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노 Mar 31. 2016

핀란드의 크리스마스 비하인드 스토리

비성수기라 방심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기


 주변 사람들에게 북유럽을 간다고 하니, 다들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은 가까우니 페리를 타고 다녀오라고 조언해주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북유럽이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들어있지도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내가 제이드에게 헬싱키 in/out 티켓을 결제했다고 하니 남편인 야니가 2주 동안 핀란드에 있으면서 내가 심심하면 어쩌냐며 걱정했다는 것이었다. 괜히 간다고 해서 신혼부부 걱정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제이드와 야니도 분명 연말이니 가족들과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야겠지 생각하다 보니 골치가 아파 그렇게 3개월을 흘려보냈다. 물론 그 3개월 동안 그래도 조금 여행 준비를 해볼까 해서 비행기 티켓을 결제하고 바로 론리플래닛의 북유럽 편을 일부러 빌려 읽었는데 거기에 북유럽의 12월은 낮시간도 짧고 크리스마스밖에 행사가 없으며 날씨가 혹독하게 추워서 비성수기임으로 웬만한 관광지는 열지 않고 숙소 잡기에도 쉽다기에 나는 정말로 북유럽이 비성수기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면 InterCity Train( 헬싱키 - 로바니에미 야간열차 침대칸 )과 산타 마을이 있는 로바니에미에는 그 말에 예외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주의 : 크리스마스 시즌의 북유럽 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삽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항공권을 결제할 때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는 유일한 일정은 제이드가 크리스마스에 남편인 야니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집이 있는 로바니에미에 가기로 했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나도 크리스마스에는 제이드와 함께 로바니에미에 있는 산타 마을을 가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에 산타 마을이라니, 이 무슨 생각지도 못한 기회인지. 제이드는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도 가능하다면 같이 할 수 있을지 할머니, 할아버지께 여쭤보겠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던 중 나는 회사 일정 변경으로 나는 이미 예약해둔 항공권을 변경할지, 혹은 지인이 다니고 있는 다른 항공사를 이용할지 고민해야 했다. 이미 예약해둔 항공권을 변경할 경우 변경 수수료가 들었고, 지인이 다니고 있는 다른 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가격은 저렴해지지만 헬싱키 in/out은 없고 코펜하겐, 스톡홀름, 오슬로에서 in/out이 가능했다. 어차피 그렇다면 가격도 저렴하게 하고 다른 도시들도 가보자 라는 생각에 스톡홀름 in / 오슬로 out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변경된 항공권 스케줄을 알려주기 위해 제이드에게 연락했다. 11월 초쯤이면 대략 크리스마스에 어떻게 할지도 결정 났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역시 제이드도 24일부터 26일까지는 로바니에미에 머무는 것이 확정적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에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로바니에미 호텔을 검색해보았는데 숙소가 없다. 정말로 로바니에미 지역의 호텔과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숙박 업소는 모조리 Full-Booking으로 예약이 불가한 상태였다. 여행까진 아직 45일 정도 남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12월 24일 산타 마을 근처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란 절대 불가능해 보였다.


"저기 제이드 정말 미안한데 내가 지금 로바니에미 숙소를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찾고 있는데 한 곳도 안 나와. 제이드도 찾아봐줄 수 있어?"


"정말? 응, 나도 찾아볼게."


카카오톡을 켜두고 나도 열심히 찾아보고 있지만 정말 한 곳도 없었다. 곧 제이드도 깜짝 놀란 듯 답변이 왔다.


"고운, 어떻게 하지. 진짜 그 많던 호텔이 하나도 안 남았어. 야니 할머니, 할아버지 집도 작아서 고운을 재워주고 싶어도 재워줄 수가 없고, 혹시 괜찮으면 로바니에미에서 가까운 케미에서 자는 건 어때? 케미에는 스노우 호텔이 유명하거든! 거기서 잘 수 있으면 더 좋을 거 같아!"


야니의 어머니가 알려주신 덕분에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크리스마스의 산타마을은 일본 여행객과 중국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아 반년 혹은 일 년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에 케미는 오울루와 로바니에미 중간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공장이 많아 핀란드인 사이에서는 케미 출신이라고 하면 공장 냄새가 난다고 놀린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이런 케미(Kemi)에도 유명한 관광 아이템이 있다면 쇄빙선 체험과 스노우 호텔이다. 얼음을 깨고 바다로 나가는 쇄빙선을 타고 실제로 얼음 바다에 동동 떠보는 체험을 해볼 수도 있고, 스노우 호텔에서는 진짜 100% 눈으로 만들어진 호텔의 방에서 숙박하고 다양한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 참고 및 예약  :  http://www.visitkemi.fi/en/ ) 실제로 로바니에미에서 케미까지 쇄빙선 체험을 하게 도와주는 셔틀버스도 있다는 것을 보니 쇄빙선을 타는 이 이색적인 체험은 실제로 인기가 많아 보였다.


