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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논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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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Dec 31. 2019

사람팔이소년의 재림

'사람'을 남기는 장사

평일 오후 논스 코워킹, 수영을 하고 와 나른하니 습관적으로 랩탑을 펼쳤다. 오늘은 맹한 구글 홈 보다는 이것저것 많은 네이버 홈으로 들어가고 싶다. 잡뉴스와 잡지식이 넘쳐나는 네이버 홈. 무슨 허기짐을 달래고 싶었던 것일까.. 첫 창에 뜨는 뉴스를 바로 클릭한다.


"대인신뢰도 평균 27%에 그쳐"


무작위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2명 정도가 사람을 신뢰하고 8명 정도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뉴스다. 20대가 그중에서도 대인신뢰도가 가장 낮다는 것. 시골 감성충인 나로선 참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드디어 인간성이 사라지고 규칙이 으뜸인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안타까운 나머지 괜히 옆에 앉아 있는 영세 형한테 말을 건다.


"형.."


"왜?"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에 8명이 사람을 안 믿는대"


"뭐 그럴 수 있지"


"안타깝네"


"그런 말이 있잖아"


"어떤거?"


"지식과 지략이 넘치면 위선이 만연한다고"


"Dayum.."


지식과 지략이 넘치면 위선이 만연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규칙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가 쓰는 가면은 많아지고 그 가면 뒤에서 인간성과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옛 말에 틀린 말 없다더니 선인의 지혜 앞에서 나는 다시 한 없이 작아진다. 이것저것 잡지식스러운 스티커가 붙은 랩탑이 괜히 눈에 거슬렸던지 뚜껑을 덮고 세상의 각박함을 묵념하기 위해 베란다로 나가려던 참, 영세형이 씨익 웃으며 불쑥 다시 말을 꺼낸다.


"이걸 사업화하면 어떨까?" 


"사업?"


"응, 사업"


괜히 말 걸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뭔 또 사업 타령이여"


"불신의 비용을 낮춰주는거지"


"불신의 비용?"


"그니깐 이제 사람을 잘 못 믿으니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입증하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거야. 구인구직이든 심지어 연애든"


"하긴, 그렇지.. 같이 밥도 먹어봐야 하고 술도 마셔봐야 하고, 주변 사람한테 괜찮은 사람인지 물어도 봐야 하고. 여간 귀찮은 게 아니지. 


"그니깐"


"예전엔 난 누구의 아들이다!이라 하거나 난 전주 이씨 몇 대손이다! 라 하면 바로 보증이 됐었는데.."


"그건 옜날이고~ 근데 그거 알아?"


"뭐.."


"우리 논스에서는 그 과정이랑 비용이 굉장히 단축되어있다는 거지"


"단축이라.."


"논숙자랑 논스 멤버들은 서로를 덜컥 잘 믿잖아. 물론 입주자 인터뷰의 영향도 있지만 같이 밥 먹고, 심지어 합숙도하니깐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바로 각이 나오는거 아닐까"


"흠.."


"그래서 스타트업 아이템이 있으면 팀빌딩이 속사포로 이루어지고 있고"


생각해보니 그럴 듯한 가설이다. 일반적인 사람소개 플랫폼에 비해 논스는 조금 더 딥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성격'이나 '취향', 심지어 '됨됨이'까지 보증해주는 플랫폼은 아직 없지 않은가.. 이건 아마 알파고가 스카이넷으로 진화해도 못할 듯하다. 하지만 사람을 보증해준다는 것, 다시 말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 아니 어떻게 보면 굉장히 '교만한' 행위가 될 수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체계화하고 사업화 한다는 것인가?


"근데 중간에 트러블이 있어서 나간 케이스도 있고.. 솔직히 말해서 가족만큼 본딩이 끈끈하거나 종교 레벨로 충성심까진 보이진 않는 것 같은데 논숙자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믿음'을 보증 해주는 건 리스크가 있지 않을까? 마치 교회나 절에 다니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신뢰를 주기엔 힘들듯이"


"그렇지. 리스크가 있지.."


