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실의 미학
논스 질적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로 논스 입주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대화 혹은 인터뷰 중에 종종 필자(운영진)도 모르고 있었던 인사이트를 얻게 되는데, 최근에 그 중 하나가 논스 '다인실'에 관한 것이다.
"논스는 다인실이죠~"
한 논숙자의 말이다.
논스는 다인실에서 사람들과 살을 맞대고 살 때 그 진가를 본격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원래 다인실을 좋아하던 사람도 아니다.
원래 단체생활을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1인실 만을 추구했던, 원룸만을 추구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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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인구대비 1인가구 비중이 29.7%이며 이 추세로는 2037년에 그 비중이 37%까지 치솟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홀로 살 것임을 뜻하는데 지금 시장은 이 사회적 현상을 또 하나의 '트렌드'라 외치며 1인가구를 타케팅 하는 다양한 상품, 서비스 등을 출시하고 있다.
"나만을 위한 집"
"나만을 위한 차"
"나만의 댕댕이"
"나를 위한 삶"
"나를 위한 공간"
"나를 위한.. 나를 위한.."
이 중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신축 가구평수, 점점 더 늘어가는 1인용 오피스텔, '나만의 1인실', '나만의 카페' 등을 홍보하는 코리빙 및 임대사업이 대표적인 예시가 되겠다.
이를 다른 누군가가 보면 정말 한 나라 국민들이 단체로 방콕러 혹은 히키코모리가 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근데 신기한 건 그런 것도 아니다. 집 평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카페 같은 공용공간에는 또 사람들이 흘러넘친다. 코로나가 터져서 잠깐 심심했다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집 앞 카페는 사람으로 득실거리고 있다.
"그럼 카페에서 다 상호작용을 하는건가?"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같이 나란히 앉아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아니 누가 보면 일행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 있는데 서로 다 모르는 사람들이다.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뭔가 다 함께 다닥다닥, 옹기종기 앉아 있되 말은 걸지 말자고 컨센서스에 도달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정녕 '나만의 공간'을 찾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갈 정도다. 우리가 모르는 불문율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미디어에서 다양한 가설을 내놓고 있으나 필자의 짧은 경험과 직관으로 추측해보자면 '외로움'이 이면에 작용을 하는 것 같다.
'무의식적 외로움'
자유 개인주의, '나를 위한 삶'을 외치며 본인은 혼자 사는 것, 혼자 있는 것, 혼자 노는 것이 편하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밖에 나와서 사람들과 섞이고 싶어 하는 강렬한 결핍 말이다. 무언가에 지쳐 혼자만 있고 싶은데, 막상 그래 보니 힘들어서 무리 속으로 들어가고 싶고, 막상 밖에 나와 군중 속에 들어가 보니 그 안에서 고독을 느껴서 고통스럽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물론 카페에 있는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외로운 개개인들의 집합체라고 일컫는 것은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겠지만 1인 가구가 폭증하는 동시에 세계 최대 카페 보급률을 자랑하고 그 안에 서로 이름 모를 사람들이 넘치는 현상의 이면에는 현대 한국인의 외로움이 어느정도 작용을 하지 않을까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논스"
이를 미루어보아 논스는 트렌드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대단히 이상한 곳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여긴 1인실보다 다인실이 인기가 더 많다. 가격이 뭐 엄청나게 싸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설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다. 3호점 지하는 배관이 터져 홍수바다가 된 지 엊그제고 1호점은 비가 올 때 누수로 인해 건물 안에서도 비가 와 모두 함께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르고 있다. 하지만 이에도 불구하고 논스는 올해 3월 이후 만실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입주 대기자가 8월부로 40명을 넘었으며 퇴실율은 올해 중반 이후 0%을 기록하고 있다.
"요즘 제가 모임을 잘 안 나가요"
"어떤 모임이요?"
"그냥 예전에 혼자 살 때는 북클럽이나 소셜살롱 등 다양한 네트워킹 모임에 들어가 있었는데, 지금은 큰 필요성이 안 느껴져요"
"왜 그럴까요?"
"무의식적으로 갈망하던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논스에선 어딜 가든 채워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사람과의 소통이 피곤할 때도 있지 않나요?"
