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을 산다

시간투자가

by etranger

시간이 돈이라는 말은 찐이다.


그래서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이렇게나 돈이 드나 보다.


내가 시간을 벌기 위해 돈을 쓰는 분야는 주로 장보기다. 요즈음은 다들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니 별로 특이한 건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난 수년 전부터, 마트에 가서 장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거의 *살림 온라인 장보기를 통해 장을 보고, 특히 조리가 많이 되어 따듯하게 덮이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샀다. *살림은 기본 재료들은 비싼 편이 아니지만, 가공이 조금이라도 되면 가격이 바로 올라가는데, 나는 그래도 (잘하지도 못하는) 요리시간을 아끼고자 조리가 이미 된 제품들을 샀었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켓컬리, *팡프레쉬, *아시스 등 새벽 배송해주는 곳도 여럿 생겼으므로, 선택할 옵션이 더 생겼다.


그나마 온라인으로 시키는 장보기도 한 번 시킬 때 많이 시키는 편인데, 매번 배송 박스를 풀어서 넣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일반형 좁고 긴 타입의 우리 집 냉장고와 냉동실은 가득 차 있는 때가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냉장고가 꽉 차있는 것이 달갑지 않지만, 이는 아이가 좀 더 자라서 시간 적 여유가 생기면 내 취향에 맞게 바꿔가야지... 하고 나름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다.


퇴근하다가 잠시 마트에 들르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다. 우유 하나, 야채 하나 부족한 걸 사는 거라면 문제없겠지만, 집에서 내가 퇴근하기를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 필요한 걸 몇 개씩이나 고르고 집어서 계산하기가 미안해진다.


또 시간과 맞바꾼 소비분야는 바로 옷이다. 아이는 놀이나 여행 외에 다른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하고, 쇼핑이라도 하자고 하면 노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속상해한다. 그래서 자연히 우리 가족 옷 쇼핑은 거의 온라인으로 해왔다. 그래서 옷을 많이 사는데도 사이즈 미스나 색상 미스로 입지 못하는 것이 많다. 반품하는 것도 일이라 못할 때도 많아서 다른 사람 주거나 집에서 입다가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아이 옷이 그런데, 아무리 기성복이라도 브랜드마다 같은 사이즈로 표기되어도 차이가 있고, 온라인으로 볼 때와 실물의 컬러나 소재가 다른 경우도 많아서, 쑥쑥 크는 아이의 옷을 매번 맞춰서 사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사는 양에 비해 입는 옷은 별로 되지 않아서 돈 아깝지만, 쇼핑시간, 이동하는 시간 아껴서 노는 시간에 쓰고, 여기에 만족하면 됐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집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시간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생긴 것이 바로 한 번에 많이 사두기인데, 그나마 요즈음은 하루 배송, 당일배송 등을 통해 감사히 엄청 많이 쌓아두지는 않을 수 있게 되었다(그럴 공간이 없기도 하다).


나는 돈을 들여 산 시간을 차곡차곡 모아서, 가족과 특히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는 데 쓴다. 아이가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것도 때가 있고,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할 때이므로, 나는 소중한 것에 시간을 잘 투자하고 있다. 돈을 좀 주고 산 이런 시간들을 나는 잘 살고 있다.


나는 시간을 잘 산다(live).




어느 워킹맘의 멘탈관리법.

시간을 잘 사서(buy) 잘 사는(live) 방법은 돈이 좀 들더라도 소중한 것에 시간을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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