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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Oct 05. 2020

논스, 존버하다 이제 확장합니다

커뮤니티의 역사를 쓰다

"존버하자"


"존버는 할 수 있어. 문제는 언제까지냐는거지"


"1년 해보자"


"1년?"


"나도 챙길 가족이 있잖아. 1년 동안만 커뮤니티를 지켜보자. 나랑 시은이 형(현 대표)이 탱킹해볼게"


작년 겨울 논스 앞 부대찌개 집에서 강영세(공동대표)와 나눈 대화다. 코리빙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들어서 있었고, 대부분 초기단계의 사업체가 그렇듯이 이렇다 할 날카로운 BM이 없었으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커뮤니티에 스포트라이트를 주던 비트코인이 폭락하기 시작하면서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심지어 운영진 내부적으로 코리빙 사업 자체를 지속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을 정도니 당시 어떤 교착상태에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을 중단해도 어느 누구도 뭐라하지 않았을 상황. 하지만 파운더들은 1년이라는 존버 기간을 잡고 작년 겨울부로 3개월 배수진 전략을 짰다. 그 일환으로 블록체인, 코인 쪽으로 집중되었던 커뮤니티의 시야를 도전, 진정성, 정 기반의 문화로 확장하였으며 라이프 마이닝(링크)을 필두로 기존에 남아 있는 논숙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고, 입주자 인터뷰/큐레이션에 전력을 다하면서 잠시 허덕이고 있는 논스를 심폐소생하였다. 밤 11시 피곤에 찌든 얼굴에 웃음기를 주입하며 인터뷰에 임하던 운영진의 모습이 아직이 눈에 선하다.


"논스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올해 초 외부 코리빙, 코워킹 공간 전문가와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개인자금으로 버티기에는 손실이 막대 할 텐데, 어떻게 버티고 있냐는 것이다.


"물론 힘들지만 존버할겁니다"


"왜요?"


"마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마을이요?"


"네, 논스는 누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 곳이 아니에요. 운영진, 논숙자 모두가 꿈꾸는 그 마을을 위해 모두가 땅을 가는 곳입니다"


"무슨 마을을 말씀하시는 거죠?"


주어진 환경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발굴해나가는 마을. 단절된 도시 숲에서 함께 정을 나눌 수 있는 마을. 사회의 비주류들이 기존 프레임에 묻히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마을. 논스는 그 마을을 위해 운영진뿐만 아니라 입주민들이 모두 주체적으로 커뮤니티 문화와 생태계에 기여하는 곳. 그러니 일확천금이나 J-curve만을 보고 달릴 수가 없다. 손실이 막대해도, 앞날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그 마을"을 만들겠다는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고꾸라지려 했던 것도 잠시, 올해 초 3개월 배수진 이후 운영진의 버티기 전략과 입주민들의 주체적 기여 덕분에 논스 커뮤니티는 순식간에 입주민 100명이라는 고점을 돌파하였다. 그 과정에서 여러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받기 시작하였고 존버 수명 1년이 다 돼가는 현시점에서 4호점, 5호점이라는 두 채의 코리빙 건물을 추가하기에 이르렀다.


"버티는 게 대단했는데, 이젠 확장을 한다고요?"


"네, 저희도 믿기지 않습니다"


"그 배경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죠?"


확장이자 이주라고 하는 게 더욱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 먼저 1호점 코리빙이 시설적으로 문제가 생기면서 입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켜한다는 아젠다가 있었고, 논스 네트워크가 안정되면서 퇴실율이 0에 가까워진 것에 비해 입주지원이 많아 대기자들이 생겼다는 고민 아닌 고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주와 입주대기자 수용을 모두 가능케하기 위해 기업에 사무실로 전대해주었던 4호점을 코리빙으로 전환하였고, 운 좋게도 적당한 사이즈의 다가구 주택을 임대매물로 구하게 되면서 5호점까지 추가하게 되었다.


4호점 전경.jpg
5호점 답사 및 철거.jpg


"이주 과정은?"


임대계약 등 이주절차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11월에 모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간배정은 "이주민"들이 1순위 2순위식으로 선호하는 호점과 룸에 투표하는 방식을 채택하였고, 투표가 집중된 방은 추첨식으로 사다리타기를 하였다. 5호점 같은 경우 시설과 계약문제로 급하게 구해야 하는 다가구 주택이었던 만큼 좀 서둘러 이주한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로도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커뮤니티 내 더욱 활발한 소통이 요구되는 부분.


사다리 타는 중.jpg


"확장 이후 호점 운영계획은?"


대규모 이주 이후 호점 별 향후 운영계획에 있어선 아직까지 명확한 프레임을 설정하진 않았다. 그 이유는 항상 그래 왔듯이 논스라는 큰 테두리 안에 각 호점들이 독자적인 문화를 정착해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리포터의 그린핀도르, 슬리데린 기숙사처럼 호점마다 대표하는 주민상이 다를 것이고 지향하는 분위기도 유니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장선에서 독자적 문화를 통해 호점내의 본딩이 강화된다면 호점 레벨에서 투자 조합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고 논스배 전체 체육대회를 열어 호점끼리 경쟁할 수 있는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들이 열려있다.


