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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논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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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Feb 04. 2020

비주류? No! 'Be' 주류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중, 고등학교 땐 공부 안 하고 게임만 했죠"


"아예 안 했어?"


"네.. 너무 안 맞더라고요"


"친구들이랑 게임만 한 거야?"


"아뇨, 혼자 했어요. 그냥 학교라는 환경이 저랑 잘 안 맞았어요"


"그러면 부모님은?.. 웬만한 부모님들은 잘 안 넘어가실 텐데 그런 거"


"당시에는 뭐 사실 저도 죄송한 부분도 있고 그랬는데.."


"응"


"지금 성인 돼서 같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니깐.."


"응응"


"절 항상 믿어주셨다 하더라구요"


"우와, 쉽지 않으셨을 텐데"


"그쵸. 그래서 전 부모님을 존경합니다"


히피스러운 장발머리, 오똑한 코, 코스모스 개발팀 Tendermint에서의 유일한 천재 한국인 개발자, 근데 아직 만으론 19살.. 


비주류다.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다.


비주류



"아 맞다 형, 저 이제 Temforai에 시제도 추가했어요~!"


급 흥분하면서 말하는 주운이. 여기서 시제란 언어문법의 현재, 과거같은 시간 개념의 시제인데 취미?..로 만들고 있는 인간 언어에 시제까지 추가했다는 것이다.


"허허.. 시..시제도 추가했구나"


주운이의 내공을 고려했을 때 취미로 인간 언어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은 사실 그리 놀라울 것도 없겠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걸.


"네, 제가 시제를 어떻게 추가했냐면요~"


"응응"


(그리곤 외계어를 남발하는 주운)


"아.. 하하.. 그.. 그래 멋있네~"


머.. 머리가 아프다 갑자기. 


토픽을 바꿔야겠다..


.

.


"근데 논스는 오랜만에 어쩐 일로?.."


"아 당분간 리모트로 일하게 됐는데 논스에서 좀 지내려고요~"


참고로 텐더민트 개발팀은 베를린에 있다.


"이야, 뭐 우리야 좋쥐~ 근데 베를린이 살기는 더 좋을텐데 어찌 이 미세먼지의 땅으로..?"


"음.. 제가 베를린에서 살면서 느낀게 있는데요.."


"응응"


"저는 결국 코리언이었다는 것.."


"갑자기?.."


"네, 제가 사실 학교생활도 잘 못하고 또래 애들이랑 잘 안 어울려서 한국이랑 좀 안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근데 해외에서 살아보니.. 피는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이더라구요 ㅋㅋ"


독일. 독일에 대해서는 깊게 공부한 적이 없지만 문화인류학적으로 Angst, 즉 삶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대한 정서가 아주 깊게 뿌리 박혀 있어서 규칙에 그렇게 집착한다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 살고 있는 형들과 카톡을 해 보면 한국문화의 입장에서 봤을 때 다소 '정'이 떨어질 정도로 규칙과 효율성을 우선시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사람냄새를 찾는 자들에겐 굉장히 차가운 곳. 하긴 니체, 마르크스, 쇼펜하우어의 본고장인데 한국 DNA와의 호환성을 바라는 것은 꿈같은 얘기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독일이 공사 분리를 정말 칼 같이 한다고 하긴 하더라"


"그게, 일 할 땐 좋은데, 말 그대로 진짜로 '일'만 하니깐요.."


"아무 얘기도 안 해? 업무 외에는?"


"업무관련 대화 아니면 날씨톡? 정도?.."


"뭐여 거긴 다 로보트여?.. 다들 뭐하고 사냐"


"바에서 맥주를 먹죠.. 근데 그건 또 저랑 안 맞아서"


"Wuw, welcome to Nonce ^^"


"앗, 감사합니다"


"The safe haven for those seeking some Kimchi bond and tons of deep life-related gossip that has little to do with efficiency but a lot to do with life in its essence" 


"하하 감사합니다"


"같이 밥 먹다가 사업메이트 되고, 같이 영화보러가고, 심지어 해외여행도 따라가고, 여긴 참 특이한 곳이야~"


그러면서 옆에 앉아 쥐고 있던 사과를 깎아 한 조각 쥐어준다. 주운이의 독일 썰과 인생썰을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일 수도 있겠다. 참 신기한 것이, 결국 '김치맨'이였다 한들 주운이 같은 경우는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또래 한국인과는 너무나 대조되기 때문이다.