"그지?. 어떻게 보면 사람 보증? 플랫폼 같은건데.. 프리메이슨 정도로 큐레이션을 빡세게 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


"그럼 어떻게 해야 좀 이 '믿음'이란 걸 실속있게 보증해주고 커뮤니티를 통해서 대인신뢰도를 상승시킬 수 있을까?"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잘 모르겠다. 이걸 알았으면 애초에 결혼중개업으로 뛰어들지 않았을까. 요즘 종교도 힘들어하는 부분을 논스에서 실현화시키고 싶은 영세형. 참 독특허다.


"CCTV?"


"CCTV?.."


"농담이고.. ㅋㅋ"


"내 짧은 경험상으론 내가 힘들 때, 나락에 빠졌을 때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은 완벽하게 믿을 수 있었고 더 좋게는 그 위기상황을 같이 극복해 나갈 때 굉장히 강한 본딩이 형성되더라고. 마치 전우애랑 비슷하다고 할까.. 그걸 같이 못 견디면 인연이 아닌거고"


"그럼 위기를 도입해야하나?"


위기라.. 인위적으로 위기를 도입한다는건 또 말이 안 된다.


"근데 이미 논숙자들은 나름 자기만의 '위기'를 가지고 입주하는 것 같은데.."


"응"


"그래서 같이 사는 걸로만 해도 최소한 이 사람이 싸이코패쓰인지 아닌지 까지는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그 이상은 모르겠다. 프리메이슨 그랜드 마스터한테 물어봐야 할 듯"


"음.. 근데 어떤 사람을 단순히 안다고만 해서 대인신뢰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뜬금없이 겁나 무거워진 대화내용. 무언가 문제라고 인식되면 꼭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영세형 때문이다. 기승전사업충인 형을 보니 갑자기 생각나는건 영세표 '크루빌딩'


"형 그 뭐냐.. 요즘 막 형이 생각했던 사업 아이템 사람들한테 던져주고 같이 해보라고 크루 모아주고 있잖아"


"아.. 그거. 그렇지"


넘쳐나는 사업 아이디어를 주체를 못해 사람들한테 여기저기 뿌리고 있는 영세형. 던졌을 때 꽂힐 수 있는 사람들을 본인이 직접 큐레이션을 해서 크루를 형성해 주고 있다. 예전부터 하고 있었던거지만 요즘에는 더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인도 하면서 너무 재밌어 하니 뭔가 일이라기 보다는 취미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게 딱 그 두 가지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


"먼저 논숙자로 크루가 이루어져있으니 안 그래도 논스에서 같이 먹고, 자고, 싸고 하는데 그런 같이 있는 시간이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더욱 많아지면서 서로 어떤 사람인지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응"


"사업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문제 해결의 과정, 위기극복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간 더욱더 강한 본딩이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수익도 창출되고 말이야.. 


"그렇게 볼 수 있겠네"


"대신 망해서 얼굴 붉히거나 싸울 수 있다는 리크스도 있지만"


"그거야 뭐 그렇게 세상살이 배워나가는 거고"


"그럼 됐다. 그거 계속 잘 해봡~"


"그럴까.. ㅋㅋ"



거상(巨商)은 돈이 아닌 사람을 남긴다



내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옛말이다. 선인들은 일찍이 돈이 아닌 사람을 남기는 것이 진실된 '장사'라고 말씀하셨다. 사람을 대체 가능한 물건 혹은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오로지 효율성만을 따지는 각박한 21세기에서 위와 같은 선인들의 지혜는 잊혀진지 오래지만, 논스에서만큼은 영세형 덕분에 '사람'이 남을 수 있지 않을까.. 


부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길 바라며..


사업충 COO(왼) 멍때리는 CEO(우)

 작성 Foreve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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