5호점(오호라) 작당모의.jpg


"그럼 1호점은 낙동강 오리알?"


언덕 위 우뚝.jpg


안락한 생활공간으로 운용할지 24시 복합 문화시설로 운용할지 다양한 고민을 안겨주었던 애증의 건물. 넓은 라운지, 루프탑 그리고 코리빙과 코워킹이 한 곳에 통합되어 있어서 운용이 애매했던 1호점. 하지만 코리빙이 빠지면서 드디어 진정한 마을회관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소음과 외부인 출입이 입주민들의 생활만족도를 떨어뜨려 여러 활동들에 제약이 있었던데에 반해 새로운 모습의 1호점은 멤버쉽, 바 등 다양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 수 있고 밤에는 소음걱정 없이 자유롭게 여가, 취미,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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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리스크는 존재하는 상태"


"예상"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만큼 앞서 언급한 커뮤니티 확장 비전은 여전히 잠정적 계획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로 다양한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중이다.


먼저 하드웨어 관련 리스크가 있다. 매물이 말라있는 역삼 쪽 부동산 시장에서 5호점이 될 집을 딱 좋은 타이밍에 구하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나 싶었지만 인테리어 시공이 발목을 잡았다. 한 가정집을 오직 1가구만 쓴다는 사회적 의식 때문인지 평수가 큰 데도 매물이 1가구용으로 시공되어있었는 것. 생각보다 기존 부동산 시장이 코리빙과 같은 신개념 주거 커뮤니티의 페이스를 따라오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코리빙과 비슷한 쉐어하우스나 게스트하우스 매물을 집중 공략하여 확장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충분히 물어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하드웨어들조차 개인 공간이 더 강조되어 있어서 공유공간에 포커스를 맞춘 코리빙 커뮤니티를 바로 수용할 순 없다. 결국 타 매물과 비슷하게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여 내부 구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테리어 문제가 하드웨어 리스크라면 소프트웨어 리스크는 호점 별 문화 양성에 관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논스의 각 호점은 해리포터의 그린핀도르, 슬리데린 기숙사처럼 호점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지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호점내에서 특정 인물이 주도할 것인지, 혹은 특정 프로토콜로 정착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특정 인물이 주도하게 된다면 "하우스 리더"라는 포지션이 필요할 텐데, 이때 리더라는 포지션이 정확히 어떤 책임과 기능을 띄고 있고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운영 경험상 그렇지 않으면 호점을 본딩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문화가 탄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있는 만큼 가능성은 무궁무진"


흔히 세상의 것을 Known-known(잘 알고있는 것), Known-unknown(존재하는 건 알고 있으나 정확히는 모르는 것), Unknown-known(나는 모르지만 타인은 알 수 있는 것), Unknown-unknown(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분류한다.


known vs unknown


논스는 Unknown-unknown 영역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운영에 필요한 메트릭을 설정할 때 참조할 수 있는 동종 산업 비교대상이 거의 없다. 갈등 중재 프로토콜이든, 문화 가이드든, 행동강령이든 새로 써 나간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물론 커뮤니티라는 성격이 강한만큼 교회와 같은 종교 커뮤니티를 벤치마킹할 수 있겠지만 종교는 수익창출이나 어떤 사업적 비전을 갖고 있지 않고 자본운용에 있어선 소모적 성격이 강하다. 더군다나 최소 국내 종교 커뮤니티 중에는 같이 사는 곳은 있어도 같이 일하는 곳은 없고, 같이 일하는 곳은 있어도 같이 사는 곳은 거의 없다. 특히 역삼동과 같은 도심 한복판에 말이다. 그만큼 논스는 독특하다.


딱히 본보기 모델로 삼을 수 있는 대상도 없고 역사를 거의 매일 새로 쓰는 느낌이 드니 한 치 앞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하드웨어 코리빙 경험/문화를 어떻게 가상세계에 구현할 것인지 상상해보는가 하면 현실과 디지털 세계를 이어 줄 수 있는 네트워크 생태계를 어떻게 빌딩 한 것인지 상상해보기도 한다. 논숙자들과 같이 오픈키친에서 밥을 먹을 때나, 라운지에서 티비를 볼 때나 끊임없이 우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무서운 속도로 급변하고 있는 지금 사회에서 마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의 청사진을 또 어떻게 그릴지 끊임없이 서로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 그 비전으로 논스는 존버했고 변화했으며, 그리고 이제 확장이라는 다음 챕터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정확히 어떤 여정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있기에 마냥 흥분되고 기대가 되는 건 기분 탓일까.. 요동치는 이 불안한 물결 속에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논스를 가슴에 품은 우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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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김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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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情): 나를 줄여 너를 얻는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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