비주류 한국인
(Atypical Korean)


코어는 한국인이라고 해도 모든 한국인이 똑같이 생긴 것도 아니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표준에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편차가 굉장히 큰 케이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주운이 같은 경우는 편차가 익스트림 경계에 있는 한국인인데 이런 케이스는 아직 군국주의(라고 쓰고 '꼰대'라 부르는) 시대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보수"적인 한반도에서는 어딜 가도 적응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그' 질문을 던져본다.


"근데 주운아"


"네?"


"너한테 논스는 어떤 곳이야?"


"저한테 논스는.. 흠.. 편하고, 뭔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


"어떻게?"


"뭔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굉장히 한국스러운 면이 있으면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변수?라고 할까요.. 그런 특이성들을 다 포용해주는 곳인 것 같아요"


"크으.."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관점. 논스는 예전 구(舊)논스의 반항아적 성격 때문에 겉으로 보면 다소 아메리칸스럽고 소위 말해 마쵸스럽지만, 사실 파운더들과 입주자들이랑 지내보면 그 코어는 굉장히 '김치'스럽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도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피눈물도 없이 막 스파르타식으로 사람을 필터링하고 채찍질 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겉으로만 무슨 주체성이니 베이스캠프니 센 척을 하고 뒤에서는 초코파이를 챙겨주는 그런 츤데레 선비에 가깝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면이 더더욱 논스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데일 카네기가 그랬듯이 사람은 결코 이성적이지 못하다. 인간은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감정적 이끌림에 결정을 내린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는 곳


그래서 그런지 논스는 사실 초기의 '다 뒤엎자'를 외치는 극단주의적 성격은 많이 줄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따뜻하고 구수한 '김치팩터'가 더더욱 부각되었는데, 이는 최근에 여성 입주자들이 현저히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주운이는 논스를 한 단어로 어떻게 정의내리겠어?"


"해커하우스에 가깝죠. 저같은 아싸들을 위한 따뜻한 안식처"


"안식처같은 해커하우스라.."


"전 이런 커뮤니티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가까운 미래에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왜?"


"형도 잘 알다시피 중앙집권체계에서는 변두리에 있는 아웃사이더들이 항상 소외되었는데.."


"응응"


"이제 인터넷이랑 블록체인이 있으니깐.. 드디어~! 논스 같은 비주류 커뮤니티가 현실화되었고 이런 소규모 커뮤니티들이 서로 협업해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어깨으쓱) IBC(Inter-Blockchain Communication) 프로토콜이 등장했잖아요"


"아..아이비씨.."

 

"그래서 이제 아싸들, 비주류들도 커뮤니티를 통해 '주류'로써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거죠"


"그럼 주운이는 블록체인 커뮤니티라는 개념이 조금.. 뭐랄까.. 중앙에 편승되지 못한 비주류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부여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는거네?"


"그렇죠. 제가 코스모스 개발팀에 있는 핵심 이유입니다"


"뭔가 지금 당장 중앙집권체계를 뒤엎는다기보다는 소수에게도 목소리와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균형을 맞추는?"


"살짝 그렇죠. 중앙집권체계는 항상 주기적으로 부패를 했기 때문에.."


"항상?.."


"항상까진 아니지만 그럴 확률이 높아서요"


"응응"


"그래서 뭔가 중앙에게 계속 휘둘리기보다는 진정으로 중앙을 견제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 식의 커뮤니티들이 생겼으면 합니당"


"크으.."


뭔가 항상 반항아스럽고 차갑다고 느껴졌던 탈중앙 철학이 갑자기 조금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록체인'이라 하면 중앙집권체계를 '악'으로 레이블링해서 밑도 끝도 없이 디스하고 지금 즉시 '반란' 혹은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굉장히 극단적인 캐릭터가 연상됐는데 주운이가 가지고 있는 관점은 조화와 균형, 그리고 무한한 포용력을 자랑하는 코리언 소울을 풍긴다.


