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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Nov 11. 2016

이소라 7집 Track 9

가을



가을이 가버렸다.


새로 산 가죽 재킷 좀 더 열심히 입을껄 하는 후회를 남기고 가을이 가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새벽에 내린 비가 대롱대롱 단풍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그게 보석처럼 아침 햇살에 반짝반짝해서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가 숨이 막혔다.



서둘러 집에 다시 들어가 카메라를 꺼내왔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원래 정확한 것이 아니고, 카메라에 찍히는 풍경이 정확한 것이라던데

나뭇가지에 걸린 비닐봉지까지 왜 내 눈에는 반짝반짝하게 보일까.

아침의 신선하고 촉촉하고 시원한 공기 때문일까.



이소라의 7집 Track 9를 제목으로 정한 것은 가을에 제일 잘 어울리는 노래인 것 같아서 정했다.

다들 꼭 한번은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타이틀 곡이 아닌데도 인기도 제일 좋아 신기하다.

내가 좋아하는 곡은 남들도 좋아하는구나.

바람이 느껴지는 호흡과 흩날리는 감정이 절절히 담겨져 있는 Track 9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이소라 7집 Track 9 가사 중-




비에 젖은 빨간 단풍잎들에게서 고독과 시간과 삶을 느낀다고 하면 너무 앞서나갔을까?

가을은 내게 채찍질하는 계절이다.

반짝반짝 빛났던 여름을 추억하게 하며 차가운 바람과 추위로 굳은 몸을 이끌어 매서운 겨울을 준비하게 하는

그래서 가을비에 젖은 단풍이 아름답다 느끼면서 감탄했던 것은

매서운 추위와 혹독한 겨울 앞에서도 아름답게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것의 아름다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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