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스 생태계 보고서
"불 안 꺼?"
"응?"
"불 꺼야지. 새벽이여.. 잘 시간!"
"ㅋㅋㅋ 아니야.."
밤 12시 논스 제네시스, 할 일이 밀려 평소에 비해 늦게까지 코워킹에 머문 날.
주변을 둘러보니 앉아 있는 사람이 없다.
오늘은 여기서 시마이 해야겠다.
형이랑 같이 나갈 채비를 하고 코워킹 슬라이딩 도어를 쭉 땡긴다.
뭔가 미련이 있었는지 다시 뒤를 돌아본다.
안이 훤한다.
불이 아직 다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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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람도 없는데?"
"조금 있으면 생겨"
"생긴다니?"
"하나둘씩 새벽에 엉금엉금 기어 나와서 일해"
"대박.. 아니 그럼 잠은 언제 자?"
"다시 방에 들어가거나.. 저~기 우리 코워킹 위에 낮잠 공간?"
낮 시간에 라운지랑 코워킹 1.5층?을 둘러보면 안대를 끼고 자는 부류들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도대체 전날에 술로 얼마나 불태웠길래..라는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으나 사실 코딩 혹은 VTC(Video Teleconference)로 불태운 작자들이다 (몇 명 빼고). 나 같은 새나라의 어른이들은 참 범접하기 힘든 영역.
그러고 보니 논스의 생태계는 굉장히 다채로운 것 같다.
먼저 아침에 출근해서 5~6시쯤 퇴근하는 슬기로운 생활러들이 있다. 이 FM 라이퍼들을 만나기는 상대적으로 쉬운데, 오후 5~6시쯤 1층 라운지 탁구대나 부엌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있어보라. 정신차리고 보면 이들과 같이 탁구를 하거나 밥을 먹고 있을 것이다. 퇴근 후 탁구땡은 그렇게 꿀잼일 수가 없다.
추가로 저녁 7시쯤, 부엌으로 가면 어려 보이진 않지만 잘생긴 신사 분께서 빵을 손수 베이킹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그때 우연히 지나치는 척을 하며 "뭐하세요?"를 한 마디 던지면 맛있는 앙버터 까지 한 입 맛 볼 수 있다. 특히 이 분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가 몰랐던 자극?적인 정보들을 알고 계시는데, 앙버터를 같이 씹으면서 꼭 역사톡을 해보길 추천한다. 탁구에다가 앙버터, 거기에 역사/문화 탐방까지.. 저녁을 슬기롭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콤비네이션. 논스 1호점 생존 개꿀팁.
물론 어슬렁 거리며 너무 얻어먹기만 하면, 다니엘라와 같은 빡센 보스몹들로부터 "You only show up when we have food.." 라는 돌직구가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때 왕예진 같은 신입 고인물들은 급허그와 동시에 "아이 언니 왜그래에엥~"를 시전하며 끝내 음식을 쟁취하고 마는데 이것은 논스에서만 터득할 수 있는 가히 대단한 처세술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논숙자들은 절대로 호락호락한 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 또 명심. 그렇다고 막 하기 싫은데 억지로 나눌 필요는 없다. 논숙자들은 무엇을 바라면서 공유하진 않는다. Trust(신뢰)와 달리 정(情)은 give-and-take 공식을 초월하는 사랑, 즉 Faith와 가깝다 하지 않는가?
나눔은 진심으로 우러나와야 나눔이다
슬기로운 생활러 외에도 참 다양한 종들이 논스의 서식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Sleepless in Seoul 족이다. 참.. 수명이 짧아질까 걱정되는 부류인데, 그 열정에 대한 집착?.. 집념?..이 무서울정도로 강하여 감히 쉬라고 하거나 말리기가 미안한 부류다. 이 부류들을 포착하는 방법은 굉장히 간단한데 논스 단체 카톡방에서 메시지 보낸 시간이 4am, 5am에 찍힌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된다. 이외에도 오후 3시경 자다 깬 모습으로 아재스러운 반바지와 쪼리를 신고 활보를 하고 있다면 단연 Sleepless in Seoul 부류라 할 수 있다.
