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시간이니까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고군분투하고, 사람들과 투닥거리고 집에 와서도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주로, 식사 준비, 설거지 및 정리 그리고 빨래하고 빨래 개기.
집에 도착해서 손 먼저 씻고 정신없이 저녁을 차리고 아이와 같이, 시간이 맞으면 남편도 같이 먹는데, 아이는 저녁을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나한테 말한다.
“엄마, 이제 놀자.”
아이와 노는 이 시간이 정말 좋다. 아이와 놀면서 접하게 되는 아이의 말하나 행동하나가 신기하고, 하루 종일 그리웠을 엄마 품을 느끼게 하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 마저도 야근할 때나 다른 일이 있을 때는 뒤로 밀려나니, 최대한 확보하고 싶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놓치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그래서 식사 마치기가 무섭게 놀자는 아이의 말에, 나는 기꺼이 대답한다.
“응, 엄마 설거지하고, 정리도 하고.”
퇴근 후, 앞치마를 두르고 저녁 준비, 설거지 및 정리까지 식탁 근처, 싱크 앞에서 그리고 냉장고로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은 대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계속 서서 이리저리 짧은 거리지만 왔다 갔다 하면서 무언가 하는 동안 다리는 아파온다.
하지만 나는 이 시간을 나의 엔터테인먼트 시간으로 활용한다. 식탁 위의 빈 그릇들을 싱크로 옮기고, 식탁 위에는 캔들을 켠 후, 에어팟을 귀에 꽂고 설거지를 시작한다. 음악을 듣거나 넷플릭스에서 미드를 골라보기도 하고, 팟캐스트를 청취하기도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설거지와 뒷정리를 차근차근해나간다.
아이도 내가 식사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시간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싶겠지만 잘 기다려주는 편이라, 이 시간 동안 나는 몸은 좀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유로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빨래 개기도 마찬가지다. 빨래야 세탁기가 해주지만, 빨래를 개는 시간도 나만의 시간이 된다. 건조까지 되어 뽀송뽀송하고 따듯한 빨래를 꺼내어 한가득 안고 방으로 와서, 빨래를 반듯하게 개어나가면서 착착 쌓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빨래 개는 건 내가 자처하는데, 이 시간 역시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미드를 볼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다.
가만있자. 혼자 살아가는 것보다는 둘이 나아서 결혼을 하고, 둘 보다는 셋, 넷이 나아서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는 게 아니었나? 그런데 나는 틈만 나면 혼자 시간을 확보하려고 하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되었다.
‘아-! 균형, 혼자와 여럿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구나!’
가족, 친구들과 또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공감과 교감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정말 필요한 게 아닐까.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보내는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간절히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고, 열심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하는 것이리라.
어느 워킹맘의 멘탈관리법.
찰나의 시간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거이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으로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