( 출처 : http://www.visitkemi.fi/en/ )



그러나 이상하게도 스노우 호텔을 예약하려니 예약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이지 설마 벌써 예약 마감되었나 하고 조급한 마음에 홈페이지에 있는 오픈 날짜를 찬찬히 읽어보니 매년 12월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그다음 해 1월 말부터 4월까지 오픈한다고 한다. 결국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케미에 머무른다면 스노우 호텔에서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럴 수가, 제이드 스노우 호텔은 1월 말에나 오픈한데."


"아... 나도 정말 가보고 싶은 호텔이었는데. 아쉽다. 어쩌지! 일단 케미에 다른 곳은 없어?"


"흠, 두 곳 정도가 있는데. 메리호피 호텔은 가격은 엄청 저렴한 건 아니지만 조식이 맛있다고 하네. 취소 수수료도 무료니까 우선 여기를 예약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래. 우선 예약부터 해. 그래도 호텔이 있어서 다행이다."


호텔을 예약하고 나니, 24일에는 제이드와 야니와 함께 차를 타고 로바니에미로 이동한다지만 로바니에미에서의 탈출은 쉬울까 염려가 되었다. 크리스마스가 겹쳐서 그런지 25일 이후의 로바니에미에서 오슬로로 향하는 비행기는 정말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결국 최고의 방법은 26일 케미에서 로바니에미로 돌아와 로바니에미에서 못다 한 관광을 하고 야간열차를 타고 헬싱키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헬싱키로 일단 돌아가고 나면 오슬로로 가기에도 한결 수월했다. 케미에서 보낼 25일 하루도 얼음낚시나, 나이트 사파리 투어, 오로라 관측 혹은 쇄빙선 투어에 하루를 올인하면 아쉽지 않을 것 같았다.


12월 18일 스톡홀름 in


12월 24일 로바니에미 - 케미

12월 25일 케미

12월 26일 케미 - 로바니에미 - 헬싱키 go


결국 여행 계획을 미룬 것이 여행 일정을 꼬아버리고 말았다. 북유럽 크리스마스 시기에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꼭 반년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북유럽은 기본적으로 겨울에 비성수기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가족을 만나러 다들 이동하기 때문에 특정 루트의 경우 여전히 비싸며 산타 마을이 있는 로바니에미의 경우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에는 로바니에미에 있는 모든 호텔이 반년 전부터 Sold out 된다고 한다. 따라서 로바니에미행 열차도 미리 잡지 않으면 정가로 표를 구매하는 것은 물론이며 해당 시간 열차가 Sold out 될 수도 있다. 함께 야간열차칸에 탔던 사람은 로바니에미의 스노우 호텔에서 지냈다고 했는데, 6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했다고 한다.




핀란드의 국영 철도 회사 VR은 웹사이트에서 미리 예약이 가능하다. (https://www.vr.fi/cs/vr/en/frontpage) 회원가입을 할 경우 회원가로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할인 티켓을 보여주는데 60일 전부터 할인 티켓이 구매 가능하니 미리 회원가입을 해놓고 할인 가격을 보고 예약하는 것을 추천. 기차 선택 시에 보이는 Saver 요금과 일반 요금은 금액 차이이지 좌석의 차이가 아니고, 만약 침대칸을 선택하면 그 금액에서 추가 금액이 붙어서 합산된다. 그리고 겨울 액티비티 때문인지 11월부터 2월까지는 기차 티켓 가격이 비싸고 관광객이 많아 미리 예약을 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스노우 호텔은 기존 호텔에 비해 많이 비싼 편은 아니다.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하고 하루 지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월 말쯤에 완성되기 때문에 2월이나 3월에 여행을 간다면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


*쇄빙선 투어는 1인당 50만 원의 고가의 투어이다. 하지만 얼음을 깨고 운행할 수 있는 겨울 시즌에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기도 하다. 내가 갔던 12월에는 이상기온으로 미리 예약된 쇄빙선 투어가 모두 취소되었었다.(100% 환불)

매거진의 이전글 봄이 오면 다시 그리워하겠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