"그럴 땐 그냥 혼자 있으면 되죠~"
"항상 인터액션 하는 곳은 아닌가 봐요?"
"당연하죠, 같이 살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에요. 막 원룸이나 오피스텔처럼 그렇게 대단한 혼자만의 공간이 없어도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더라고요~"
"1인실을 쓰시는 건가요?"
"아뇨?.. 다인실 침대 굴이 얼마나 어두컴컴하고 좋은데요~"
"다인실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이지 않나요?"
"아예 안 쓰인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 사람들이 내가 사랑하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이라면 이야기가 다른 것 같아요."
"아 완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고요?"
"물론 모르는 사람이 들어올 때도 있지만 논스 문화라는 테두리에선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정말 커뮤니티이군요"
"그렇죠~ 그리고 방마다 문화도 다 달라요~ 저희 같은 곳은 퇴근하고 같이 와인 한 잔하면서 쑥덕쑥덕 대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같이 강아지 키우는 방도 있고, 음악 듣는 곳도 있고 가지각색입니다"
"뭔가 학창 시절이 생각나는데요?"
"그렇죠? 의미 있는 관계에 대한 끌림은 변함이 없나 봐요"
"대학교 기숙사만 들어가도 서로 서먹서먹해지기 시작하던데.."
"그렇게 말이에요.. 저도 이제 나름 어른이라고 격식 차리고 비싸게 굴어야 하나 생각했는데..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요? 같이 재밌고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지"
이렇듯 논스는 다인실이 인기다. 1인실에 살다가 굳이 다인실로 이사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입주 지원할 때부터 무조건 다인실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 부분 때문에 간혹 논스에 방문하는 부동산 업체 대표님들도 투어 도중 놀람을 감추지 못한다.
"아니.. 요즘에 이렇게 9인실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니요?"
"신기하죠?"
"요즘 다 1인실만 짓고 있는데.. 애초에 침대가 이렇게 층층이 쌓인 룸은 오랜만에 보네요. 혹시 논스가 쉐어하우스나 게스트하우스인건가요?"
"비슷하면서도 다르죠"
"어떻게 다른가요?"
"쉐어하우스는 본질적으로 하드웨어의 금전적 부담을 공유하자는 성격이 크고 게스트하우스는 말 그대로 에어비앤비의 형태와 가깝지만 논스는 하드웨어보다 이전에 문화랑 사람이 우선합니다"
"흠... 특이하네요"
"공간이 물론 중요하지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리스크는 아예 없는 건가요?"
리스크, 당연히 존재한다. 코리빙 기업들과 건설사들이 1인실에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땅 값이 높은 강남, 역삼권에서는 1인실을 쪼개 다인실로 운영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합리적이긴 하지만 특정 리스크 때문에 1인 가구 사회를 외치며 여전히 1인실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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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실의 리스크는 다인실의 핵심 장점이기도 한 사람과 문화다.
"사람과 문화: 양날의 검"
다인실 공실이 났는데 룸메이트들과 그 방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입주하고 싶지 않아 한다면?
다인실에서 혹여나 인간적인 갈등이 생겨 대거 퇴실이 일어난다면?
사람 문제는 정성적인 이슈인 만큼 인적/감정적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는 기업 입장에서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프고 사업적인 면에서는 최대한 피하고 싶은 리스크다.
"근데 논스는 그 리스크를 왜 지려하는가요?"
"같이 살아봤기 때문입니다"
"살아봤다뇨?"
"사람 사이에 갈등이 터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중재하느냐, 갈등에서 유발되는 부정적 감정들을 어떻게 커뮤니티 안에서 유연하게 해소하고 상쇄시킬 수 있는가가 관건인 것 같아요"
"따로 심리상담소라도 있는 건가요?"
"커뮤니티원 모두가 상담받는 자인 동시에 상담가예요. 그게 저희 커뮤니티 문화입니다. 매 갈등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이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게 저희 사명이기도 하죠"
"허허, 참 신기한 곳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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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다. 신기하고 말고.
신기하니 "논스"가 아닐까.
작성 김영원
논스 알아보기
1. 도전(Challenge): 뭉치면서 함께 도전하는 정신
2. 진정성(Sincerity): 혁신을 품은 장인의 정신
3. 정(情): 나를 줄여 너를 얻는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