사실 개인적으로 중앙집중체계를 '악'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도 있다. 중앙집권체계는 인간 DNA에 각인되어 있다고 여길 정도로 굉장히 그 역사가 오래되었고 인간 문명의 초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솔직히 말해서 종교만 봐도 대부분 중앙집권적 성격을 띠고 있지 않는가?.. 이슬람도 그렇고 기독교도 그렇고 단 하나의 '신'이 왕으로써 군림하는 체계다. 실제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실패는 그쪽 이슬람권 문화가 본질적으로 미국의 세속주의와 자유민주주의와는 전혀 호환성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공식 미 국방성 보고서가 있다. 그만큼 중앙집중적 체계는 언제까지나 인류가 같이 짊어지고 가야 할 체계라고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주운이의 시각은 '탈중앙'의 또 다른 면을 시사한다. 지도층이 백성(민중)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한 몸 바쳐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이상적 중앙집권 체계는 유토피아가 될 수 있지만, 인간은 '신'이 아닌지라 도덕적 해이감에 빠져 충분히 타락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독재나 폭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주운이 버전의 '탈중앙'은 중앙에서 이탈된 비주류를 포용하고 그들이 중앙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생하며 영향력까지 행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위와 같은 막장사태에 대한 훌륭한 브레이크를 마련해준다. 즉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말이 유명무실해지고 '대'가 '소'가 될 수 있고 '소'가 '대'의 힘을 낼 수 있게 하여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힘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좀 먼 얘기긴 하지?.."


"아직 그렇긴 하죠.."


"흠.."


"..그래도 논스가 건재하니깐 아주 불가능한 시각이라곤 볼 수 없지 않을까요?""


비주류들의 메카: 논스


토큰으로 월급을 받는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


가라는 대학은 안 가고 논스에 '입학'한 20짤


정치가 마음에 안드니 정당을 만들어 자기가 정치를 해야겠다는 갱스터들


유튜브로 따뜻하게 상담해 주는 박애주의 변호사


대기업을 대거 때려치고 스타트업 팀을 꾸린 공대 형님들


한국 전통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밀라노 출신 디자이너


일하다가 갑자기 라운지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사람


탈북자들을 위해 스타트업 컨설팅을 해주는 디자이너


7개 스타트업을 동시에 리모트로 운영하고 싶다는 허슬러


한국에서 독일 프로젝트를 리모트로 수행하고 있는 주운이..


확실히 논숙자들은 한국의 '주류'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주류가 아니라고 해서 결코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논스의 코어는 분명한 관계중심 코리언 소울이다. 하지만 거기에 한국의 비주류들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을 인내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때때로 입주거부 의사를 표할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 포용력은 굉장히 높다. 여기서 포용력이 높다는 것은 일반 쉐어하우스처럼 들어와서 니 알아서 살아라가 아니고 입주를 시켜서 이 사람의 인생, 사업, 심지어 연애까지 어떻게 도와줄지 생각한다는 차원의 포용력이다. 논스의 그물은 광대하여 엉성한 것 같지만, 최대한 한 사람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현재로선 대를 위해 희생되는 혹은 의사에 상관없이 '대'에 편승해야 하는 '소'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바로 논스가 아닐까..


탈중앙 커뮤니티가 성장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논스와 비슷한 성격의 커뮤니티들이 등장하여 탈중앙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그 테마가 예술이 됐든, 음악이 됐든, 주류에 편승하지 못한 영혼들이 자연스럽게 탈중앙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개인레벨과 커뮤니티 레벨에서 서로 활발하게 교류를 할 수 있는 생태계. 


그런 면에서 논스는 탈중앙 철학을 추구하는 한국 최초 코리빙/코워킹 커뮤니티로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오픈소스 가이드북으로 편찬하여 현재 취업, 주거, 결혼 등 여러모로 많은 딜레마를 겪고 있는 비주류들이 서로 힘을 모아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을 고려할 수 있겠다.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중앙집중 체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탈중앙 집합체가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



 작성 김영원(Foreve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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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전정신(Challenging the Status Quo):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

2. 다양성(Diversity):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진심을 다해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

3. 공유(Sharing): 나의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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