이 Sleepless 타입은 활용도가 꽤 높은 편인데 특히 새벽에 야식을 먹고 싶거나, 마피아 게임을 하고 싶거나, 급 심야영화를 보고 싶거나, 혹은 한강에서 새벽바람 맞으며 조용하게 치맥을 땡기고 싶을 때 아주 유용해진다. 그 중에서도 안경을 끼고 머리가 부스스하며 성이 '하' 이신 분을 발견하게 된다면 군것질 삥까지 뜯을 수 있다는 것은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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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4차산업이니 블록체인이니 인공지능이니 해도 역시나 인간은 자연의 아들, 딸인지라 먹는 것에 참 약하다. 거기에 논숙자들은 흔히 자극적인 배달음식과 인스턴트에 중독되어 입맛이 타락한 경우가 많은데 그러니 소소하고 질박하면서도 내공이 실린 '집밥'에 멕을 못 추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인스턴트가 판을 치는 이 푸드계의 소돔과 고모라 같은 곳에서 제 명대로 살고 싶다면 논스 홈쿠킹파 혹은 엄마 찬스를 써서 반찬을 공수해오는 꿀수저들에게 무조건 빌붙기를 추천한다.
사실 논스는 자신만의 줏대? 철학? 신념?이 강하지 않다면 모두를 멀리해야 하는 곳이다. 그렇지 않으면 멘탈과 세계관이 영향(이라쓰고 '오염'이라 부른다) 받기가 쉽기 때문이다. 니체를 숭상하며 급진적인 니힐리즘을 설파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공교육은 미래가 없다며 의무교육 이후론 다 자퇴하고 혼자 세상에 나와 부딪혀야 한다는 탈학교파,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다며 같이 정당을 만들어 사회를 뒤엎자는 역적파, 취직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밑도 끝도 없이 퇴사를 하여 사업을 하라고 부추기는 파산파, 돈과 명예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타락파, 틈만 나면 새벽에 마피아를 하는 카텔파, 일 하다가 급 속세의 덧없음을 깨달아 명상을 하러 떠나는 참회파, 대마초와 LSD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본드파, 건강을 위해서라면 여물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귀농파 등.. 서식하는 종들이 하나같이 상위포식자인데다가 개성?과 철학이 아주 굳건하여 아무 생각없이 들어오면 어느 순간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그것이 본인에게서 나온 생각이나 행동인건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논스의 손에 의해 조작을 당한건지 갈피를 못 잡을 때가 많다.
가장 처음에 나타나는 증상은 논스 밖에서 사람들과 만났을 때 할 말이 급격히 떨어진다거나 대화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다. 논스에서는 당연하게, 자유롭게 얘기하던 토픽들이 밖에서는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생긴다.
초기증상 이후 갑자기 퇴사를 하거나 스타트업이나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논스 바이러스가 꽤 많이 침투했을 확률이 크다.
이에 더불어, "인생은 나 혼자 사는거야!" 라며 무한경쟁과 무한개인주의 뽕을 맞아 떵떵거리면서 살다가 급 삶에 있어서 관계, 커뮤니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뉘우치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Terminal Stage로 진입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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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논스는 참 건전?하면서도 타락한 것 같으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무한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이런 논스에 대해 썰을 풀면 대한민국에 그런 곳이 어디 있냐며 믿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그럴 때는 조용히 투어 신청을 하던가, 논스에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떼를 써서 슬쩍 놀러 와 잠복관찰을 하는 방법이 있다. 1호점이 평화로울 땐 반드시 2호점 혹은 3호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장소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사건?들은 밤에 일어나기에 ‘허락’과 함게 야간관찰을 추천하는 바이다.
아래는 필자가 1년간 잠복관찰을 하면서 얻은 팁이다. 극도로 상세하진 않지만 잠재적 입주민들이 생존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논스 코워킹 맨 앞자리로 오면 되겠다. 헤드폰을 낀 상태로 사진편집을 하고 있거나 포스트잇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사람이 앉아 있을 것인데 부재중이라면 3층 M방에서 떡실신이 되어 자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의 이름은 정의준. 눈을 맞추면 환하게 웃어주는 선한 느낌의 남정네인데, 실성한건지 진심으로 웃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무튼 기분이 꿀꿀하거나 귀가 필요하다면 조용히 접근하여 면담 신청을 해보자. 그리스도의 사랑을 간직한 그는 비록 크진 않지만 무용으로 다듬어진 잔근육 가슴으로 그대를 안아주고, 조건 없이 고민을 들어줄 것이다.
