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의 극성팬
남편은 기본적으로 밴드의 보컬, 보컬 겸 기타 경력이 있고, 기타도 일렉기타와 어쿠스틱 두루 다룰 줄 알며, 잘은 모르지만 씬스 비슷한 장비와 키보드,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막 음악도 만든다.
한 때 빈 강의실에서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신기했었는데, 그것이 일상일 줄은 몰랐었다. 장르불문, 시대불문, 국적 불문하고 그냥 모든 노래를 다 잘 부른다.
남편은 성가대나 클래시컬한 노래 부를 땐 중저음, 발라드나 감성적인 노래 부를 땐 그냥 꿀보이스고, 롹 장르는 또 아주 끝장나는 고음으로 불러준다. 특히 연애할 때, 내가 듣던 노래보다 세대가 조금은 앞서서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 조하문의 ‘이 밤을 다시 한번’,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노래를 불러주었을 때의 황홀함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불러줄 때의 태연한 표정도...
잘 부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조예도 매우 깊다. 역사나 배경지식 등 상식이 그냥 매우 풍부하다. 한 번은 너무 궁금해서 어디서 그런 걸 배운 거냐고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아마... 만화책?”
아. 네네. 만화책은 또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일단 그렇단다. 만화책에서 얻은 지식이라도 그걸 이렇게까지 기억할 일이냐 싶을 정도로 음악에 대해 (음악뿐만 아니지만) 아는 것이 많다.
당시 힙합, 디즈니 음악, 아메리칸 팝 등을 즐겨 듣던 나로서는 재즈, 롹, 7080 한국 가요, 민중가요까지 처음 듣는 음악들을 남편을 통해 접하게 되었는데, 더욱 놀라운 건 음악들이 다 내가 듣기에도 좋았다는 것이다. 남편이 직접 불러주면 더 좋고.
님편이 기타 치면서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불러주는 노래를 앞에서 듣는 행운을 자주 누리고 있는 나는 또 진짜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그러면서 급 깨달았다.
‘나는 정말 팬심으로 남편을 좋아하는구나.’
내가 특별히 동경하는 연예인이 없다 싶었는데,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나의 연예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남편이었던 것이다.
나의 연예인은 남편이고, 나는 남편의 팬이다. 그것도 극성팬-!
앞으로도 남편이 하는 일을 목 터져라 응원하고, 몸 사리지 않고 지지하고, 또 남편에게 행여나 실망스러운 일이나 슬픈 일이 있으면 내가 치어리더가 되어 격려해 줄 것이며, 남편이 가는 곳은 주구장창 따라다니는 극성팬으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