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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Nov 28. 2019

왜 모아놔도 친해지지 않을까요?

사람이 그리운 동시에 사람이 적인 이 세상

왜 사람들을 모아놔도 유대감 형성이 안될까요?


근심이 가뜩 담긴 얼굴로 말을 꺼낸 한 청년이 같이 악수를 하고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꺼냈다. 굉장히 화려한 프로필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만 들었는데 명함을 받아보니 가히 대단한 이력을 갖고 계셨다. 거기서 특히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서울시 협력 1인 가구 커뮤니티 센터장'.


정부 주도 1인 가구 커뮤니티 육성을 위해 서울시와 협력하고 있는 한 기업의 대표. 그런 분이 논스 투어를 신청하셨다 하니 호기심이 발동해 코워킹에서 아래층으로 쫄래쫄래 내려가 인사를 드렸고 마무리할 일이 있어 다시 2층으로 올라왔다. 짧게 끝날 줄 알았는데 1시간 반이 정도가 지나서야 영세 형이 투어를 다 시켜드리고 위로 올라온다.


"영원아, 방금 그 분 만나고 왔는데 요즘 1인 가구가 굉장히 많대"


"어 들었어. 엄청 많아지고 있다고"


"거의 전 가구에서 삼분의 일이 1인 가구래. 즉, 세 집 중 한 집은 혼자 살고 있다는 거지"


"겁나 많네"


"근데 이게 사회적 문제라는 거야"


"왜?"


"너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위인 건 알지?"


"뉴스에서 봤어. 평균의 2배라고"


"근데 여기서 더 특이한 건 뭔지 알아?"


"뭔데"


"청년 고독사가 많아지고 있다는 거야"


"고독사?.."


"어어, 그 2주 이상 방치되어 있다가 이웃이 신고하는 고독사"


"고독사는 그 노인층이 많은 거 아니었음?"


"그렇긴 한데 20,30대 고독사율도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지"


"하.. 어찌까잉"


"근데 더 특이한 건 뭔지 알아?"


"뭔데"


"이게 강남 쪽에 집중되어있대"


"뭣!?.."


가슴이 덜컥한다. 지금 논스가 있는 지역, 아니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다는 이 강남, 역삼 부근에 청년 고독사가 가장 많다니.. 역삼역 순대국 먹으러 갈 때 맨날 보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그 한 명 아니 그 여러 명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참 비극이라고 하기도 뭣하다. 사람이 가장 많은 곳에서 가장 외롭게 생을 마감한다는 건 너무 아이러니해서 비극을 초월한 코미디라 봐야 할 것 같다. 갑자기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 생각나는 것은 기분 탓인가.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코미디다 - Charlie Chaplin"


이 비극이자 코미디인 상황을 최근에 정부가 드디어 문제로 인식하여 오피스텔과 같은 그냥 같은 건물에서만 살기만 하는 주거형태를 넘어서 1인 가구 "커뮤니티"를 마련하고자 했고 그렇게 한 기업의 대표로서 정부와 협력관계를 맺으신 분이 논스로 찾아오신 것이다. 정부 지원도 빵빵하고 대기업 지원도 있던데, 그럼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공간도 있고, 사람들도 모아서 활동도 하고 그러는데.."


"응"


"근데 이게 사람들이 친해지질 않는데. 그냥 오피스텔이랑 다를 바 없어지는거지"


"당연한 거 아님?"


"왜?"


"요즘엔 교회를 가도 서로 유대감 형성이 되게 어렵다고 들었는데 밖에선 오죽하겠어"


"그래서 그런가 논스에 들어오셔서 조금 관찰을 좀 하고 싶어 하시더라고"


"오 좋지"


"근데 내가 궁금한 건, 왜 우리 같은 커뮤니티는 생겨나지 않냐는 거야"


"너무 쉬운 질문 아니여"


"왜 안 생기는데?"


"서로 안 믿어서 그래"


"그렇게.. 왜 안 믿을까"


그러고 보니 갑자기 이 대화 내용 자체가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다. 왜냐면 사실 우리나라는 농경문화 기반 사회로서 공동체 의식이 굉장히 높았고 근대까지만 해도 정(情)이 넘치기로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고 서로 믿고 같이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 한 극강사업 '농사'를 베이스로 두고 있는 한국 문화와 언어는 서로 돕고 도우며 혼자가 아닌 '같이' 잘 살아가자는 것이 모토였다.


오죽하면 역사적으로 최근까지만 해도 오가작통제라고 다섯 집을 하나로 묶어 서로 아프거나 집안일이 생기면 챙겨주고 농사일도 도와주라는 '마니또' 스멜이 나는 행정체계가 있었을까.. 물론 조선 말기에 서로를 감시하는 체계로 변질되었고 북한도 지금은 이를 연대책임을 묻는 목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이웃을 챙기자'라는 최초 도입 취지는 정말 따뜻하고 인간적인 것 같다.


"관계중심 공동체 문화에 무한경쟁을 뿌린거지"


"그게 무슨 말이야"


"오래동안 같이 잘 살자는 선의의 경쟁을 하던 사람들인데, 갑자기 서로를 짓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던져진거야"


"아..."


"그러니 사람이 그리우면서도 사람이 적이 되어버린거지"


"흠,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어릴 때부터 무한경쟁에 내던져져서 모두가 잠재적 경쟁자 혹은 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갑자기 모아놓고 같이 살면서 친해지라고 하면 누가 친해지겠어.."


"흠.. 그러면 우리 논스는 어떻게 가능한 거지?"


"논스는 선의의 목적의식이 있었잖아"


"목적의식?"


"농경사회도 단순히 우와 우리 갑자기 친해지자~ 가 아니고 '집단과 개인의 생존'이라는 목적의식이 있었거든"


"오호.."


"논스는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같이 도전할 수 있게 매치메이킹 해주고 그 과정에서 자본도 창출되게끔 도와주고 어쩔 땐 치킨도 멕이면서 이 사회에서 잘 '생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본 취지잖아. 전우애도 전쟁이 있어야 생겨나듯, 뭔가 '친목' 이상의 사람들을 단합시킬 수 있는 강력한 매개체가 있어야 하거든"


"그렇지"


"그래서 단순히 친목을 위한 친목 공동체는 신뢰와 유대감을 쌓기에는 너무 약할 수밖에 없음"


"야 뭔가 내가 대단한 거 한 것 같다 갑자기"


대단하다. 대단하고말고. 다단계나 종교단체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열정 넘치고 혈기왕성한 20~40대가 모여 유대감을 형성하기에는 사회가 너무 각박한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니면 너무 각박해져서 그런가, 자기도 모르게 인간관계에서의 따뜻함이 그리웠을 수도 있다. 괜히 회사 옮겼다고 논스 나갔다가 몇 개월 뒤에 다시 돌아오는게 아닌 것 같다. 사람한테서 받은 상처 사람한테서 치유받는다 하지 않는가..



같이 운동하고

같이 밥 먹고

같이 뻉이치고



같이 일하고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운동하고, 같이 영화 보러 가고, 같이 일하고 사업하며 '같이' 잘 살아가고자 하는 커뮤니티 논스타운. 공동체, 사람냄새가 사라져가는 냉혹한 서울 강남 중심에서 부디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라며...


 작성 Foreve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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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전정신(Challenging the Status Quo
):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

2. 다양성(Diversity):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진심을 다해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

3. 공유(Sharing): 나의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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