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먹기만 하면 된다.
나는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식사를 별로 안 좋아한다. 특히,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면서부터는 주로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골라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며 살았다. 주로, 샐러드, 샌드위치, 요거트에 과일, 베이글, 학교 다닐 땐 김밥도 가끔...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점심시간에도 먹는 것에 크게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 일단 운동을 먼저 하고 샌드위치나 샐러드로 초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기를 10년 넘게 해왔다.
외식을 해야 할 때라도, 역시나 샐러드나 샌드위치가 1순위겠지만, 이탈리안, 인디안, 멕시칸, 그릭, 프렌치, 비에트나미즈, 타이 등 이국적인 음식도 좋아한다. 특히 고수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할 정도다.
한국에서 살면서 밥을 별로 안 좋아하고, 가리는 것도 많다 보니, 이렇게 편식하는 애가 어디 가서 뭘 먹고살겠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국적인 음식을 요청만 하면 다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남편이다.
남편은 남자 친구였을 때부터 내가 파스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사람에게서 듣고 인터넷에서 찾고 해서 파스타를 만들어주었다. 원래도 음식을 잘하지만, 파스타는 분명 만들어 본 적이 없을 텐데, 내 덕분에 잘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어떤 메뉴라도 시도만 했다 하면 망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해보는 것마다 성공적이다. 특히, 브런치스러운 느낌의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나에게, 브런치도 뚝딱 만들어주고, 그냥 카레가 아닌 “인도식 커리”까지 가능한 사람이다.
최근에는 어릴 때, (잠봉뵈르의 고향인 프랑스도 아닌) 스페인 어딘가에서 먹어본 잠봉뵈르에 꽂혀서, 비가 오는 날, 송파에 있는 잠봉뵈르가 유명하다는 카페에 온 식구를 대동하고 (그래 봤자 총 3인이지만) 간 적이 있었다. 남편은 그때 잠봉뵈르를 맛본 이후, 이즈니 버터와 동네빵집에서 산 바게트, 그리고 잠봉으로, 심지어 그 카페에서 먹은 것보다 더 맛있는 잠봉뵈르를 만들어주었고, 다들 맛있게 먹어서인지, 최근에 집에서 잠봉뵈르를 자주 준비해주신다.
원래도 주말에는 거의 3시 3끼를 남편이 준비하는 편인데,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거의 100% 가까이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은 주중에도 원격 수업하는 딸을 비롯해 가족의 식사를 담당하게 되었다. 반대로 나는 재택근무를 안 하기 때문에(집안일하기 싫어서 재택근무 안 하는 건 아니다.) 식사를 준비하는 횟수가 남편만큼 많지 않지만, 밥 차리는 일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는 3시 3끼 해주는 남편이 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