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다녀오면서
해외출장이 잦은 편이 아니지만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더 많을 때도 있다. 야근이나 국내 출장은 어찌어찌 감당하겠는데 일주일 또는 그 이상 해외출장 일정이 생기는 경우에는 어김없이 엄마를 부르게 된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엄마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기꺼이, 만사를 제쳐놓고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며 우리 집에서 일주일이고 이 주일이고 계시면서 손녀를 케어해주신다.
아이는 내가 출장 간다고 미리 말하며 계속 신경 쓰고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일정은 한 달 전, 보름 전에 잡히더라도 출장 가기 바로 며칠 전에 슬쩍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이내 어디를 가느냐, 얼마 동안 가느냐 물으면서 눈빛은 슬픈 빛으로 변해간다.
사실 출장 가면 고생하는 건 맞지만,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것도 많고, 오고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 자신과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되어 (그리고 혼자 시간이 많아서) 싫어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출장 경험으로 얻는 게 많았고, 조금 더 생각이 어떤 면에서는 성숙해지는 것 같기도 한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하지만 출장기간 동안 나와 떨어져 지내야 할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 건 사실이다. 내가 없는 동안 아프기라도 하면, 다치기라도 하면, 속상한 일이 생기면 등등 머릿속에 많은 걱정을 만들어 낸다. 아이를 잘 아는 건 나인데,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에 맞는 반응, 대처 등을 다른 사람이 잘할 수 있을까도 걱정이고, 아프고 속상할 때 엄마가 없으면 더 서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도 마찬가지로 내가 며칠이나 집에 없다는 사실이 이래저래 걱정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일하러 가야 하므로, 엄마가 출장 가는 것이 나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아이에게 차분하게 출장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난다.
“엄마가 초콜릿이랑 선물 사 올게.”
아이의 인생 첫 초콜릿도 중국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산 고디바 초콜릿이다. (태어나서 처음 먹는 초콜릿이 고디바라니... 시대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리고 방문국가나 도시의 이름이 적힌 마그넷이나, 그곳의 유명한 무언가를 상징하는 작은 선물, 간식이나 인형을 사 온다. 두바이에서는 낙타 인형을, 터키에서는 바클라바를, 오스트리아, 영국, 일본, 홍콩 등에서도 돌아올 때 작은 상징물 하나씩과 초콜릿을 한 아름 들고 와서, 그동안 엄마의 부재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렇게 아쉽고 미안하고 아련하고 조마조마한 출장을 수년간 해왔고, 냉장고에는 꽤 많은 도시의 마그넷이 붙어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온 해외출장.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걱정과 미안함이 앞서기 전에 어차피 나는 가야 하고, 아이는 잘 견디어 낼 거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이었다.
나도 아이도 괜찮을 거라는 막연하지만 강한 믿음.
그건 아마도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속이 단단해지고 조금은 성숙한 데서 온 것이지 싶다.
내가 마음을 굳게 먹어서 그런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은 덜어내고 엄마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고, 우리 둘 다 잘 지내다 만나자고 이야기하는데 아이도 잘 받아들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우리는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해 그리고 즐겁게 할 것이다.
어느 워킹맘의 멘탈관리법.
인간은 적응의 동물,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워도 큰일 나지 않으니 너무 걱정 말고 담담하게 할 일을 하러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