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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Feb 07. 2020

미국에서 수갑 차봤어요?

깨져버린 환상

논스 1호점 건물로 들어오면 바로 라운지가 펼쳐진다.

  

깔쌈한 인테리어에다가 미니멀리즘-ish 이케아 가구로 가득한 아주 밀레니얼?틱한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밀레니얼스러운 인테리어가 조금 부족해보였는지 본 공간에 레트로 감성을 더해주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논스 커뮤니티 고인물 중에서도 고인물이자 정체성이 굉장히 불분명한걸로 유명한 JJ.      


여기서 ‘레트로’ 느낌을 더한다.. 란 하이얀 해바라기 티셔츠에 복실한 다리털을 자랑하는 숏 반바지를 입은 채 겉에는 40만원짜리 디쓰카바리 구스다운 패딩을 두르며 쇼파에 퍼질러 누워있다는 뜻의 레트로 ‘아재’ 감성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는지, 거의 1년을 같이 지내도 감이 안 잡히는 신비스러운 인물인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미국’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다. 얼마나 강하냐면.. 1층 라운지에서 '미국'의 '미'자만 꺼내도 3층 코리빙에서 단숨에 날라오는 대단한 청각을 가지고 있고 신입 주민들이 들어오면 미국 시민권자나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리는 기막힌 후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논스 1호점에 오면 꽤 빈번히 미국인으로 태어났어야 했다고 툴툴거리는 형을 목격할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딴 나라?에서 Minority(소수민족)로 사는 것 또한 나름의 애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만 말해줘서 뭐하나.. 자기가 직접 가서 느껴봐야지..


그런 미국뽕을 맞은 JJ가 안쓰러웠던지 시은이 형이 텍사스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1달간 홈스테이를 시켜준적이 있는데, 그 때 일어난 웃픈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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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018년 여름     


도스영어는 마스터급이나 예상한대로 회화능력이 젬병인 JJ. 미국 체류기간 동안 말 그대로 의사소통이 안되서 밖에 제대로 못 돌아다니고 사람도 거의 못 만난채 귀국 D-1를 맞이한다. 그래,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니 사진이라도 많이 찍고 가야겠다는 형. 오늘만큼은 혼자 돌아다니면서 숙소 주변을 찍어볼 터이니 홈스테이 가족한테 신경쓰지마라 하며 혼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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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밖에 나오니 텍사스 자연경관은 진짜 죽여준다. 그렇게 터벅터벅 인도를 따라 걸어가며 그냥 나오는 집이나 구조물들을 닥치는 대로 폰카로 찍는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걷다보니 나오는 수평으로 쫙 뻗은 콘크리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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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등학교다.      


미국은 어찌 초등학교도 이리 이쁘고 세련됐냐며 폰을 다시 꺼내 찰칵찰칵 찍는 형. 그렇게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데, 저 먼 발치에서 까만 그레이풍의 옷을 입은 뚱뚱한 행님들이 걸어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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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경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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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보면 절대로 도망가지말고 부동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거나 서 있어야 한다고 신신당부 받은 형. 그리고 절대로 주머니 등에 손을 넣지 말라고 했기에 그 상태로 폰을 든 채로 얼어서 가만히 서 있는다.     


"Sir?.."     


"네?.."     


"쌸라쌸라 뚜륩뚜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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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못 알아듣겠다.. 교포인 줄 알았나보다. 형은 안타깝게도 영어를 정말.. 정말 못하는데.. 아마 정황상 여기서 왜 사진을 찍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 같긴 하다. 한국에서 왔고 오늘 여행 마지막 날이라서 기념으로 숙소 주변을 찍고 싶었다고 말은 하고 싶은데 역시나 짧은 영어로는 아무 생각이 안 난다.      


하... 대답을 못하니 경찰행님들의 표정이 굳기 시작한다.      


"Sir?.."     


그렇게 알고 있는 모든 문법과 단어를 총동원하여 한 마디로 대답한 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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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투데이... 이즈..더.. 라스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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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끝나자마자 무섭게 손 목에 수갑이 채워지고 몸 수색당한 형. 영문은 모르겠는데, 무튼 대답을 잘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공부를 안 한게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다.     


다행히 뒤에 홈스테이 가족을 긴급호출하여, 사건은 잘 해결되었다고한다.


논스는 참 재미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작성 김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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