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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논스 Apr 30. 2021

논스는 같이 살 사람을 어떻게 뽑나요? <호점 투표>편

같이 살게 될 사람들의 투표로 뽑아요!

논스가 뭐예요?

이건 논스 운영팀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래서 논스 신입 지원자 분들과의 티타임에서 대놓고 물어봐요. 논스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그건 내가 할 질문 아니니..?'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십니다.


논스는 커뮤니티입니다.

일단 확실한 건, 논스는 부대끼며 같이 사는 공동체입니다. 논스는 강남 국기원 언덕 꼭대기에 모여사는 마을이에요! 개인적으로 논스는 식구(食口)에 가깝습니다. 같이 밥을 나눠 먹는 입들이죠. 그게 뭐냐는 질문에 답변이 커뮤니티/공동체/마을/식구라니, 그럼 도대체 커뮤니티란 또 뭘까요?


커뮤니티는 구성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다음은 화요일입니다. 커뮤니티가 뭐냐니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지만, 어쨌든 커뮤니티는 그걸 구성하는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논스 커뮤니티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을까요?


정, 진정성, 도전정신

이렇게 세 가지가 논스 운영팀이 찾은 논숙자들의 공통점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입주자를 찾을 때도 '우리와 결이 맞는 사람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봐요. '잘 맞는 사람들을 모아놓으면 커뮤니티는 알아서 잘 굴러간다'는게 논스 운영팀의 가설이고, 지금까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그래서 운영팀이 운영을 안 하는구나 앞으로도 계속 사람을 뽑는 데 가장 공을 들이려고 합니다. 논스는 자칭 <큐레이션 된 커뮤니티>입니다.


하지만 커뮤니티 운영자 마음대로 사람을 채워 넣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논스 입주 절차의 꽃은 <호점 투표>입니다.

논스는 커뮤니티의 투표로 새로운 구성원을 받습니다. 입주 지원서를 제출하면, 운영팀에서 레퍼런스 체크를 하고, 서로 더 알아가기 위해 한 시간 정도 인터뷰 겸 티타임을 가집니다. 이때 나온 얘기들을 정리해서 <호점 투표>를 진행해요. 지원자는 논스 홈페이지에서 호점별 소개글을 보고 입주를 원하는 호점을 선택하고, 해당 호점 사람들은 지원자가 논스에게 보여준 것들(지원서와 인터뷰 내용뿐 아니라, 웹페이지나 소개 영상 등 자기를 보여줄 수 있는 뭐든 덧붙여주시는 분들도 있어요)을 보고 함께 살고 싶은지 아닌지를 투표합니다.


호점 투표를 시작한 지 어언 9개월, 나름의 변천사가 있습니다.

논스 마을 게시판(입주하시면 볼 수 있어요!)에는 호점 투표 시스템을 설명하는 글이 있습니다. 처음 <호점 투표>라는 걸 생각하게 된 계기는 '신규 논숙자가 갑툭튀하면 기존 논숙자들이 깝놀한다' 였습니다. 브랜딩 된 셰어하우스들은 주로 1인실로 구성돼있지만, 논스는 4인실이 가장 많습니다. 그래서 "00아 너 이번 주말에 룸메 3명 새로 들어와"라고 하면 "....어엇?!" 하고 놀라기 마련이죠. (신규 호점이 생겼을 때 실제 일어났던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기존 논숙자들의 네트워킹 피로도를 낮출 수 있을까, 새로 온 사람이 자연스레 커뮤니티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논스가 좋아하는 <탈중앙화>를 한 스푼 섞어 <호점 투표>를 시작했습니다!


첫 투표용지는 1~5점 스케일 중에 선택하도록 구성했습니다. 

기권 표도 있었고, 80% 이상 찬성표가 나와야 입주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투표율이 너무 낮았어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투표시스템에 대한 소통과 홍보가 부족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투표율이 50%를 넘었다고, 당선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었다고 자축하는 것을 보면 80% 찬성 기준은 너무 높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자기소개글과 한 시간짜리 인터뷰로 그 사람을 파악하기란 미션 임파서블입니다. 그럼에도 호점 투표를 하는 이유는 '레퍼런스 체크'를 위한 게 큰 것 같아요. 그리고 레퍼런스 체크를 위해서는 찬성표를 모으기보다 반대표를 짚어내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투표 방식을 '반대표 던지기'로 바꿨어요. 거부권(veto)이 3표 이하면 입주 확정! 덕분에 투표율 걱정도 덜었고요!


그리고 2021년 4월 말, 호점 투표 시스템에 또 다른 변화가 생깁니다

투표권: 논숙자 누구나 -> 신입 퀘스트를 완수해야 주어짐

투표 통과 조건: 반대표 3표 미만 -> 해당 호점 1/3 미만의 반대표

투표권에 변화를 준 이유는 진정한 '논숙자'로 거듭나기 위한 통과 의례를 거친 사람들에게만 다음 부족원(?)에 투표할 권리를 주겠다는 의미입니다. 뉴비들은 아직 논스와 논숙자를 알아가는 단계니까, 대강 알아맞힌 이후에 투표권을 줘도 늦지 않겠다는 거죠.

투표 통과 조건을 바꾸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비잔틴 장애 허용 (BFT, Byzantine Fault Tolerance)과 네트워크 피로(Network Fatigue)를 얘기해야 합니다.


비잔틴 장애 허용은 '중앙 관제탑 없이 우리가 어떻게 합의에 이를 수 있지? 내가 쟤를 뭘 믿고?!'를 고민하는 비잔틴 장군 문제에서 시작합니다. '쟤는 믿어도 돼'를 판단해줄 중앙화 된 주체가 없는 네트워크(혹은 커뮤니티)가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2/3 이상이 찬성하면 되겠다! 는 게 비잔틴 장애 허용에 대한 논스 운영진의 해석입니다. 

네트워크 피로란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그 네트워크 구성원들의 피로도는 높아진다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총 20명이 살 수 있는 ㅇㅎ점에서 (네 2호점이 맞습니다) 10명이 살고 있을 때와 19명이 살고 있을 때를 비교해보면, 후자가 새롭게 입주하기에 훨씬 어려워요! 지구를 구할 슈퍼 히어로 정도는 돼야 '음 그래 너에게 우리 호점의 마지막 빈 침대를 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스는 셰어하우스이기 전에 커뮤니티입니다.

물론 사업 자체는 '공간 임대업'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가족을 위한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1인 가구들끼리 집을 공유하고 있어요. 하지만 기존 구성원의 투표로 공실을 채우는 셰어하우스는 아마 한국에서 논스가 유일할 것 같습니다. (입주 인터뷰를 보는 곳도 아직 만나보지 못했네요) 공간을 빌려주는 개념이라면 입주민이 누가 되던 상관없이 월세만 밀리지 않으면 되겠지만, 논스는 끈끈한 공동체라서 그 사람이 우리 커뮤니티를 어떻게 바꾸고 가꿔줄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공실률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셰어하우스보다 공실률이 낮다는 아이러니도 있어요.


우리의 투표 시스템에 대해 해 줄 말씀이 있다면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입니다!

논스 운영팀은 커뮤니티 거버넌스에 대해 고민하는 걸 좋아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입주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입주해서 말씀해주시면 가장 좋고요. 카카오 플친이나 이메일(hello@nonce.community)도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오르막을 오르는 데 개의치 않는다면 강남구 국기원 언덕, 봉은사로 22길 45-9에서 우리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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