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전자전입니다
나의 시어머니, 그러니까 남편의 어머니는 참으로 좋으신 분이다(나는 시어머니라는 말이 어색해서 그냥 어머님이라고 한다).
나는 감사하게도 흔히 말하는 시집살이를 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요즈음은 시집살이시키는 시부모님도, 시집살이를 순순히 당하는 며느리도 잘 없겠지만 시어머니를 예찬하는 경우도 딱히 보지 못했다.
나는 남편의 어머니를 시어머니 본보기로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남편의 어머니를 존경한다.
남편의 어머니, 나의 어머님에 대해서 감사하고 존경하는 부분 몇가지만 이야기 하자면...
우선, 남편의 어머니는 아들이 장성해서 한 가정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해주신다.
내가 좋아하는 남편이 어머니께는 귀중한 아들일 테고, 어머님은 아드님을 아직도 엄청 좋아하고 든든하게 여기시면서도 덤덤하게 대하려고, 너무 좋아하는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신다-노력하시는 것도 보이고 노력하심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새어 나오는 아들 부심은 어쩔 수 없다.
많은 어머님들이, 둘이 좋아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참 괜찮은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남편의 어머니는 우리 둘이 이루고 이제 셋이 된 우리 가정을 온전히 인정하고 존중해주신다. 아들이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가 다른 한 가정을 이루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당연하리라 생각되지만 대단히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더 감사한 점은 여자로서 며느리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잘 이해해주시고 배려해주신다는 점이다.
사실 이 세상 어머니들은 집안의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잘 알면서도 며느리에게는 며느리라는 이름을 앞세워 그 모든 힘든 일이 당연히 감당해야 한다고 하시는 게 정말 이해가 안 갔다. 사실 며느리의 힘든 삶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아닌 같은 입장이 되어봤던 어머님 들이실 텐데, 그런 삶의 유물을 며느리에게 기꺼이 물려주고 당연히 겪어야 할 일들로 취급하곤 하는 것을 보아왔다. 하지만 남편의 어머니는 남편의 장점만큼 단점도 잘 아시기에 내가 남편과 살면서 힘든 점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알고 미안해(?)하시기도 하고 일과 살림, 육아 사이에서 허둥대는 나를 안타깝게 생각해주신다.
설날, 추석, 각종 기념일 등에는 힘들면 안 와도 된다고 먼저 말씀해주시고, 혹시라도 부모님 댁에 가게 되더라도 맛있는 거 얻어먹고 설거지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음식 솜씨 좋은 어머님의 작품인 각종 반찬과 요리들을 싸오면 된다.
어머님은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나에게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신다.
실제로 우리 엄마 아빠에게도 상당한 마음의 거리가 있는 편인 나는 남편의 부모님께도 당연히 마음의 거리를 두고 있다. 이 거리가 나한테는 오히려 자연스럽지만 남편이나 남편의 부모님 입장에서는 서운하고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실 텐데, 내게 더 노력하라거나 바꾸라고 채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고 사랑해주시니, 나는 정말 남편의 어머니를 좋아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남편은 이토록 온화하고 마음 넓고 따듯하신 어머님을 닮은 게 틀림없다.
나는 딸 밖에 없어서 시어머니가 될 가능성은 없지만 딸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룬다면 남편의 어머니, 나의 어머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