 : http://www.kiasma.f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