논스 2층 유튜브 스튜디오 옆에 앉아 계신 네임드 비즈니스 교주를 찾아가면 되겠다. 매일 사업아이템을 찍어낸다고 할 정도로 풍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장본인. 그의 이름은 강영세. 이 강영세라는 사람은 ‘퇴사’ 혹은 ‘사직’이라는 말을 들으면 흥분하는 굉장히 특이한 페티쉬를 갖고 있는데, “현재 다니는 회사가 별로다.. 어쩔까..” 라고 고민을 털어 놓는 순간 지금 즉시 퇴사를 하고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를 5~10분간 설교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쁜 사람은 아니기에, 잘 들어주면 되고, 스타트업이나 제테크 혹은 퇴사고민이라면 자기일인 것 마냥 사람을 잘 도와주기 때문에 커리어적으로 고민이 있다면 꼭 이 분과 티타임을 신청해보자. 추가로 교주님은 달마시안 대출이라고 급전 땡겨주는 프로그램 또한 운영하시는데, 사업 아이템과 주머니 사정을 잘 설명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논스는 ‘종교 대통합’이라는 단어가 오갈 정도로 굉장히 다양한 종교인들이 살고 있다. 플라톤파, 니체파, 기독교, 유교, 불교, 이슬람교, 몰몬교, 사토시교 등.. 종교에 있어서 서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이기에 주저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조언을 구하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니체파는 조금.. 흘려듣기를 추천한다.
하... 하시은을 찾아가면 되겠다.
은색 빛깔로 머리가 빛이 나는 논스 인싸 중의 인싸, 에릭을 찾아가면 되겠다. 골프나 스키 이외에도 평소엔 보지 못했던 재밌는 장난감 같은 것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수염을 기르며 Cannabis는 '우주의 선물'이라며 설파하고 다니는 Jung을 찾아보길 바란다. 노란색 패딩과 오토바이 하이바가 특징인 사람. 참고로 뒷일은 책임지지 않는다.
일요일 오후 1시 관악산 모자봉에서 필자를 만나면 되겠다.
3호점의 네임드 비즈니스맨, 장인수를 찾아가면 되겠다. 인생이 기승전사업인 이 분은 어떤 토픽으로 대화를 하든 특이한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결론을 도출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추가로 이 분과 친해지면 갈비와 막걸리가 땅에서 끊임없이 솟아 나오는 기적의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1호점 올가닉 웰빙계의 여신 주연이를 찾아가면 되겠다. 따뜻한 신앙으로 무장한 그녀의 재활 및 헬스 팁은 정말 은혜로울 정도로 도움이 많이 된다.
2호점의 엔돌핀 하비.. 하비를 찾아가라
여긴 발에 치이는게 천재 개발자인 곳이다. 츄리닝에 티셔츠를 입고 논스에 어슬렁거리고 있거나 쇼파에서 외계어로 코딩하고 있는 아무개를 잡아서 조심스레 밥을 사주던가, 보은을 한다며 컴퓨터 관련 조언을 구해보길 바란다.
짐싸고 당장 김민준을 찾아가라.
논스의 ‘마당발’ 진경누나를 찾아가라. 코워킹에 하얀 미니 가습기 두 개가 연속을 켜져있는 곳 자리의 주인이다. 최근엔 인공지능 기술로 마술?..퍼포먼스 하는 분까지 소개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진경 누나로 수렴한다.
단체 카톡방에 ‘마피..’라고 타이핑을 하는 순간 윗층에서 사람이 우루루 쏟아지는 기이한 현상을 볼 수 있다.
간혹 1호점 부엌에 출몰하는 강유빈을 찾아가면 되겠다. 버핏으로 살고 버핏으로 죽는 강유빈,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투자를 하는 그는 만인에게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한다.
DSRV의 거인 개발자이자 바리스타를 겸하고 있는 종광님을 찾아가면 되겠다. 점심타임과 저녁타임, 부엌에서 탄생하는 그의 커피는 장인정신의 향이 느껴진다.
연애고민, 러브 라이프는 인류에게 식지 않는 토픽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논숙자들도 연애고민, 상담에 있어서 오픈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실상 본인들은 싱글인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별로 추천은 하지 않는 바이다. 혹여나 '캐쥬얼?'한.. 연애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면 논스 안에서 조언을 얻거나 소개받기는 일찍이 포기하길 권장한다. 논스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진정성'이다.
코워킹에 입주하길 바란다. 이곳은 샌프란인지 서울인지 헷갈릴정도로 해외파와 교포가 널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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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것은 앞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 와서 직접 보는 것이다. 말 백번 한들, 본인이 한 번 와서 느끼고 깨닫는 것보다 못하지 않는가?
직접 와서 경험하고 싶다면 조용히 밑의 입주하기를 누르면 되겠다. 참고로 현재 인터뷰와 투어 담당자들(강모씨와 정모씨)이 과로로 탈진한 상태라 입주 인터뷰가 20세션 정도 밀려 있는 상태인데, 큰 일은 더디 이루어진다 하지 않았는가? 꾹 참고 인내하면 연락이 올 것이니 믿음을 갖고 기다리라.
부디 많은 영혼들이 논스에서 끝까지 생존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성 김영원(Forever Kim)
1. 도전정신(Challenging the Status Quo):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
2. 다양성(Diversity):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진심을 다해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
3. 공유(Sharing): 나의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