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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노 Oct 07. 2016

올라퍼 엘리아슨 리움 기획전

같은 작품 다른 장소 다른 느낌


서울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뭉크 전시를 통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뭉크 뮤지엄을 방문했던 - 일상의 경험이 여행의 계획을 바꾸게 만들었던 적은 있지만 여행의 추억이 일상으로 따라오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의 일상에서 체득하는 경험의 양이 여행에서 얻는 경험에 비해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총량이 훨씬 압도적이기 때문인지, 혹은 일상에서 그 특별한 추억을 발견하기엔 너무 바쁘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Olafur Eliasson의 전시가 서울 리움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지난 휴일 주얼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알게 되었다. 주얼이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가 리움에서 하고 있어서 가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작가인지 궁금해 찾아봤는데 작년 12월에 스웨덴 스톡홀름 모던 아트 뮤지엄에서 보았던 올라퍼 엘리아슨의 기획전이었다. 한국에 온 작품들을 찾아보니 본 것들도 있고 보지 못했던 것들도 있었다. 반갑기도 하고, 스톡홀름에서는 지독한 피곤함과 외로움에 쩔어 마주했던 전시이기에 한국에서는 한결 여유 있게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스톡홀름 모던 아트 뮤지엄 후기 링크


*왼쪽은 리움 / 오른쪽은 스톡홀름 모던 아트 뮤지엄


리움 기획전의 타이틀은 올라프 엘리아슨 : 세상의 모든 가능성

스톡홀름 모던 아트 뮤지엄의 타이틀은 Olafur Eliasson: Verklighetsmaskiner/Reality machines

리움 기획전이 좀 더 포괄적인 느낌이라면, 스톡홀름에서 만났던 올라프 엘리아슨의 전시 타이틀명은 바닥에 발을 붙이고 선 것 같은 현실감이 있었다. 일단 선택된 Reality machines 두 단어만으로도 올라프 엘리아슨이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인지 느낄 수 있는 대신 작가에 대한 이미지나 고정관념이 생기기 쉬운 타이틀 명인 것 같기도 하다.


스톡홀름에서난 카메라로 자유롭게 촬영이 가능했기에 리움에서도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카메라를 챙겼는데, 리움에 도착해 확인해보니 전시장 내부에 카메라 반입도 금지하고 있었고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있었다. 핸드폰 카메라는 괜찮은지 별다른 제지가 없었는데 어째서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혼자 공중을 부유하는 환풍기라는 작품이다. 리움의 공간은 지하 1층 - 1층 - 1.5층으로 층고가 나뉘는데 반해서, 스톡홀름 모던 아트 뮤지엄의 올라퍼 엘리아슨 전시는 벽으로 나뉜 1층의 공간으로 이어져있다. 그래서일까 리움에서는 작품을 위나 아래에서, 내려다보거나 올려다보는 시점의 즐거움이 있었다면 스톡홀름에서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개연성을 가지고 이어지는 공간의 흐름을 거니는 즐거움이 있었다.



스톡홀름에서는 시큰둥하게 지나쳤던 '이끼벽'이라는 작품도 주얼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보니 인공적인 공간에 들여진 아이보리색 순록 이끼들이 시각을 간지럽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작품들이 자연광을 받느냐 인공광을 받느냐의 차이도 컸다. 자연광이 시원하게 들어오는 공간에 설치된 작품들은 스톡홀름의 조명 아래에서 보았던 것과 다르게 더 디테일하게 보이고, 덜 푹신해 보였다. 스톡홀름에서는 벽 전체가 폭신한 양털처럼 보이도록 해서 벽의 이미지와 반대의 성질을 가진 소재를 사용하여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서울에서 만난 '이끼벽'은 커다란 공간을 온통 잠식한 햇살을 받고 자라난 진짜 이끼들처럼 보였다.



스톡홀름에서 만났던 작품을 리움 뮤지엄에서 만나는 경험은 새롭고 뜻깊었다. 특히나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은 어떤 공간에 어떤 조명 아래 설치되었느냐에 따라 그 이미지가 확연하게 달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차이를 보였던 것은 바로 무지개 집합이었다. 스톡홀름에서는 방 안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였던 작품이 리움에서는 보슬비처럼 방 전체에 그 존재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주얼은 이걸 실내에서 비가 온다고 표현했는데, 그 표현이 정말 잘 어울렸다. 방에서는 둥근 원형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위에는 아지랑이처럼 무지개가 사방으로 일렁였다.


리움 뮤지엄에서는 방 중앙을 감싸듯 원형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비치된 우산을 사용해 작품을 드나들 수 있다.


촉촉한 습기가 가득 차오른 까만 방 안에서 환하게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들이 미스트처럼 흩날리는 물방울들을 때리면 사방에서 아지랑이처럼 무지개가 피어오른다.

신비로운 감각이 몸 안에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리움 뮤지엄에 전시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 중 메인이 무지개 집합이었다면, 스톡홀름에 설치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의 메인은 Your body of work이라는 작품이었다. 거대한 공간 하나를 전부 차지한 그 작품 역시 보는 즉시 사람을 압도하는 면이 있었다.




걸어서 코너를 돌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색이 다채롭게 변한다. 내 눈 앞에 놓인 투명한 컬러 커튼은 다른 색의 커튼과 겹쳐져 단색이자 단색이 아니게 된다. 중첩을 통해 새로운 색을 보는 것은 내 눈이고, 그 중첩을 변화시키는 것은 내 움직임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사실이 새로운 놀이터에 들어온 것처럼 신이 나게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Your body of work라는 작품명이 정말 딱 들어맞는 셈이다.



직접 보고 느껴야 하는 올라퍼 엘리아슨 기획전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는 사람의 지각을 자극하는 부분에 탁월하다. 예술이 관람자의 내면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의미를 보여주는 거울이라면, 올라퍼 엘리아슨은 그걸 한 단계 넘어 관람자의 내면을 포토샵 하는 것처럼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공간에서의 두 번의 전시를 모두 본 내 입장에서 어느 쪽의 전시가 더 우월하다 평가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올라퍼 엘리아슨과 각 미술관의 큐레이터의 협업을 통해 나온 전시 의도가 확실하게 달라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하나의 놀이 같았던 스톡홀름과 가라앉은 차분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서울의 전시 모두 내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관람자 안의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데에 탁월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는 내년 2월 26일까지 진행된다.

사람이 적은 시간에 가서 관람하시길 추천하고 싶다.






리움_올라퍼 엘리아슨 전시 소개

http://leeum.samsungfoundation.org/html/exhibition/main_view.asp


스톡홀름 아트 뮤지엄_올라퍼 엘리아슨 전시 소개

http://www.modernamuseet.se/stockholm/en/exhibitions/olafur-eliasson/


올라퍼 엘리아슨 홈페이지

http://www.olafureliasson.net/



*추가


리움 올라퍼 엘리아슨 기획전 입장료는 8000원입니다. 동일 티켓으로 1회 재관람이 가능합니다.

전시기간 중에는 올라퍼 엘리아슨 영상 상영은 워크숍룸에서 진행됩니다.

무지개 집합에서는 퍼포먼스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10월 8일에는 국립발레단의 퍼포먼스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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