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간다는 거지?
내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고, 지금은 엄마 아빠 그리고 가정을 꾸린 동생이 부산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부산'하면 여행, 바다, 휴양지를 떠올리겠지만, 나는 '부산'을 생각하면, 엄마 아빠가 사는 곳-정도로 정리된다. 부산에 가도 맛집이나 핫플은 구경도 못하고, 가족들과 부대끼면서 집에서 머물면서 엄마 밥을 먹을 뿐이니 말이다. 물론 이 역시 감사하지만, 가끔은 부산이 고향이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몇 년 전, 남편이 부산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부산에서 열리는 큰 행사에 남편 회사도 참가하게 되어, 일주일 정도를 부산에서 지내야 했다.
보통 직장인이 출장을 가면 교통비, 식비는 물론 숙박도 회사에서 제공해준다. 남편이 부산으로 출장 갔을 때에도, 당연히 회사에서 행사장 근처에 4성급 호텔을 미리 예약해주었다.
그런데, 출장 간 남편은 호텔이 아닌 부산 우리 집- 우리 엄마 아빠, 그러니까 남편의 장인 장모님이 계시는 곳-에가서 일주일 동안 우리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낸 것이다.
아니 회사에서 호텔을 준다는데, 굳이 왜?
내가 남편의 입장이었다면, 시부모님이 계시는 동네에 가더라도 당연히 호텔에서 지냈을 것이다(나는 부산을 가도 호텔에서 묶고 싶은 사람이긴 하다). 내가 남편이 없는데 시부모님 댁 집에 가서 시부모님과 일주일을 지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도 남편은 우리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함께 커피도 마시고, 거실 소파에 누워서 게임도 하고, 티브이도 보고 그렇게 일주일을 지내다 왔다.
우리 엄마 아빠가 편하게 해 주는 건지, 남편이 넉살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놀랍다고 생각했다.
이런 비슷한 일이 그 후에도 있었다.
더 최근에 남편이 다시 부산으로 출장을 갔을 때는, 호텔을 두고, 이번에는 내 동생네, 그러니까 남편의 처제와 그 남편과 애기가 있는 집-으로 같었다. 내 동생은 형부와 저녁에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면서 보낸 시간이 너무 재밌고 좋았다고 했다(내 동생 가족도 남편의 팬이다).
와, 진짜 나 같으면 상상도 못 할 텐데...
엄마 아빠를 비롯하여 '누구에게나' 거리를 두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정말 우리 엄마 아빠를 자신의 부모와 꼭 같은 정도는 아니겠지만, 매우 자신의 부모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장인 장모님 앞에서 팬티바람으로 돌아다니거나, 소파에서 대자로 누워 티브이를 보겠는가?
그렇다고 남편이 나에게 왜 내가 시부모님한테 본인이 우리 엄마 아빠를 대하는 것처럼 좀 더 가까이, 살갑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느냐는 말을 한 적은 절대 없다. 또 반대로 나는 우리 엄마 아빠를 부모님처럼 대해달라고 한 적도 전혀 없다. 그냥 내가 지켜보니 나와 남편이 각자 상대의 부모님을 대하고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 엄마 아빠의 사위에 대한 사랑도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 사람에 대하여 어떤 선입견 없이, 재지 않고 온전히 그 사람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포용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남편의 사람됨 역시 이 기이한 현상에 한 몫하지 않았나 싶다.
4성급 호텔을 두고 장인 장모님 댁을 제 발로 찾아가는 남편이 신기하면서도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