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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Mar 31. 2016

봄이 오면 다시 그리워하겠지

계절마다 돌아오는 여행을 부르는 마음



봄이 오면 꽃 보러 여행 가고 싶고,

여름이 되면 바다 보러 여행 가고 싶고,

가을이 되면 단풍 보러 여행 가고 싶고,

겨울이 되면 설경을 보러 여행 가고 싶고,

새해에는 일출을 보러 여행 가고 싶고,

친구를 만나면 추억을 쌓으러 여행 가고 싶다.


다들 왜 추운 겨울에 더 추운 북유럽으로 여행을 가느냐고 물었다. 겨울옷도 두껍고 무거운 데다가 날씨까지 추우니까 여행하기엔 썩 좋지 않은 조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유럽이니까 겨울에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늘에서 춤추는 신비한 오로라와 하염없이 내리는 눈과 바다가 꽁꽁 얼어붙는 그 풍경을, 여행하기가 조금 어렵다해서 피해버리면 결국 매번 같은 풍경만 대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가 도착한 시기의 북유럽은 이상 기온으로 춥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내가 상상했던 환상적인 설경을 여행의 중반쯤, 7일째 아침 라플란드의 주도인 로바니에미로 향하는 길 위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냥 보자, 보는 순간 겨울의 북유럽에 가고픈 이유가 생길테니까.


안데르센이 만들고 겨울 왕국의 모티브가 되었던 동화 눈의 여왕의 배경이 바로 유럽 위쪽의 라플란드다. 동화 속에서 카이를 찾기 위해 떠난 게르다는 눈의 여왕의 궁전이 라플란드에 있다는 것을 듣게 된다. 게르다를 돕기 위해 산적의 딸은 라플란드가 고향인 순록 베와 함께 게르다를 풀어준다. 동화 속에서 게르다를 라플란드로 데려다주는 '베'라는 순록이 있었다면 나는 그 길을 야니와 제이드의 차를 타고 라플란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해가 뜨기 전에 출발했다.
찬 바람에 차에 김이 서린다.
케미의 다리를 건너면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북쪽으로 향할수록 나무들이 하얗게 바뀌어갔다
아름다운 하얀 도로 위를 달려간다
고운 방금 순록떼가 지나갔어! 라고 제이드가 말해주었지만 순식간에 놓쳐버렸다.
하얗다.
제이드 안녕
이 풍경을 보고 싶었다.


2시간 반 동안 오울루에서 로바니에미로 향하면서 나는 몇 번이고 창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계속 달라지는 풍경에 내가 계속 감탄을 하자 야니는 차를 세워줄 테니 사진을 찍겠냐고 농담을 했다.


"제이드 이 길이 너무 멋진 것 같아. 영화 같아! 영화!"


내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고운이 오기 전까지 이 풍경을 내가 아는 사람이랑 같이 볼 수 있을 줄 상상도 못했어."


라고 제이드가 대답했다.

그러게. 이런 멋진 풍경을 보며 같은 감탄을 내뱉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나는 제이드가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봄이 오면 그 풍경이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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