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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Apr 22. 2020

이상향을 찾아 떠난 청년

공동체의 영혼을 위해



이상향을 찾겠다고 고향을 떠난 청년이 있었습니다. 음식과 금은보화가 넘치고 전쟁이 없으며 사람들 간의 시기와 질투가 없는 유토피아가 있다는 것을 들은 청년은 다짜고짜 가족에게 편지 한 장만 남기고 길을 나섰죠. 


이상향을 찾아 떠난 기나긴 여정에서 청년은 수없이 많은 산을 넘고, 수없이 많은 강줄기를 건넙니다. 맹수에게 잡아먹힐 뻔한 적도 있고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질 뻔한 적도 있었죠. 그렇게 수없이 죽을 고비를 이겨냈습니다. 청년은 이상향에 도착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마침내 전설의 마을에 도착합니다.


헐떡거리면서 마을에 들어서는 청년. 그의 눈에는 소문으로 들었던 오색찬란한 나무들과 산해진미들, 그리고 황금으로 된 건물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이라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굴뚝이 딸린 흙집들, 옹기종기 모여 사는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우연히 입구에 서 있던 한 노인만이 있습니다. 헐떡거리던 청년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청년은 노인을 붙잡고 여기가 이상향이 맞냐며 물어봅니다. 그러자 싱긋 웃으며 대답하는 노인.


“자네같이 이상향을 찾아온 행인들이 많았지..” 


노인은 손을 들어 청년의 가슴을 가리킵니다. 


“여기에 항상 있었는데 말이네” 


이상향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데, 그것을 보지 못하는 우리. 그렇게 우리는 밖에서 종일 방황하다가 다시 우리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우리는 과연 가슴에 이상향을 품고 있을까요?


.

.


2017년 강남, 블록체인으로 이상향을 가슴에 품은 청년들이 같이 살게 되면서 신호탄을 울린 논스. 저희 논스는 현재 강남구 역삼동에서 논스 1호점 (제네시스)을 중심으로 총 4채의 건물에서 마을을 형성하여 동고동락하고 있는 국내/외 청년 공동체입니다.


저희가 "공동주거공간" 혹은 "쉐어하우스"가 아닌 "공동체", "커뮤니티"로 불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성이 넘치는 다양한 사람들이 단순히 주거를 공유한다는 개념을 초월하여 보이지 않는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이죠.


"문화?"


"무슨 문화 말인가요?


"애초에 문화는 무엇을 가리키는건가요?"



Way of Life



삶의 방식


문화는 곧 우리의 삶의 방식이라 합니다. 먹고, 자고, 입고, 일하고 등 이런 모든 우리의 행위는 문화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탄생한 모든 사람들이 특정 문화에 반드시 귀속되듯이, 인간과 삶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배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논스도 동일합니다. 논스에 거주하고 있는 인간들은 독특한 문화, 삶의 방식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입주자들이 삼삼오오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이자 브런치 포스팅 "이것은 사교클럽인가 해커하우스인가" 에서 언급되어 있듯 정의하는데 항상 애를 먹은 그 문화이기도 하죠. 물론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다수의 회의와 입주자들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관찰을 통해 드디어 조금이나마 그 가닥을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이번 포스팅에선 그 배경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Way of Life at Nonce

논스, 삶의 방식


상생과 평화는 현 사회에서 무한경쟁, 무한이기주의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동체 문화에 서툽니다. 사실 가족 빼고는 경험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같이’ 라는 면에선 미성숙할 수 있습니다. 저희 운영진 자체도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우리가 정말 서툴구나..” 하는 순간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항상 "오로지 나" 라는 프레임, 즉 나의 보물은 항상 숨겨야 하며 옆에 있는 사람을 짓밟고 올라가야 내가 생존할 수 있다는 프레임에 갇혀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Community as a mysterious universe, not a logical machine”
(논리적 기계가 아닌 신비한 우주로서의 공동체)


논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깨달은 것은 인간관계, 공동체 관계는 결코 논리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극히 우연히 인연을 만나 삶의 전환점을 맞는가 하면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세상살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삶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예기치 않게 악성 바이러스 같은 것이 퍼져서 사회가 마비되고, 누군가는 길에서 주운 로또에 당첨되는가 하면 누군가는 지하철 옆자리에서 평생 같이 할 운명의 상대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논리 혹은 이기적 이익에 집착하여 공동체를 운영하고 세상을 해석한다면 그렇게 혼란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남을 정복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강자의 논리"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원래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나 또한 무한이기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로는 결코 공동체를 운영할 수 없고 삶 또한 충만하게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이 저희가 얻은 교훈입니다. 


교리는 다르더라도 종교들이 입을 모아 공동체, 평화, 상생, 자애, 겸손을 외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논리 혹은 규칙 보다는 더욱 강력하고 깊은 ‘문화’가 필요합니다.


→ 다음글 (혁신을 품은 다빈치)



작성 논스 운영진 (Nonce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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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전(Challenge): 뭉치면서 함께 도전하는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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